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ma Make, 감각과 자동화 사이에서
요즘, 커뮤니티의 공기 속에는 익숙하지 않은 진동이 감돌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모인 곳곳에서, 'Figma Make'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오르내린다. 아직 베일을 완전히 벗지 않은 그 도구는, 누군가에겐 반짝이는 기대이고, 누군가에겐 미세한 불안이다.
나도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망설이고 있다. 직접 써보지 못했음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붕 뜬다. 아마도 그것은 무언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예감 때문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툴이 새로워질 때마다, 인터페이스가 조금 바뀔 때마다. 우리는 늘, 손끝보다 먼저 마음이 반응했다.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고개를 드는, 그 낯선 무늬의 감정. 어쩌면 새로운 도구보다 먼저 우리를 변화시키는 건, 바로 이 예감들인지도 모른다.
한때 나는 디자인을 '만지는' 일이라 여겼다. 픽셀을 맞추고, 색을 조합하고, 어긋난 여백을 다듬는 일. 매만진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그런 섬세하고도 조용한 노동.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손이 아닌 마음이 한다는 것을.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떤 감정을 건넬 것인가를 묻기 시작했을 때, 디자인은 점점 더 언어가 아닌 리듬에 가까워졌다.
Figma Make는 이제, 그런 리듬의 일부를 대신 연주하려 한다. 작업을 자동화하고, 반복을 줄이고, 마치 디자이너의 손을 흉내 내듯 익숙한 흐름을 재현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손이 편해질수록, 마음은 자꾸 어딘가를 놓치고 있는 것만 같다. 마치 너무 매끄러운 표면 위를 미끄러지듯, 나의 감각이 어딘가에 걸리지 않고 지나가는 느낌.
디자이너는 앞으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어떤 감각을 더 키워야 할까. 도구가 똑똑해질수록, 우리는 더 인간다워져야 하는 것 아닐까. 색을 고르는 눈보다, 주저함을 이해하는 마음. 배치를 정렬하는 기술보다, 혼란을 품는 여백.
나는 요즘 그런 것들을 배우고 싶어진다. 툴 안에서보다, 툴 바깥에서. 일정표보다 느린 산책에서, 튜토리얼보다 오래된 감정에서.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그 안에서만 피어나는 감각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 자주, 너무 쉽게 잊는다.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우리가 손으로 하던 일들을, 빠르게, 많이, 정확하게 해낸다. 이제는 손이 아니라 마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마음은 배워지지 않는다. 쌓여야만 한다. 스쳐간 것들을 오래 바라보고, 묵혀두고,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는 방식으로만 쌓인다.
그 느림이 지금은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그건 결코 낡은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리듬이다. 그리고 나는 그 리듬이,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감각이라 믿는다.
Figma Make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디자인의 언어가 달라지고,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또 한 번 흔들릴지도 모른다. 상용화 이후에는 반복 업무가 줄고, 템플릿화된 디자인이 더 보편화될지도 모른다. 실무의 속도는 빨라지고, 한 명의 디자이너가 감당하는 스코프는 더 넓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어떤 변화 속에서도 본질은 흐려지지 않는다고.
우리가 진짜로 다루는 것은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감정은 아직, 자동화되지 않는다. 기술이 감정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그 결을 온전히 품지는 못한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으로서 그 결을 느끼고, 반응하고, 조율할 수 있는 존재다.
나는 여전히 느리게 걷는다. 한 화면을 오래 바라보고, 누군가의 눈길이 머무는 자리를 상상하고, 툴이 모르는 감정의 결을 더듬는다. 디자이너의 손끝이 닿지 않는 곳. 그곳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리듬이 있다. 그곳에, 앞으로의 디자이너가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자동화는 점점 더 정교해질 테지만, 나는 그 안에서도 나만의 속도를 지키고 싶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다정하게. 그렇게 우리는 도구를 넘어서, 삶을 디자인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