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분제를 먹기 시작하면서 심해진 변비, 대장세포 일 안 해?
16주, 햇살같이 따뜻하고 밝은 써니는 여자아이!
17주, 임신 중기 영양제, 철분과 변비는 단짝 친구?
남편 고향에 새 차와 함께 내려가는 길, 시어머니 생신을 맞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점심 식사하기 전, 남편은 조부모님을 모시러 가는 김에, 새 차를 위한 고사도 지냈다. 부디, 무사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한껏 담아.
대가족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남편의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예쁜 아기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 이제 이 친구들이 써니의 오빠, 친구들이 되어주겠지? 나 역시도 선배 엄마들과 출산,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 동네에선 나눌 수 없는 고충들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어 감사했다. 써니야 나중엔 자주 와서 친구들이랑 놀자!
이번 주는 유독 오랫동안 말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평소엔 회의를 들어간다고 해도 내가 계속 말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괜찮았는데, 새로운 직원이 우리 팀에 입사해서 두 시간 동안 업무 설명을 해야 하기도 했고, 사내 인공지능 커뮤니티에서 한 시간 반짜리 강의를 해야 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임신 이후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져 조금 오래 말을 하면 숨이 차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숨이 차는데 일조를 하는 것 같았다. 열심히 설명을 하다가도, 마스크를 잠깐 잡고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이젠 폐도 눌리는 건가? 왜 이렇게 숨이 차지?
오늘 새벽에는 유독 잠에서 자주 깼다. 어쩌다 잠에서 깼을 땐, 다시 잠에 들기가 어려워 한참 깨어있었다. 경산모거나, 예민한 산모들은 지금부터 태동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던데, 혹시 나도? 배 위에 손을 올려 혹시 써니의 움직임이 느껴질까 집중을 해보았다. 써니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인지, 내 장이 꾸룩거리는 것인지 차이를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는 써니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뱃속의 써니에게 집중해보았다. 과연 태동은 어떤 느낌일까?
오늘은 퇴근 이후 필라테스 세 번째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지난주 필라테스의 후폭풍이 워낙 거셌어서, 강사 선생님께 근육통이 4일은 간 것 같다고, 의자에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 하니, "어쩌죠... 오늘도 둔근 운동할 건데요...^^" 예전에 하던 그룹수업보다 강도는 훨씬 약하고, 내 속도에 맞춰서 운동을 진행해 여유로운 편이다. 그렇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기진맥진, 다리가 후들후들.
역시나 남편이 없는 저녁, 입덧은 조금씩 잦아드는 것 같은데 집 나간 입맛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저녁식사는 간단히 샌드위치 절반으로 마무리. 아기에겐 산모가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더라도 아기에 비하면 엄마는 영양분이 풍족하다. 써니야 엄마 등골 열심히 빼먹어...
임신 중기, 16주부터는 철분제를 먹기 시작한다. 지난주 산부인과에 방문했을 때, 주치의 선생님께서 철분과 오메가3 섭취를 권하셨다. 임신 초기에 먹던 엽산은 사둔 것이 많아서, 병원에서 따로 구입해 먹진 않았지만, 중기 이후 새로 구입할 영양제는 병원에서 구입해보기로 했다. 두 달 치 철분제(비타민을 포함한), 오메가3 영양제를 구입하니 20만원이 통장을 스친다. 나를 위한 것이었다면 영양제에 이렇게 거금을 쓰진 않았을 텐데.
철분을 섭취해야 하는 이유는, 임신 중기 이후 체내에 혈액량이 많아지면서 철분 사용량이 많아지고, 아기의 피도 엄마가 섭취하는 철분으로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꼭 필요한 철분이지만, 섭취 시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으로 변비와 속 쓰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철분을 임신 초기부터 복용하지 않는 것이다. 임신 초기 입덧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철분은 비타민C와 같이 섭취할 때 흡수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오렌지주스처럼 비타민C가 든 음료와 같이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비타민이 같이 들어있는 철분제를 구입하였기 때문에 따로 그렇게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 또 공복에 먹어야 흡수가 더 잘되나, 속이 불편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식후에 챙겨 먹고 있다. 무엇보다도 빈속에 먹으면 속에서 특유의 약 냄새가 올라오는 게 너무 불편하다. 그래서 식사 후 챙겨 먹고, 물을 많이 마시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철분은 칼슘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우유 등의 칼슘이 든 음식과 함께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유제품 먹을 땐 섭취 간격을 조절하도록 하자. 오전에 영양제를 먹었다면 라떼는 오후에 먹는 식으로.
임신부가 철분제를 먹기 시작하면서 가장 괴로운 것은 변비다. 속도 불편한데 변비까지 심해져 화장실에 가는 것이 몹시 고통스럽다. 원래 임신하면 없던 변비가 생기는데, 철분제는 그 변비 증상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검은 변이나 진한 녹색의 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철분제 섭취 이후 변비가 너무 심해진다면 주치의와 상담하여 철분제를 바꿔볼 수도 있는데, 액상형 철분제를 먹으면 변비가 조금 나아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변비지옥, 나 역시도 피할 수 없었다. 변을 보지 못한 지 꽤 되었으니 내 장에는 변이 가득 찼는데, 배출을 하지 못하니 배는 너무 아프고, 막상 화장실에 가면 검고 단단한 변이 토끼똥...처럼 나오니 화가 나기까지 했다. 배는 이렇게 아픈데 왜 못 싸는 거야!!!
그래도 일주일 이상 변을 전혀 보지 못하는 심한 상태는 아니기에, 유산균을 더 열심히 챙겨 먹고, 인터넷으로 푸룬주스를 시켜 매일 하루 1포씩 챙겨 먹고 있다. 그리고 과일을 껍질째 먹는 등 먹는 음식도 조금 신경 쓰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우리 엄마가 나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치질이 생겼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았다. 화장실에 앉아있는 것이 고역이다. 써니야,, 엄마 배 아파 죽어...
즐거운 여름휴가의 시작! 우리 회사는 공장과 함께 있어서, 공장이 셧다운하는 기간에 맞춰 여름휴가가 주어진다. 이번 해에는 8월 첫 주가 하기휴가 기간이 되었다. 불행하게도, 남편과 하기휴가를 맞추지 못해, 절반 동안은 나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되었지만, 체력도 좋지 않아 어딜 돌아다녀 보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엄두도 내지 않았다. 무지 덥다는데, 집에서 에어컨 틀고 요즘 핫하다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정주행할 생각이다.
오늘은 네 번째 필라테스 수업이 있었다. 상체 운동을 하는 날이었는데, 아침에 빵을 조금 챙겨 먹고 나왔는데도 운동하다 갑자기 힘이 쭉 빠졌다. 약간 저혈압 증상 같기도 했다. 운동하면서 엄살을 내지 않으려 하는 나지만, 잠시 휴식을 요청했다. "정말 몸이 예전만 못하네요..." 물 한잔을 마시고, 다시 정신을 잘 차린 후에 강도를 더 낮춰 운동을 끝까지 마무리했다. 밖에 날씨가 몹시 더웠는데, 5분 만에 집에 갈 거리이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운동이 끝나고도 센터에서 한참을 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임신 후 점점 기립성 저혈압이 심해지고, 종종 시야가 좁아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며 숨이 가빠지는 증상이 나타났었는데, 오늘은 유독 힘들었다. 의사 선생님도 딱히 방법이 없다고 하셨다. 앉거나 누워있으면 좋아지니, 쉬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
그래도 운동을 하니 뿌듯하다. 상체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를 안아야 할 때, 상체 근육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관절을 사용하거나 올바르지 못한 자세로 아이를 안아 내 몸이 금방 망가진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출산 이후 약해진 관절에 아이를 무리하게 안다가 디스크가 손상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써니를 위해서, 건강한 엄마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운동은 필수다. 이번 주도 변화무쌍한 나의 몸, 엄마가 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