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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Nov 25. 2022

[32주 임신일기] 바쁘다 바빠 휴직 첫 주

첫 번째 휴직 일기, 임신중독증에 대하여, 그리고 베이비샤워

31주, 출산 휴가를 시작하기 전 마지막 출근

32주, 휴직 첫 주, 아기 옷 정리하고 가구 주문하고 집 정리하고... 나 왜 바쁜 거지?



11월 7일 월요일 (32주 1일)

오늘은 월요일, 어제는 회사 입사동기의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동기들과 함께 피로연장에서 식사를 하는데, 누군가가 "내일 월요일이네..."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들은 모두가 갑자기 피곤해하며 표정이 어둡게 변했지만 나는 "나는 내일 회사 안 가!"라고 그들을 놀리듯 말했다. 임신만 아니었다면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었겠지만, 다행히도 동기들은 너그러웠다...

SORRY...

그렇게 모두가 괴로워하는 월요일이지만, 나는 그들보다는 편안한 아침을 맞이했다. 여전히 밤잠은 설치고, 화장실이 가고 싶어 꼭 1번 이상은 깨며, 요즘은 부쩍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너무 아파(정확히는 등이 아픈 것에 가깝다.) 새벽에 뒤척이다 보면 잠이 달아나버리기도 부지기수다. 망가진 것 같은 오른쪽 고관절 때문에 자다가 뒤척이는 것도 아플 때가 많고, 왜 뱃속 아기는 내가 자려고 하면 유독 격하게 태동하는 것인지,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출근 안 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용서된다.


우리 집은 결혼 전 입주 때부터 방 하나를 아기 방으로 사용하려고 비워두었다. 그런데 이 아기방에 지금까지 주변 분들에게 받아온 아기 물건들이 난잡하게 널브러져 있어서 정리가 시급했다. 정리를 해볼까 하고, 일단은 받아온 물건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꺼내보았다. 생각보다 아기 옷이 정말 많았다. 아직 아기 옷이 얼마나 필요한지 전혀 감이 안 오지만, 적어도 돌 때까지는 옷을 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써니를 향한 고마운 마음들, 태어나기 전부터 이렇게 너를 향한 다정한 마음들이 네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까? 

몸이 더 무거워지기 전에 아기 옷 빨래를 미리 해두어야 하는데,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이럴 때 찾게 되는 사람, 엄마다. 엄마는 다음 주 중에 하루, 우리 집에 와서 빨래를 도와주기로 했다. 아기 옷을 헤집어 놓으니 오히려 방이 더 어질러진 느낌이다. 치우려고 시작한 건데, 흠...

이 날 먹은 루꼴라 피자, 맛있었다!

남편이 퇴근하고 저녁식사는 외식이다. 외식은 이태리 음식, 그런데 한국시리즈를 곁들인... 내가 오랫동안 응원하고 있는 SSG 랜더스의 우승을 기원하며 5:4 승리로 마무리! 


11월 8일 화요일 (32주 2일)

어제에 이어 집을 다시 뒤엎었다. 지난여름, 우리 집에 누수가 발생해 누수 공사를 몇 주 전 마치고, 새로 도배를 해야 했다. 도배할 방은 드레스룸으로, 행거와 거기에 걸린 옷들로 벽 한 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휴직하고 집을 정리하는 김에, 오랫동안 입지 않은 옷은 싹 다 처분하고, 행거는 중고로 처분해버리기로 했다. 나머지 옷들은 침실의 붙박이장으로 모두 옮기고, 수납할 수 있는 옷들은 5단 서랍장을 하나 더 구매해 깔끔하게 정리하기로.

한쪽 벽면을 장식하던 행거를 치워버렸다. 방이 더 넓어진 느낌.

나는 옷에 욕심이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라 내 옷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안 입는 옷을 정리해보니 그 양이 꽤 되었다. 상태가 좋아도 앞으로도 입지 않을 것 같은 옷들까지 싹 정리하고 보니, 그냥 헌옷수거함에 넣어버리긴 조금 아쉬운 옷들이 많았다. 중고로 팔아볼까 했지만, 고작 얼마 벌어보겠다고 중고거래에 드는 품이 더 들 것 같아 결국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할 양이 3박스 이상 되는 경우 집까지 방문 수거 요청을 할 수 있는데, 한 박스라고 하면, 가정용 전자레인지가 들어갈 정도의 박스 크기로 생각하면 된다. 크기는 대충 그렇게 생각하고 굳이 박스가 아니더라도 괜찮아서 평소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는 큰 비닐에 가득 담아보니 대강 4박스 정도의 양이 모였다. 인터넷으로 수거 날짜를 미리 예약해두고, 집 앞에 '아름다운 가게 기부 물품'이라고 적어서 내놓으면 알아서 수거해간다. 

이렇게 4박스 분량이 나왔다. 왼쪽은 아예 못 입는 옷으로 일반쓰레기로 분류하여 버렸다.

그렇게 좀 비워내고 나니 드레스룸이 정리되었다. 오늘도 드러누워 쉬기는커녕 무리했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저녁이 되니 기진맥진이다. 아직 정리할 게 많이 남았는데...


11월 9일 수요일 (32주 3일)

오전에 필라테스 수업이 있었다. 주수가 증가할수록, 맨몸 운동만 하더라도 뱃속 아기와 양수 무게 때문에 훨씬 더 버겁고,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허리가 더 꺾이기 쉽고 목은 거북목처럼 앞으로 점점 나오며, 발의 아치도 많이 무너진다. 그래도 운동을 꾸준히 해왔고, 강사님이 완급 조절을 잘해주고 있어 운동이 많이 버겁지는 않다. 막달까지 꾸준히 운동하다가, 출산하고 산욕기가 지난 다음, 산후 관리에도 필라테스 수업을 꾸준히 들을 생각이다. 그때까지 1:1 수업으로 충분히 몸이 회복되고 나면, 다시 그룹수업으로 돌아가야지. 체중이 많이 늘지 않아서 (임신 전보다 +5kg 미만으로 증가했다.) 다행이다. 내가 먹는 걸 조절하고, 운동량이 충분했다기보다, 사실 먹는 양 자체가 줄어버렸고, 조금만 양껏 먹어도 얹혀버리는 바람에 많이 먹는 것 자체가 불가했다.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오후에는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있었다. 29주에 병원에 갔다가 3주 만에 가는 병원, 오늘은 남편과 함께다. 이번 검진부터는 예진 때 매번 소변 검사를 해서 단백뇨 여부를 검사하는데, 이는 임신중독증 발견을 위해서다. 혈압은 임신 이후 꾸준히 예진 때마다 재고 있다. 

처음에 쟀을 때 수축기 150 가까이 나와서 깜짝 놀라 다르 팔로 다시 쟀는데 여전히 140에 가까운 수치. 계단으로 올라와서 그런가?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다가 세 번째 쟀을 때에야 정상 수치가 나왔다. 휴, 임신 후기 고혈압은 너무 무섭다.


아래의 의학적 내용은 '우리동네 산부인과, 우리동산'의 위 영상 내용을 참고했다. 

임신성 고혈압 (임신중독증, 자간전증=전자간증, 자간증)

임신성 고혈압은, 임신 전에는 정상 혈압이었으나 임신 20주 이후 혈압이 높아졌다가 분만 이후 12주 이내에 정상 혈압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말한다. 임신성 고혈압에 다른 전신 질환을 동반하면 임신중독증으로 분류하며, 임신중독증은 전자간증 또는 자간전증이라고 하기도 한다.

임신 중 경련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자간증'이라고 하고, 임신중독증은 '자간증 전에' 오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임신 20주 이후 혈압이 올라가면서 다른 전신질환을 동반하여 간, 콩팥(신장), 뇌 혈류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임신중독증으로 진단한다. 따라서 임신중독증(toxemias of pregnancy)은 알코올 중독증처럼 무언가에 중독되어(addicted) 발생하는 게 아니라, 임신을 하면서 발생하는 독소에 중독되어(toxemic) 온몸의 장기가 손상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용어이다.

임신성 고혈압은 수축기 140, 이완기 90 이상일 때 진단하며, 일상적으로 진단하는 고혈압 기준과 비슷하다. 원래 산모들은 임신 초중반에 혈압이 약간 내려갔다가, 중후반기가 되면서 원래 자기 혈압으로 돌아오는데 이때 급격하게 올라가게 되면 문제가 된다. 예전에는 단백뇨를 기준으로 많이 삼았으나, 요즘은 단백뇨가 검출되지 않아도 간수치가 상승하거나, 혈소판에 이상이 있거나, 신장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자간전증을 의심한다. 단백뇨가 나오지 않아도 자간전증이 진단되는 경우가 있어 진단 방법이 조금 바뀌었으나, 그래도 여전히 단백뇨 검사는 중요하다. 

임신중독증에 취약한 산모 특징으로는 만 35세 이상, 현성 당뇨 또는 임신성 당뇨, 비만, 다태아 산모인 경우가 있으며, 이전 임신에서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은 경우 다음 임신에서 임신중독증일 확률이 8배 증가한다. 이러한 임신중독증 고위험군 산모들에게는 예방적으로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처방하기도 한다.

임신중독증은 모성사망 3대 원인(출혈, 감염, 임신중독증) 중 하나로 산모와 아기에게 모두 치명적이다. 산모의 혈압이 높으면 아기에게 혈류가 잘 안 가서 태아 성장지연이 발생할 수 있고, 20주 초기에 임신중독증에 걸리면 26~28주에 조산할 수도 있다. 전자간증이 자간증으로 이어져 산모가 경련을 하게 되면 숨을 못 쉬고, 아기도 숨을 쉬지 못한다. 둘 다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임신중독증은 분만이 치료법으로, 산모가 전자간증이 중증인 경우 주수에 상관없이 산모를 살리기 위하여 임신을 종결(Termination of pregnancy)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산부인과 의사 양석형과 소아과 의사 안정원이 대립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케이스에 해당한다. 산모는 하루라도 더 빨리 임신을 종결해야 하고, 아기는 하루라도 더 끌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산부인과 의사와 소아과 의사의 고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현실 케이스에서도 이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이 아주 어렵다고 한다. 

14:43부터 위 내용이 나온다!

원래부터 혈압이 좀 높은 경우 평소 혈압을 자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고, 임신 중 갑자기 하루 만에 체중이 1kg 이상 증가했다거나, 지나치게 많이 붓는 경우 임신성 고혈압에서 임신 중독증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으므로 바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은 산모가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시야 장애(뿌옇게 보이거나 황색으로 보이는 경우), 명치 통증이 발생하면 중증 전자간증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초응급이므로 바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써니는 아주 잘 크고 있었다. 단지 머리가 주수보다 커서(...) 우리 부부는 서로 너 때문(?)이 아니냐며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태어날 때 무려 3.9kg였다. 아마 나 때문인가... 유전인 건가...

다음 검진은 2주 뒤인 34주다. 어느덧 8개월을 꽉 채운 임산부가 되었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몸을 갈아 아기를 키운 나,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조금만 더 힘내자!

병원 진료가 끝나고 남편과 함께 우동집에 들렀다. 아주 맛있었다!


11월 12일 토요일 (32주 6일)

주말을 맞아 자주 보지 못했던 퇴사한 입사 동기들을 포함하여 여직원 동기 모임을 하는 날, 서울의 호텔에서 호캉스를 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여러 번 환승해서 가는 건 나에게 도저히 무리라, 차라리 운전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차를 몰고 나섰는데, 웬걸, 운전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 확실히 임신 후기에는 초행길 운전은 피하라고 하는 말들이 맞는 게 순간 판단력이 조금 느려진 느낌이다. 길도 2번이나 헤매고, 반응 속도도 좀 느려져 예전에 성질부리며 운전하던 습관대로 한다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요새 약간 시력도 떨어지고, 귀도 자주 먹먹한데 판단력까지 흐려지다니... 노화 체험인 건가...

약속시간이 5시였는데, 나는 길을 잘못 들어 돌고 돌아 6시에나 도착했다. 다들 호텔에서 먼저 쉬고 있겠거니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도착했는데, 깜짝 파티를 준비해주었다. 3시부터 와서 풍선을 불고 파티를 준비했다는 동기들... 아기 덕분에 이런 호사스러움도 누려보다니 여러모로 모두에게 고맙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밤이 저물어간다. 이렇게 좋은 이모들이 있어 엄마는 정말 행복하다~! 

Hello SUNN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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