감성과 기술 사이에서 내가 찾은 자리
나는 UXUI 디자이너다. 사용자의 흐름과 감정에 집중하고, 화면의 여백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오래 해왔다. 인터페이스는 물론이고, 서비스 전체의 구조와 흐름을 사람 중심으로 풀어내는 데 익숙해져 있던 내게, 어느 순간부터 디자인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는 점점 더 복잡해졌고, 사용자는 더 빠르고 정교한 경험을 기대했다. 정적인 화면 설계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더 똑똑하게, 더 유연하게 반응하는 시스템. 마치 사람처럼 적응하고 스스로 배워가는 구조. 그 무언가가 바로 'AI'였다.
이 인식의 전환은 갑작스럽게 온 것은 아니다. 처음 AI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19년.이화여대에서 리걸테크 웹사이트 제작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엔 블록체인과 AI라는 단어들이 낯설고 먼 기술 언어처럼 느껴졌지만, 그 속에서 "사람의 문제를 기술로 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접했다. 기술은 사람과 멀리 떨어진 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돕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면, 기술도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하지 않을까?"
UXUI 디자인의 본질은 언제나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다. 무언가를 그저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사용자에게 진짜로 편안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 경험을 더 깊이 있게, 더 섬세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AI를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나는 조금씩 나의 방식들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은 실험들이었다. GPT로 카피를 써보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해보며 느꼈다. "이렇게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나는 그만큼 더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겠구나."
어느 날, 구글폼에 접수된 상담 내용을 요약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제안서에 들어갈 핵심 내용을 자동 정리한 뒤,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일정까지 캘린더에 자동 등록되도록 흐름을 만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디자이너가 기술을 품는 방식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복잡한 코딩을 몰라도, 노코드 툴과 AI를 연결하면 디자이너 혼자서도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기획, 디자인, 운영, 마케팅까지. 그래서 지금 나는 '혼자서 작은 팀처럼 일하는 방법'을 계속 실험 중이다.
나는 여전히 감각적인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백의 긴장감, 컬러의 온도, 단어 하나의 뉘앙스까지. 그런 감각들이 더 넓은 맥락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술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매 프로젝트마다 실감한다.
AI는 디자이너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감각과 역량을 확장해주는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감성을 기반으로 하되, 데이터를 참고하고, 반복을 자동화하고, 예측 가능한 흐름을 설계하는 일. 그게 지금 내가 바라보는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이다.
현재 나는 1인 웹에이전시를 운영하면서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를 기획하고, 웹사이트를 만들고, 운영 자동화까지 설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동시에 생성형 AI와 UXUI의 접점에 대해 연구하며, 그 경험을 강의나 콘텐츠로 나누는 일도 병행 중이다. 아직도 모든 것이 실험 중이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해왔던 실험들은 꽤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졌고, 지금은 그 경험들을 정리해 강의로 만들고 있다.
어떤 디자이너는 나처럼 시간과 자원을 들여 실험하기 어렵다는 걸 알기에, 내가 먼저 해본 시행착오들이 누군가에겐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언젠가,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은 덜 막막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실제로 만들고 활용하고 있는 자동화 플로우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UXUI 디자이너가 AI를 통해 어떤 일들을 해낼 수 있는지,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로 이어가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