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ong Oct 18. 2020

다들 뭐 해 먹고살지?

요리가 어려워

 예능 '삼시 세 끼'는 하루 세 번 아침, 점심, 저녁을 만들어서 먹는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보고 있으면 재미는 있지만 나는 갑갑함을 더 느낀다. 그들이 하는 일은 요리를 해서 먹는 것뿐인데 꼬박 하루를 다 소진한다. 물론 식재료를 직접 구한다는 설정으로 시간을 좀 더 소비하긴 하지만, 세끼를 해 먹는 행위가 결코 쉽지 않다는 건 알 수 있다. 출연진들은 방금 요리한 음식을 먹으면서도 '내일은 뭐 해 먹지'를 고민한다. 단지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최소한의 행동인 식사(食事=밥 먹는 일)가 이렇게 힘든 일인가 싶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요리를 할 일이 없었다. 그냥 가끔 엄마의 지도 아래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몇 번 끓여본 게 다인데, 그때는 그래도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기라도 했지 지금은 온전히 나 혼자 고군분투한다. 남편은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본인이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백종원 요리책 시리즈를 3권 정도 사다 주었다. 덕분에 시도해보는 요리의 종류가 많아졌지만, 구하기 어렵거나 손질이 까다로운 재료가 들어가는 요리는 시도하지 않는다. 결국 맨날 하는 요리만 돌아가면서 먹게 된다.


 

 나에게 요리가 부담스럽고 어려운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1. 요리에 흥미가 없음


 내 친구는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평일에 일하고 집에서 남편 밥 차려주는 것도 똑같지만 그 친구는 요리하는 것을 즐기고, 오늘은 집에서 저녁으로 이렇게 먹었다면서 예쁘게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준다. 나는 매번 하기 싫은 숙제를 억지로 해내는 초등학생처럼 힘겹게 해내지만, 친구를 보면 '역시 즐기는 사람에겐 당할 수 없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결국,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걸까?


2. 입맛 까다로운 남편


 남편은 밖에서 파는 음식도 만족을 못하는 경우가 10에 7 정도이다. 하물며 나의 요리는 어떻겠는가. 성공적이라 생각했던 음식들도 남편의 입에만 들어가면 특색 없고 맛없는 요리가 되어 나온다. (맛있다고 해주는 요리도 있긴 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은 한다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이걸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맛은 요리하는 사람 취향 우선이야!”

 

3. 퇴근 후 체력 방전


 나의 직장은 집에서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일이 없던 비수기 달에는 6시 칼퇴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7시로 고정되었다. 결국 8시 반이나 돼야 집에 오는데 씻고 나오면 9시라 저녁 먹기도 애매하고 집안일 하기는 더더욱 힘든 시간이다. 아무리 찌개를 한솥 끓여 논다 한들 최대 3일이라 평일 중 하루는 꼭 요리를 다시 해야 하는 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다행히(?) 남편은 밖에서 간단히 사 먹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 주말에 요리 하나를 해두면 한 주 정도는 버틴다. 다만 남편에게 맛있고 따뜻한 집밥을 해주는 날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조금 미안할 뿐이다. 드라마 미생에 이런 명대사가 있다.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새삼 엄마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이렇지만 나중에 나도 아이가 생기면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어쩌면 눈감고도 척척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소리인가, 소음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