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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Jul 31. 2022

[15주 임신일기] 이제는 배가 제법 나왔어요

어느샌가 불뚝 나와버린 배, 이제는 감출 수 없는 중기 임신부

14주,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안내서'와 신차, 여행

15주, 이제는 배가 제법 나온 중기 임산부, 그리고 산전 필라테스 시작


이제 제법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잔뜩 주문한 임부복 원피스를 입고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는데, 매일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던 내가 원피스를 매일같이 입고 출근하니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무언가 눈치채신 듯했다. 그리고, 패션 스타일이 바뀌었다며 질문을 하시던 분에게는 임신 소식을 전하며, "이제 더 이상 바지가 맞지 않아서요..."라고 대답했다. 한창 살이 가장 많이 쪘을 때 입었었던 청바지까지도 이제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 이제는 감출 수 없는 중기 임신부가 되었다.


7월 10일 일요일 (15주 0일)

지난주 임신일기에 이어 두 번째 속초여행 이야기. 속초에서 맞는 아침, 조금 이르게 체크아웃을 하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카페를 가기로 했다. 속초에서 아주 핫하다는 카페 '칠성조선소'. 과거 조선소가 있던 자리를 꾸며 카페로 개조했는데,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에 청초호와 바로 인접한 위치가 손님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오픈 시간 10분 전쯤에 도착했는데, 이미 입구에는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손님 무리가 몇 보였다. 운 좋게도 카페의 2층, 전망이 좋은 자리를 자치해 않아 남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나는 레몬에이드를 주문해 마셨다. 곁들이는 빵은 소금빵! 브런치 대용이라 소금빵을 3개 사 왔는데, 셋 중 하나는 소금빵을 반 갈라 양념된 명란을 듬뿍 채우고 청양고추를 올렸다. 이거,,, 아주 맛있었다.

명란소금빵 아주 강추...

청초호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앉아 한 시간 정도 남편과 시간을 보내다가, 티맵에 집에 가는 경로를 찍어봤는데 웬걸, 4시간이 넘어버리는 소요시간에 깜짝 놀라 서둘러 차로 향했다.

정말로 집으로 돌아오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내가 중간에 운전하겠다고 했지만 끝까지 혼자서 다 해내신 대단한 남편... 겸사겸사 몸보신을 위해 동네에 자주 찾는 장어집에 가서 장어를 먹었다.

임신 전에 찾았을 때는 둘이서 1kg 분량을 거뜬히, 좀 배부른 듯 하지만 과하진 않게 먹을 수 있었는데, 내가 임신하고 난 후 먹는 양이 많이 줄어서 남편이 다 먹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과식하면 금방 얹힐 것 같은데.. 장어로는 과식해도 괜찮다는 남편, 남기는 건 너무 아까워서 무리하면서 다 먹었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아직 나는 입덧 중이고,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것처럼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은 건지, 과식을 해버린 것이다.

우리가 자주 찾는 동네 장어집, 가성비가 아주 좋은 곳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목까지 음식물이 찬 듯한 느낌을 해소할 수 없었다. 조금 산책이라도 해야 이 답답함이 좀 내려갈 것 같은데, 남편은 너무 피곤해했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거의 5시간 가까이 운전을 했으니... 결국 나는 외출복을 다시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혼자 나가기는 정말이지 싫어서 마지막으로 같이 나가서 10분만이라도 걸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남편은 오만상을 쓰면서 투덜거렸다. 같이 나가서도 나를 한참 앞서 걸었다. 피곤한 건 알겠는데, 체할 것 같아서 조금 같이 걸어달라고 한 게 그렇게 기분 나쁠 일이었는지 괜히 서운해졌다. 임신부는 호르몬의 노예다. 기분이 들쑥날쑥 좋다가도 나빠지고, 기쁘다가도 우울해지는데, 갑자기 서러워져서는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거 잠깐 같이 걸어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나는 감정형 (F) 인간이고, 남편은 사고형 (T) 인간이다. 이런 사소한 다툼이 있을 때는 우린 언제나 이런 대화의 흐름이다.

(F): 나랑 같이 산책 안 하려고 해서 서운해

(T): 그게 왜 서운해? (서운한 이유를 이해 못 함 & 억울)

그래도 잘 화해했읍니다...


7월 11일 월요일 (15주 1일)

나의 작고 소중한 경차, 스파크로 출근하는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새로운 차량의 주차 등록을 하고, 우리 회사는 임산부의 경우, 주차 자리가 아주 좁고 이중주차가 난무하는 주차타워가 아닌, 사내 노상에 주차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요청할 수 있어서 사내 주차까지 신청했다. 이제 슬슬 배가 나오기 시작해서, 옆 차에 닿지 않게 문을 열고, 그 좁은 틈새로 차에 탑승하는 게 어려워졌는데 다행이다.

나의 첫차인 스파크는 경차 시장에서 스파크가 모닝을 앞섰던 2010년대 중반에 첫차로 신차 구매했다. 사실 준중형 세단을 사고 싶었지만, 그때 당시 내 수입을 생각했을 때, 약간의 사치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서울로 출퇴근하던 때라 작고 기동력 좋은 경차가 더 낫다고 생각했었다. 주기적인 차량 관리로 정비소에 갈 때마다 관리 잘했다고 칭찬받은 나의 첫차! 나의 20대를 함께했고, 나와 10만 킬로미터를 달린 소중한 추억이 가득 묻은 차다. 차 안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울기도 많이 울고, 욕도(...) 많이 하고, 블랙박스를 절대 다시 돌려볼 수 없을 정도로 괴성이 가득한 (...?) 나의 작은 사랑방, 대나무숲, 노래방이었다.

7년 유사고(?)에, 자동차 검사, 타이어 교체, 배터리 교체... 한 차량의 생명주기를 함께하며 나도 많이 성장했다. 앞으로 10년 더, 10만 킬로미터 더, 우리 가족과 함께해주길!

그동안 고생했어! (이제는 남편 차가 되었다...)


7월 13일 수요일 (15주 3일)

요즘 계속 날씨가 흐리긴 했다. 비가 올 듯 말 듯, 오늘은 달랐다. 점심 식사하러 나갈 때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옷이 많이 젖었는데, 오후 근무하는 동안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거슬릴 만큼 비가 많이 내렸다. 퇴근 시간에는 비가 조금 잦아들기를 바랐지만 더 세찬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로 퇴근하는 동안, 중간지점까지 적당히 밀린 게 다행이었을까, 상습 정체구간을 벗어나서 속도를 조금 내보려고 하자마자 바로 쏟아지듯 비가 내렸다. 이건 신이 하늘에 구멍을 뚫고 물을 부어버리는 게 분명해...!

와이퍼를 가장 빠른 속도로 동작시켜봐도 전방 시야는 절대 확보되지 않았다. 내 시야에 있는 모든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저속으로 조심조심 주행했다. 나도 운전을 수년간 해오면서 잠깐의 소나기로 앞이 안 보일 정도의 빗줄기는 경험해본 적 있지만, 이렇게 긴 구간을, 오랫동안, 모두가 비상등을 켜며 주행한 건 처음이었다.

배수가 잘 안 된 도로 구간에는 흔들거리는 핸들을 두 손으로 꽉 붙잡으며 앞뒤 양옆 차들을 계속 주시하며 긴장 속에 주행했다. 내가 나가야 할 고속도로 출구에 거의 다 와서는 다시 정체구간에 들어서는 바람에, 앞차는 잘 보였지만 여기는 도로가 거의 침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단이었으면 거의 하부는 잠기는 수준으로 물이 들어찼다.

거친 빗줄기와, 불안한 차체와, 그걸 지켜보는 나.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퇴근길...

어찌어찌 집까지 무사히 도착한 나는 한동안 충격적인 빗속 운전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휴, 다들 안전 운전하시길... 그리고 앞유리 발수코팅 좀 해야겠다...

이 날 광명역에서 집으로 돌아온 남편, 남편이 이 사진을 보내고 광명역을 탈출한 몇 분 뒤, 광명역은 물에 잠겼다...


7월 16일 토요일 (15주 6일)

임신 전에도 꾸준히 해왔던 운동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필라테스!

신혼집으로 이사 와서 가장 먼저 알아본 운동이 필라테스였는데, 담당해주시던 강사님과 잘 맞았고, 1:3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자세나 사용해야 하는 근육에 대해 더 세심한 코칭을 받을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다.

내가 다니는 센터는 1:1 수업도 인기가 많았는데, 1:1 수업을 진행하는 센터 대표 선생님은 산전산후케어도 가능한 분이었다. 그래서 출산 때까지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임신하고 나서, 초기 16주까지는 운동을 쉬었다. 임신을 5주쯤 진단받았으니 그로부터 2달 반 넘게 운동을 쉬었다. 초기에는 급격하게 변하는 몸상태에 가벼운 운동은커녕 저녁만 되면 입덧이 더 심해져(입덧약 약발이 다하는 시간...) 집 앞 산책도 쉽지 않았다. 보통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는 16주 안정기가 되어 1:1 수업을 다시 시작하고자 센터에 연락했고, 드디어 오늘이 첫 수업 날이었다!

아침 일찍 설레는 마음으로 센터로 향했다. 요즘 고관절이 죄다 어긋난 것 같이 아프고,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골반전방경사가 더 심해졌다. 이전부터 있었던 꼬리뼈 통증도 지속되었고, 집에서 혼자 스트레칭을 해보았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았었다. 오늘은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했다. 앞으로도 적절한 근력운동을 병행해 만삭 전까지 꾸준히 할 생각이다. 산전 필라테스는 아주 추천한다! (반드시 산전 필라테스 지도가 가능한 강사에게 1:1 지도를 받으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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