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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Jul 16. 2022

[14주]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14주 차 임신일기. 마티포포의 인터뷰집

13주 차, 초기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종료

14주 차-1, 포포포 매거진, 그리고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7월 6일 수요일 (14주 3일)

며칠 전, 회사 동료 한 분이 내 자리에 찾아와 책 한 권을 내밀었다. 누나가 출판사 일을 하는데, 자취하는 집에 누나의 책이 쌓여있다고, 그런데 그 책이 마침 엄마들을 위한 책인데, 내가 엄마가 되는 것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선물한다면서.

자리 한켠에 며칠 동안 두었던 표지부터 범상치 않은 반딱반딱한(?)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내용을 대충 훑어보려고 펼쳤는데, 웬걸. 내용이 너무 좋았다.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잡지 형태의 책이었는데, 제목은 'POPOPO Magazine, 포포포 매거진'.

POPOPO는 (P)e(o)ple with (po)tential (po)sisibilities에서 따온 말로, 이 잡지의 주 슬로건은 "엄마의 잠재력을 주목합니다"

내가 받은 건, 여섯 번째로 발행된 'Re-Bloom'호였다. 책을 들춰보다, '엄마'를 넘어선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이야기, 돌봄에 대한 이야기, 여성 건강에 대한 이야기, 평소 내가 관심이 많았었지만 제대로 들여다보지는 못했던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었다.

엄마가 되고 한 생명체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다는 놀라운 발견은 축복 그 자체였습니다. 동시에 양육자의 삶에 몰입할수록 내가 꿈꾸던 미래의 모습을 아이에게 투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엄마다움'에서 벗어나 '나다움'에 집중하는 연습. 여전히 엄마로 살아가지만 나의 인생을 아이로부터 독립하는 걸음마를 시작합니다. 네가 너만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엄마도 엄마의 꿈을 지켜나가겠다는 작은 씨앗을 품고 말이죠. 이번 생은 처음이라 서툴기 그지없지만, 그렇게 우리는 함께 자라는 중입니다. (포포포매거진 No.06 'RE-BLOOM' page.8)

이 책을 선물해준 분께 사내 메신저로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는 누나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나서 누나가 이 책의 출판사에서 일하냐고 물었더니, '사실 누나가 작은 출판사를 만든겁니다' 라고 답했다. 책이 정말 좋았다고, 그전에 발행된 것도 사볼까 싶다고 하니 이전 책들도 많이 있다며 가져다주시겠다고 했다. '우리 누나도 좋아할 겁니다!'라는 다정한 답변과 함께.

그렇게 오늘, 포포포 매거진 지난 호와,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엄마라는 유산'이라는 책을 더 선물 받았다.

감사합니다! 5호 포포포매거진은 사서 볼게요.

그중 내가 첫 번째로 펼쳐본 책은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였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둘 다 잘 해내기란 불가능의 영역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나 역시도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 워킹맘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행에 스스로 뛰어드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뭐든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았을 때,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2년 차 대리이자 14주 임산부가 되었고, 몇 개월 뒤 휴직을 앞두고 있다.


이 책은 워킹맘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인이자 엄마들, 아이를 재우고 저녁 늦은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비대면으로 이어간 인터뷰집의 내용은 책을 펼친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흡인력이 대단했다.

나는 앞선 워킹맘 선배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내가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 아니기에, '성공신화'같은 슈퍼맨 워킹맘들의 이야기 말고, 보통의 워킹맘 스토리가 궁금했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내가 궁금해하던 그런 선배들이었다. 두 마리 토끼 다 놓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계속 일을 하기 원하는 보통 엄마들의 이야기라고.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살던 사람인데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는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나는 너무 서툰 엄마일 뿐이고. ··· 이전에는 노력하면, 악으로 깡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된 이후로는 불가능의 영역에 들어간 거죠 (page.49)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어려움은 늘 존재해요. ··· 마치 내 욕심 때문에 일을 지속한다는 인상이 들 때가 있어요. ··· 저는 그런 것들을 개인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가족이나 사회가 같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요. 너무 혼자 책임지고 혼자 떠안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하고 싶어요. (page.55)

엄마로서의 일도 중요하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나가는 게 궁극적으로 나와 아이를 위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page.73)

다행히 한 군데 붙어서 다시 국회에서 일하게 됐는데요, ··· 일로 평가하겠다는 느낌이었어요. ··· 너무 과도하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이상했어요. 전 단지 애 하나 낳았을 뿐인데 왜 나를 뽑아주는 사람에게 필요 이상으로 고마워해야 하는지 씁쓸하더라고요. (page.97)

육아가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이 있는 이상 경력 단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힘들 것 같아요. ··· 제가 복직했다고 하면 '애는 어쩌고?', '애는 누가 키워?' 이런 질문 많이 받거든요. 아직은 육아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할 것 같아요. (page.101)

원래는 애는 셋을 낳아야겠다 각했어요. 그런데 낳아보니 모유 수유부터 너무 힘들더라고요.  시간을 이렇게 자유롭게   없다는  그전까지는  번도 경험해본  없잖아요. 내가  마려울  똥마저도 자유롭게 싸지 못하는 상황 ··· 아이 키우면서 분노하는 감정과 애정이 왔다 갔다 하는데  둘이 공존하는  육아라는  인정해야 하는데 분노의 감정을 자꾸 무시하다 보면 병이 생기는 거예요. (page.123)


언젠가 '' 대해서 누군가와 대화를   있었다. '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겠지만, 결국 나란 사람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되는 사람인  같다고, ''이라는 것은 나에게, 나라는 사람으로서의 자아 존재감을 부여하는 무언가   같다고.

각자 다른 환경과 직업,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인터뷰이들이 나에게  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써니 엄마'로서  살아가기 위해선, ''라는 사람이  사는   중요하다고. 일하는 엄마로, 사회에서 '써니 엄마'말고 ' 이름 석자' 살아가라고. 그리고 힘들면 언제든 힘들다 이야기하고,   있는 무엇인가라도 Speak-out 해서 우리 같이  괜찮은 엄마들로 살아가 보자고! 그것이 사실  임신일기를 시작한 이유이며, 이런 응원이 앞으로 누가 볼지 모르는  브런치를 이어나갈  있는 원동력이  것이다.


이 책이 저에게도 작은 용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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