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11개월의 기다림, 쏘렌토 하이브리드 출고
14주 차-1, 포포포 매거진, 그리고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14주 차-2, 아이를 위한 신차, 쏘렌토 하이브리드 출고
이 글은 임신 주수별로 기록하는 임신일기로, 인생에 어쩌면 한 번 밖에 없을수도 있는 9개월간의 임신 경험을 기록하기 위한 일기장입니다. 차량에 대한 관심으로 들어오신 분들에게는 차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로 흥미를 잃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고른 차량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많으신 분들이 많겠지만, 평가를 받거나 의견을 듣기 위해 남기는 글이 아니므로 댓글창도 닫아두었습니다.
(대충 신차출고에 대한 글을 쓰고 갑자기 폭발한 조회수에 당황해서 발행취소했다가 수정해 다시 올린다는 이야기)
지난해 8월부터 장장 11개월의 기다림이었다. 막연히 자녀계획이 있으니 지금 타는 경차 말고 중형 이상의 차가 필요하겠다 생각했었다. 작년 여름쯤이었을까, 새로 나온 스포티지가 정말 예쁘게 잘 나왔다, 생각하던 때 지금 가서 계약해도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년은 되어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 우리 부부는 지난해 여름휴가 기간, 부리나케 현대차와 기아차를 돌며 차를 구경하고, 끝내 전시차 구경도 못한 그림 속의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계약했다.
동네 현대, 기아차 대리점을 열심히 돌아다녀 봤는데, 딱 봐도 젊어 보이는, (부부라곤 생각 안 하고 그냥 20대 커플이겠거니 생각할만한) 사람 둘이서 차를 여기저기 살펴보고, 질문을 해봐도 우리 부부에게는 누구 하나 영업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가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말 한마디도 걸지 않던 대리점도 있었다. 우리 정말 차 사러 온 건데...!!! 심지어 나는 이 비슷한 업계에서 일하는데...!!! 결국 내가 첫 차를 구매했던 딜러에게 연락해, 집에선 조금 멀지만 나의 홈타운인 인천으로 가서 차를 계약했다.
10개월이 흘러 드디어 출고 순위 1등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 생산에 들어갈 것 같다고 했는데, 화물연대 파업이 터졌다. 그리고 또 시간은 1주, 2주가 흘러 생산 계획이 잡혔고 드디어 우리의 아름다운 까만색 쏘렌토가 완성되었다. 탁송까지 또 일주일이 소요되어 드디어 차량 인수를 하기로 한 오늘! 전날 차량 구매 대금도, 취득세도 모두 치르고, 보험 가입까지 완료했다. 차량 번호판도 나름 고심해 골랐다.
우리의 새 차가 용품점에 맡겨져 단장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반차를 내고 남편을 데리러 남편 직장이 있는 판교로 향했다. 시원하게 반차를 낸 김에, 영화라도 볼까, 쇼핑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우리의 우선순위는 새 차였다.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서, 같이 점심식사를 한 이후에 집으로 그냥 돌아왔다.
집에서 조금 쉬다 보니 어느새 딜러와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인천으로 차를 찾으러 갔어야 했는데, 차를 몰고 가서 각자 차를 또 운전해서 오기는 번거로웠다. 내가 지하철을 타기 버거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지하철을 타고 인천으로.
다행히도 임산부석에, 노약자석에 앉아서 인천까지 두 번을 갈아 타 도착했다. 목적지는 내가 전에 와본 적 있는 역이었는데, 사연이 꽤 기구하다. 내가 수능을 봤던 고등학교가 있던 지하철역이다. 아침엔 아빠가 차로 고사장까지 데려다주셨지만, 돌아올 땐 이 역을 거쳐 지하철로 집에 돌아왔어야 했다. 수능이 끝나고 기진맥진해 터덜터덜 그 지하철역 출입구 계단을 걸어내려 가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홀가분하면서도 아쉽던 감정. 이 지하철역을 생각하면 그때의 장면과 감정이 떠오른다.
그러나 오늘은 뜬금없는 조합이지만 수능의 추억과 신차의 추억이다. 도착해보니 차는 예쁘게 우리를 맞을 준비를 마쳐있었고, 영롱한 까만 빛깔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닐도 아직 뜯지 않은 새 차의 냄새를 맡으며,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어가며 사고라도 날까 내비게이션대로 좌회전 차로를 타지 못하고 빙빙 우회해 집까지 한참을 돌아왔다.
신차 출고 기념으로 장거리를 뛰기 위해 속초 여행을 계획했다. 오랫동안 엔진을 업으로 삼은 아빠가 항상 '신차는 길들이기가 중요하다'라고 했던 이야기가 체화되었는지, 우리는 급하게 장거리 여행을 계획했다.
입덧 약을 먹는다는 전제 하에, 입덧도 꽤 많이 나아졌고, 오랫동안 주말에 집에만 처박혀(?)있었던지라 바깥바람도 조금 쐴 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속초까지 좀 멀지 않은가 싶긴 했지만 서울에서 가까운 곳은 웬만한 숙소가 모두 만실이었고, 속초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기 때문에 오랜만에 가보기로 했다.
부지런을 좀 떨어서, 아침 6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다. 티맵은 예상 소요시간이 분명 3시간 30분 정도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10시쯤이면 도착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택도 없는 시간이었다. 집에서부터 첫 휴게소가 도착할 때까지 내가 몰아보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첫 휴게소인 서울-양양고속도로의 가평휴게소가 등장할 때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심지어 가평휴게소는 차와 사람으로 넘쳐나 우리는 배가 고팠지만 주유소만 들러야 했다. 그 사이 운전자를 바꿔서 다시 출발. 그다음 홍천휴게소도 입구부터 차가 줄지어 서있었다. 여기도 패스. 다음은 내린천휴게소다. 다행히 주차를 수월히 한 다음 밥을 먹으러 갔다. 막연히 '서브웨이 같은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 했는데, 내린천휴게소에 가면 자주 먹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출발!
신차를 목 빠지게 기다렸던 이유 중 하나는 요즘 신차에는 거의 다 탑재되어 있는 '스마트 크루즈' 기능 때문이었다. 나의 퇴근길은 항상 막히는 상습 정체구간이었고, Stop & Go가 반복되는 1시간가량의 운전이 퇴근길을 항상 피곤하게 했었는데, 요즘 신차의 스마트 크루즈 기능은 항상 전방을 주시해야 하긴 하지만, 피로도는 현저히 낮춰주는 듯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진입구간에서 꽤 오랫동안 차가 막혔는데, 스마트크루즈기능에 금방 적응하니 조금 더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앞으로 퇴근길이 두렵지 않다!
우리가 첫 번째로 향한 목적지는 설악산 케이블카였다. 우리 부모님의 추천 여행지로, 50명 정도가 한 번에 탑승하는 대형 케이블카를 타고 3~5분 정도 왕복 탑승한다. 이 날은 정상에 안개가 껴서 전망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래도 짧은 시간 동안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설악산 풍경이 꽤나 멋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산 병풍. 습기를 잔뜩 머금은 숲의 공기도 좋았다.
케이블카를 타고나서는 숙소로 이동했다. 오늘의 숙소는 '체스터스톤 속초' 호텔 겸 레지던스로, 오픈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수영장이 너무 가고 싶어서 골랐던 숙소인데, 체크인 대기 때부터 어마어마한 키즈 인파가 몰려왔다. 결국 수영장은 가지 못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손님들에겐 좋은 숙소가 될 것 같다.
장거리 이동이 조금 고단했던지 나는 낮잠으로 오후를 보냈고, 그 사이 남편은 수영장 답사를 다녀왔으나 나에게 사용 불가 판정을 내렸다. 그래,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속초의 주말은 활기로 가득 찼다. 어느 식당을 가든 사람으로 북적였고, 우리가 처음으로 고른 식당은 재료 소진으로 인한 영업 조기 종료, 두 번째로 찾아간 식당은 약간의 웨이팅 이후에 입장할 수 있었다. 맛있는 저녁식사와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활기 가득한 속초. 오랜만에 거리를 산책하며 에너지 충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