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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Aug 01. 2022

[16주 임신일기] 우리 아기는 딸? 아들?

드디어 성별을 알 수 있는 16주! 과연 써니의 성별은...!

15주 차, 이제는 배가 제법 나온 중기 임신부

16주 차, 성별을 알 수 있는 16주, 그리고 산부인과 정기 검진! 두근두근 써니의 성별은?


7월 18일 월요일 (16주 1일)

지난번 산부인과 검진 때 입덧약을 넉넉히 받아왔었다. 하루에 3~4알씩 먹었던지라, 입덧약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며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서 한 번에 100정을 받아왔었다. 이제 입덧 증상이 서서히 나아지는 듯하여, 100정 받아온 건 너무 많았나 생각하던 차에 오늘 아침, 회사에서 아침밥을 챙겨 먹고 양치를 하는데, 입을 헹구다 문득 구역감이 올라왔다. 세면대를 붙잡고 서서 한동안 구역감을 참아냈다(침을 질질 흘리며...). 이것이 양치덧인가... 입덧, 너란 자식.. 이제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 아니었니...?

이제 자궁이 위쪽으로 커지며 방광이 덜 압박을 받게 되어 빈뇨 현상이 나아지는 시기라고 했다. 그런데, 왜 저는 더 화장실을 자주 갈까요...? 오전에만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찾았다. 막상 소변 양은 많지 않은데, 자궁이 압박을 받는 건지, 방광이 압박을 받는 건지, 아랫배가 몹시 묵직하고 약간의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요의가 심하게 왔다.

그리고 가장 큰 고통은 허리 통증이다. 배가 점점 나오면서 배를 내미는 자세를 취하게 되고, 골반이 전방 경사가 되면서 허리와 꼬리뼈 부근이 너무 아프다. 8시간 동안 사무실에 앉아서 근무를 해야 되는 나는 이제 애플워치가 한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라고 할 때마다 진짜 일어나야 한다. 자칫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꼬리뼈를 붙잡으면서, 엉거주춤...

나는 이렇게 앞으로 과도하게 꺾인 허리를 반대로 말아 스트레칭하곤 하는데, 몹시 아프다...


7월 20일 수요일 (16주 3일)

오늘은 두 번째 필라테스 수업이 있는 날이다. 퇴근 후 남편이 남겨둔 샌드위치 반개를 챙겨 먹고 센터를 찾았다. 오늘은 하체! 가장 큰 근육인 허벅지와 둔근을 운동해보겠다고 하셨다.

지난 1년간 그룹 필라테스를 하면서, 1:3으로 진행되는 수업 때 항상 (자칭) 에이스로서 수업에 뒤쳐진 적이 없었다고 자부했는데, 두 달 반을 쉬고 다시 시작하는 근력운동은 쉽지 않았다. 마지막에 둔근을 본격적으로 조지는(?) 때에는 순간 힘이 풀려 강사님과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저 이렇게까지 저질체력 아니었는데요..."

임신 전보다 근육도 빠지고, 체력도 줄고, 숨도 금방 차다. 점점 더 좋아질 거라는 필라테스 선생님. 파이팅해볼게요!

나도 저렇게 평온한 표정으로 할 수 있었었었어요......


7월 22일 금요일 (16주 5일)

이틀 전 필라테스 수업에서 생긴 근육통이 정점을 찍었다. 앉고 서는 것은 물론, 계단 내려가는 동작은 내적 비명을 유발했다. 간만의 역대급 근육통이다. 엉덩이부터 허벅지까지, 하체가 모두 마비됐다. 한편으로는 근육통이 아주 반갑다. 오랜만이지, 근육들아, 너희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느껴!

오늘은 남편과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기로 한 날이다.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춰 집 근처 영화관에 보고 싶었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예매해두었다.

남편과 간단히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헤결을 보러 입장했다.

우리 부부는 영화평론가 이동진님의 유튜브를 즐겨보는데, 오랜만에 한국영화 별점 만점을 준 영화가 등장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그 직전 만점 영화인 '곡성'을 나도 아주 즐겨봤기에, 그가 만점을 주었다는 '헤어질 결심'은 우리를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한줄평, 어떻게 저런 한줄평을 남길 수가 있지? 천잰가?

영화를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파란색으로도 보이고 녹색으로도 보이는 청록색의 색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불륜' 주제라면 극혐하는 우리 부부지만,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공감을 하기도, 공감하지 못하기도 하는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간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모든 것이 다 멋진 아주 훌륭한 영화에 우리 부부는 꽤 오랜 여운에 잠겼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같기도 한 멋진 미술 연출과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텔링, '박쥐'같은 기묘한 사랑이야기, 그렇지만 15세 관람가 다운 담백함, 그리고 전작에선 찾아볼 수 없는 착한 맛 스토리.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운 편집. 제발 이 영화 안 본 사람 없게 해 주세요...

제발 극장에서 봐주라... 앞으로도 이런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오게...


7월 23일 토요일 (16주 6일)

4주 만에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다. 오늘은 다운증후군 산전검사 마지막 항목인 (저위험군일 경우) QUAD 검사가 예정되어있다. 다운증후군 산전검사에 대하여는 정말 열심히 정리해둔 지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https://brunch.co.kr/@the-cosmos/17)


오늘의 검진이 더욱더 설레는 이유는 드디어 16주, 성별을 알 수 있는 주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성별 감별은 32주 이전까지 불법이다. 이전에는 출산 시까지 불법이었는데, 어떤 변호사가 이 ‘태아 성감별 전면적 금지’ 조항이 과도하게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해 2008년 7월 헌법재판소에서 ‘태아 성감별 전면적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2004헌마1010)을 내렸다. 이후, 1987년에 제정된 이 법을 2009년 12월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이 조항은 임신 32주 이후에는 태아의 성별을 알려줄 수 있도록 바뀌었다. 알려주는 것도 왜 32주나 되어서야 알려줄 수 있게 바뀌었는지 납득이 되지 않지만,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결정된 현재, 2022년에도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감별하거나, 알려주는 행위는 여전히 불법이며, 위반 시 의료인을 처벌한다. 시대에 뒤처지는 법이다.

의료인(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함. 이하 같음)은 태아 성 감별을 목적으로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해서는 안 되며,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도와서도 안 됩니다(「의료법」 제20조제1항).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을 임부, 임부의 가족 및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의료법」 제20조제2항).


물론 부부가 특정 성별을 특별히 원할 수도 있다. 특히 임신한 자녀가 둘째 이후일 땐 더 그러할 것 같다. 그런데 요즘, 태아 성별이 이렇다고 하여 아이를 낙태하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구시대적인 법 때문에, 다운증후군 산전검사에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 성염색체 이상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성별을 유전자를 통하여 정확히 알 수 있음에도 결과지에는 성염색체에 이상이 있지 않는 한 성별을 고지하지 않는다(호주 등 외국에서는 결과지에 표시함). 그래도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들은, 어떤 색의 옷을 준비하라던가 등의 방식으로 돌려서 성별을 말해주곤 한다.


태아의 성별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 시에, 정자가 가지고 있는 염색체 (X/Y)에 의해 수정되는 순간 결정된다. (XX/XY) 임신 초기, 태아의 성기가 분화되기 전에는 그 태아가 설사 엄마 뱃속에서 나온다고 하여도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는 한) 그 성별을 알 수 없다. 태아의 성기 분화는 처음엔 남자든 여자든 돌출된 외성기를 가지다가, 점차 자기 성별에 맞게 분화 또는 퇴화되기 시작한다. 외부 생식기가 완성되는 시점은 14주 경으로 초음파 상으로 성별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16주 이후라고 봐야 한다. 그 전엔 있어 보였던 외부 생식기가 여자아이인 경우 퇴화되어 없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탯줄의 위치가 애매하여 남자아이의 외부 생식기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위는 남아, 아래는 여아의 외성기 분화/퇴화 과정이다. 처음엔 둘 다 똑같이 생겼다.

맘카페나 엄마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성별 추측법이 바로 '각도법'인데, 12주에 1차 정밀초음파에서 찍힌 아이의 옆모습을 가지고 척추뼈와 외성기로 보이는 부분의 각도를 측정해서 성별을 감별해내는 방법이다. 나는 이 방법을 신뢰하지 않아서 시도도 해보지 않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정확도가 꽤 높은 편이다. 50%, 아들 아니면 딸일 거니까.


나의 주치의 선생님은 16주 검진 초음파에서 아이가 잘 자라고 있으며, 이제는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는지 머리-엉덩길이 뿐만 아니라, 배둘레, 머리지름, 허벅지뼈길이 등을 재어 잘 크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기대하는 아기의 성별이 있냐고 묻길래, "다 좋아요!"라고 대답했는데, "다리 사이에 아무것도 없네요~"라고 넌지시 딸임을 알려주셨다. 딸이라니..! 써니는 여자아이였어!!!

벌써부터 도치맘 도치대디인 우리 부부는 딸바보가 될 준비를 검진이 끝나자마자 다 했다. 우리는 써니바보야.. 써니가 얼마나 예쁠까! 남편은 얼굴 윤곽이 얼핏 찍힌 초음파 사진을 보고 벌써부터 본인을 닮았다며 우겼다.

도대체 이 사진을 보고 어떻게 닮았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과 주위에 ♥써니공주♥의 소식을 알리고 근처 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첫째 딸은 아빠 닮는 것이 국룰인데.. (나를 포함하여...) 아빠 닮을 써니를 상상하며, 우리의 행복한 16주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써니야, 네가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었지만, 딸이니까 더 좋아!!! 써니공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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