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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ng Oct 11. 2020

소리인가, 소음인가?

소리에 민감한 아이

 나는 소리에 아주 민감하다. 원래 남들보다 소리에 민감한 걸 알고 있었지만 이것 때문에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일하는 환경이 바뀌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나의 직업 특성상 업무 환경은 15평 정도 되는 사무실에 열명 조금 넘는 직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일을 하는데, 들리는 소리는 키보드 타자 소리와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가 전부다. 콜센터 직원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바로 이해가 되실 거다. 그들과 다른 점은 우리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키보드 소리와 마우스 소리는 마치 백색소음 같다. 사전을 찾아보니 백색소음은 귀에 쉽게 익숙해지기 때문에 작업에 방해되는 일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거슬리는 주변 소음을 덮어주는 적용을 한다고 나온다. 사무실에서 백색소음만 들린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진짜 문제는 그 밖의 소리들이다.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소리는 바로 옆 언니의 재채기 소리다. 정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생리현상이라 재채기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언제 재채기를 할지 모르니 계속 긴장상태로 있는 것도 힘들다. 익숙해지겠지 했는데 그럴 수가 없다. 매번 놀라서 아픈 심장을 쥐어잡으며 한숨을 내쉬는데 언니가 미안해한다. 나는 괜찮다고 애써 웃으며 속으로 화를 삼킨다. 놀라면 왜 화가 나는지 모르겠는데 풀 곳도 없다. 


 두 번째 소리는 뒷자리에 앉은 여자아이가 내는 소리인데, 물건을 자꾸 떨어뜨린다. 가장 많이 떨어지는 건 핸드폰, 화장품인데 정말 우당탕탕 소리가 난다. 그게 어쩌다 한 번이면 괜찮지만 하루에 5번 정도는 된다. 그 아이가 왜 자꾸 물건을 흘릴까 싶어서 퇴근하기 전에 한 번 자리를 살펴봤더니 이유가 있었다. 정리정돈이 하나도 되어있지 않다. 저러고 일이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더럽다. 


 마지막 소리는 옆 옆자리에 앉은 남자아이의 산만한 행동이다. 일에 집중하나 싶으면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거나 서랍을 시끄럽게 뒤진다. 핸드폰 내려놓는 소리는 또 왜 이리 둔탁한지 저번엔 참다 참다가 조용히 해달라고 메신저를 보냈다. 팀장님도 일에 집중 좀 하라고 몇 번 혼내셨지만 죄송하다고 말하는 건 그때뿐이다. 그 말엔 영혼이 1도 없다. 정말 안 보고 안 듣고 싶다.


 그 외에도 더 있지만 너무 많이 적으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될 거 같다. 친구한테 하소연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귀마개를 하나 장만했다. 처음에는 음, 괜찮은데? 싶었는데 가끔 그 소리들이 귀마개를 뚫고 들어와서 놀라게 되는 경우가 발생했고, 방어막을 쳤는데도 공격당하니깐 억울해서 그냥 빼버렸다. 물론 어느 정도 소음은 막아주고 예전보다 덜 놀라긴 했지만 오래 끼다 보면 귀가 아프다. 


  정말 신기한 일은 그 사무실에서 나만 놀라는 것 같다는 사실이다. 다들 표정과 행동의 동요가 전혀 없다. 왜 나만 유독 그럴까? 나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역시나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어느 블로그에서는 '선천적으로 청 감각 역치가 낮아서 그렇다.'라고 했다. 우리 뇌가 청 감각 처리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의미고 이런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남들보다 더 크게 들리고 뇌에서는 더 과하게 반응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청각적인 자극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연합이 되면 이후에 그와 유사한 소리만 나도 부정적 감정이 떠오르며 큰 정서적 반응이 온다고 한다. 만약 내용이 사실이라면 나의 경우에는 첫 번째 선천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요즘 같은 날은 걸어가다가 나뭇잎이 바람에 쓸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잘 놀란다. 여름에는 벌레 날개소리에 놀라고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집에서 나는 집소리에 놀란다.(딱, 덜컥, 쿵, 콩 등...) 가끔 남편이 "우워!" 하고 놀라게 하면 그거대로 또 놀라고... 내 심장은 괜찮은 걸까 가끔 걱정될 때도 있다. 


 이런 소음 같은 소리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내 귀의 치유와 힐링을 위해 내가 듣고 싶은 소리, 듣기 좋은 소리를 찾아서 종종 ASMR을 찾아 듣는다. 백색소음 모음도 꽤 괜찮다. 음악도 잔잔하고 슬픈 발라드가 가장 좋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고통받겠지만 피하자니 너무나 일상적인 소리들이라(남편 제외) 적당한 마인드 컨트롤과 나름의 치유방법이 필요할 듯싶다. 


* 참고자료 : https://blog.naver.com/artsoopclean/222061339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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