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스님
오랜만에 집에서 책을 읽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스님이 쓰신 책이다.
아직 4 챕터가 남아있지만 앞서 읽은 내용 중
나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던 글이 있어서
얘기하고자 한다. 거창한 얘기는 아니고
그냥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다.
책의 3강. 미래의 장
"삶은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 벌이는 장기 레이스입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혜민스님은 이런 말을 전했다.
"여러분 탓이 아니에요.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내내 주입식 교육을
받았고, 고3 때 성적이 맞춰 적성과는 상관없이
대학과 전공을 선택했으며 남들이 다 하는 스펙
쌓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한 번도
나 자신이 무엇을 재미있어하고 무엇에 의미를
느끼는지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머리를 탁 치게 되는 말이었다.
내 과거를 들킨 것 마냥 신기했다.
'어머, 내가 딱 저랬는데 어찌 아신거지?'
나랑 같은 90년대생인가 싶어서 인터넷으로
검색까지 해보았다. (혜민스님은 70년대 생)
혜민스님은 직업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했지만
꼭 직업에 한정되어 생각되는 내용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한창 하던 학생 때는
그냥 수능 열심히 보고, 갈 수 있는 대학에 가서,
점수에 맞춰 과를 선택하고, 졸업 후 직장 구하고,
결혼적령기에 결혼해서, 아이는 한 명만 낳고
잘 살자. 이게 대략적인 나의 인생 설계였다.
나는 욕심도 없었고, 무디고, 수동적이었다.
내 타고난 기질과 성격이 그런 건지
교육에 의해서 그렇게 굳어진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 주변 친구들은
나랑 비슷한 삶을 산다. 어쩌면 유유상종이라
그럴 수도 있다. 비슷한 사람끼리는 끌리니까.
그렇다고 모든 90년대생이 다 그런 것도 아니고
혜민스님이 90년대 생들이 특히 그렇다!라고
콕 집어서 말한 것도 아니다. 그저 글을 읽고
나는 이렇게 살아왔구나 했다.
혜민스님의 글을 보고
'아 내가 그래서 그랬나?' 싶었고
그 생각이 꼬리를 물어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까지 이어졌다. 이미 살아온 인생은 다시
돌아갈 수 없고 후회도 없다. 비록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탐구가 없었다 하더라도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며 살아왔다.
딱히 뭐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행복' '만족'을
느끼는 삶이었다면 그걸로 되는 거 아닐까?
내 아이도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여전히 나는 변하지 않았다.
암에 걸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 삶은 크게 변화 없이 천천히 졸졸졸
잔잔하게 흘러가는 삶이었을 것이다.
하던 일 계속하면서 아이를 잘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인생!
암환자가 된 지금도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
다만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면
그걸로 되었다. 만족스러운 인생이다.
혜민스님의 말처럼
어쩌면 지금 내가 겪는 어려움은 (암 환자가 된 것)
내 삶의 큰 가르침일지 모른다.
너무 큰... 가르침이라 감당이 안될 뿐 ^_^
신의 뜻이 있겠지 한다.
"나는 모든 면에서 날마다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