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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은 Jul 07. 2020

마음이 기우는 방향으로

내가 사랑하는 나의 모습 한 가지

버티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상사와 마지막으로 면담을 했다. “그래서 앞으로 뭐하려고?” 설마 이 질문을 할 줄이야 말문이 막혔다. 변변한 대답이 없는 나에게 그는 채근하듯 한번 더 물었다. 본인 살길 찾아 혼자만 승진해서 관계사로 전출 간 상사에게 내가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어 보였다. 책임질 행동 없는 걱정을 가장한 질문에 꾹 눌러두었던 원망의 마음에 불꽃이 일었다.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는 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취미 생활하지 말고 돈 벌 수 있는 일을 해.” 분명 나를 위한다고 한 말일 텐데, 그 말에 내 마음을 찌르는 반감이 생긴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집에서 뭐해?” 한 사람이 내뱉은 말들은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돈을 벌기 위해 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모르는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특별한 재능이 없는 나 같은 보통사람도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건지 물음표가 계속 따라온다. 무언가 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남겨두지 않고 나를 담금질하며 앞으로 나아가지만 마지막까지 꿈이라는 문을 열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한정된 시간과 체력을 투자하는 일이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을 나는 언제까지 멈추지 않고 할 수 있을까?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보내는 지금의 내가 좋다. 가까운 사람들의 걱정 어린 충고를 듣는 일이 서글플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한다. ‘걱정 마. 내가 나중에 돈 빌려 달라는 말은 안 할게.’


매일 운동을 하고 읽고 쓴다. 그리고 이 생활을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돈을 아낀다. 늘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던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 그것만으로도 벅찬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에도 무리하지 않으려 의식한다. 슬럼프가 찾아온 것 같은 날엔 무거운 몸과 마음을 일으켜 그 날의 목표치를 채운다. 그렇게 기복 없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애쓴다.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쓰기 위해 마음이 맞은 사람들과 모여 함께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기로 했다. 이왕 글을 쓰는 김에 공모전에 응모하자고 제안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던데 나는 항상 주인공 친구의 역할을 맡는다. 먼저 하나의 문턱을 넘은 지인에게 축하하는 마음과 부러운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공모전에 뽑힐 만큼 잘 쓰지 못하면서 계속 쓰는 게 맞는 건지 회의감에 마음이 한없이 주저앉는다. 그런 내가 견디기 어렵게 못나 보인다. 혼자서 조용히 공모전에 응모하고 떨어졌다면 마음의 타격을 덜 받았을까? 스스로 경쟁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왜 전체 응모자 중에서 극소수만이 당선, 합격되는 길을 가고 있는 걸까? 그러나 포기할 수 없다면 계속 도전해야지 어쩌겠는가, 낙담한 나를 다독여야 했다. 게임을 하면서도 깨닫는 인생의 진리가 있다. 실패했을 때 다시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장점을 많이 가진 내 곁의 사람을 보며 질투에 함몰되기보단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스스로를 채근하지 않고 영글수 있는 시간을 주자고 되새긴다. 앞으로 2년. 그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헤매는 여행을 하며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래야만 나의 한계를 깨닫고 쓰기를 취미로 삼기로 했을 때 미련이나 후회가 없을 테니. 다행히 여행 중에 발견하는 기쁨이 있고 그 기쁨이 나의 새로운 동력이 되어준다. 아이를 키우며 해야 할 일부터 부지런히 처리하고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 습관과 신뢰. 나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며 쓰기를 되풀이한다. 아주 작은 싹이라도 틔울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며. 스스로를 잘 믿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조금씩 쌓인 시간의 힘은 믿기로 했다. 쓰기는 어쩔 수 없이 나를 드러내는 일이므로,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중간 과정에서는 모든 것이 실패로 보인다고 했지. 누가 뭐라 하든 나는 지금 나의 장기 프로젝트의 퍼즐을 하나씩 차분히 맞춰가고 있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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