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는 좋지만, 모든 걸 자동화하진 않기로 했다

피그마, 오토레이아웃, 그리고 나의 일하는 방식에 대하여

by 디자이너 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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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마주하는 질문


"오토레이아웃 꼭 써야 해요?"


UXUI 캠프 튜터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누군가는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컴포넌트를 조립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피그마 창 앞에서 정답처럼 보이는 '정렬된 레이아웃'에 머뭇거리고 있다.


나는 안다. 도구를 배우는 것보다, 그 도구로 ‘나답게’ 작업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걸. 그리고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학생들은 자주 묻는다. "실무에서도 이렇게 오토레이아웃 다 써요?", "컴포넌트 만드는 데 정해진 방식이 있나요?" 나는 대답 대신, 나의 과거를 떠올린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끊임없이 진화하는 툴, 그 위에 서 있는 사람


디자인 툴은 항상 바뀌어왔다. 포토샵으로 픽셀을 쌓고, 스케치로 벡터를 다듬고, XD로 인터랙션을 넣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피그마가 등장했고 우리는 다시 적응을 시작했다. 피그마가 실무에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건 불과 2~3년 전이다. 그 사이 피그마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고, 디자이너들은 그 변화를 따라가며 계속해서 배우고 또 잊는다.


완벽하게 툴을 다루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실무자는 늘 미완성의 상태로, 변화하는 툴 위에 자신만의 균형을 만들어간다. 나는 그 불안정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감각이라 생각한다.



레시피는 하나가 아니다


나는 요리를 잘하지는 않지만, 요리에 자주 비유하게 된다. 왜냐하면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셰프마다 레시피가 다르고, 같은 재료로도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오듯, 디자인도 사람마다 다르다.


컴포넌트를 만드는 방식엔 단 하나의 정답이 없다. 어떤 사람은 디테일을 먼저 설계하고, 어떤 사람은 큰 흐름부터 그린다. 누군가는 오토레이아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누군가는 손맛을 신뢰한다. 그 다양함이 곧 실무다. 그래서 나는 자주 말한다.


"이 강의가 알려주는 건 기초일 뿐, 우리의 방식은 우리 스스로 발견해나가는 거예요."


학생들의 어깨가 그 말을 듣고 살짝 내려앉는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안도한다. 우리가 좋은 시작을 함께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자동화의 목적은 결국, 여백이다


나는 자동화를 좋아한다. 루틴을 단순하게 만들고, 반복되는 선택을 줄이며, 더 창의적인 여백을 남겨주는 기술에 끌린다. 오토레이아웃은 그런 면에서 피그마 속 가장 직관적인 자동화다. 정렬되고, 반응형이고, 프레임은 마치 살아있는 듯 유기적으로 반응한다.


그런데 올해 초, 캠프에서 한 친구가 모든 프레임을 오토레이아웃으로만 구성하려 했다. 정렬은 예뻤지만, 수정은 어려웠고, 결과적으로 작업은 점점 꼬여만 갔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꼭 모든 걸 자동화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요?”


자동화는 더 잘 일하기 위해 존재한다. 모든 걸 자동화하려는 순간, 오히려 일의 리듬이 깨지기도 한다. 디자인에는 여백이 필요하고, 그 여백은 때로 손으로 맞추는 눈대중에서 온다. 그것이 감각이고, 그것이 균형이다.



나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일


피그마를 가르치며, 나는 단지 도구의 사용법만을 전하고 있는 게 아니다. 사실은 각자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이건 꼭 이렇게 해야 해요?”, “아니, OO님의 방식으로 해봐도 돼요.” 이 짧은 말 안에는 많은 허용과 신뢰가 담겨 있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일할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효율, 자신만의 질서,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감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게 진짜 실무에서 오래 가는 디자이너의 핵심이다.


툴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피그마도 언젠가 다른 이름의 도구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쌓아온 일하는 감각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덜 자동화된 방식으로


튜터링을 마치고 zep에서 로그아웃한다. 커피를 내리고, 조용히 피그마를 켠다. 수 많은 프레임 중 오토레이아웃은 일부만 쓴다. 꼭 필요한 만큼만. 너무 복잡하지 않게. 기능보다 감각을 먼저 떠올리는 습관. 그게 내가 지금까지 디자인을 놓지 않고, 사람들 곁에 머물 수 있었던 이유다. 오늘도 나는 조금 덜 자동화된, 조금 더 나다운 방식으로 일을 정리한다. 그리고 그게 나에게는 충분한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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