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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08. 2023

[특집] 불포화 지방에 대한 팩트 체크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아무래도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지방에 대한 잘못된 상식 바로잡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Q. 불포화지방이 좋고 포화지방이 안 좋은 거 아닌가?


 A, 정말 널리 퍼져있는 잘못된 지식이다. 이 지식 또한 엔셀 키스 박사가 만들어낸 문제인데, 엔셀 키스는 동물성 지방 = 포화 지방, 식물성 지방 = 불포화 지방이라고 동일시했다. 그래서 이탈리아 장수 노인들이 식물성 지방인 올리브유를 많이 섭취하면서 건강을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먼저 포화 / 불포화는 혈관에서 엉겨 붙고, 흐르고의 이야기가 아니다. 화학을 공부해 본 적 없다면 조금 어려운 이야기지만, 지방은 탄소와 수소, 산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탄소의 결합 고리가 단일 결합이면 포화 지방, 이중 또는 삼중결합이 있으면 불포화 지방으로 분류한다. 그뿐이다. 이중/삼중결합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그리고 이 차이는, 우리가 아는 상식과는 전혀 반대의 과학적 결론을 가진다. 간단한 화학 지식인데, 이중 또는 삼중결합은, 단일 결합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 이야기는 즉, 불포화 지방이 더 불안정한 지방이며, 빠르게 산패된다는 이야기다. 포화 지방은 그 자체로 굉장히 안정적인 결합이기 때문에 산화되는 경향이 적고, 가열이나 산소 노출에 훨씬 강하다. 우리가 고기는 당연히 구워 먹지만, 가열 요리에 올리브유를 쓰지 말라는 지침은 여기서 출발한다.


 양질의 포화 지방은 안전한 지방이다. 불포화 지방은 어떨까. 먼저, 불안정한 연결고리가 하나만 있는 불포화 지방이 있다. 이를 단일불포화지방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올리브유가 있다. 불안정 고리가 하나라는 것은 그만큼 산패의 정도가 적다고 봐도 된다. 그나마도 산패시키지 않고 저온에서 신선하게 먹으면, 이것은 정말 너무나 좋은 영양소가 된다. 


 문제는 불안정한 연결고리가 많은 불포화 지방이다. 너무나 많이 사용되는 일반적인 식물성 기름은 모두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를 우리는 다가불포화지방이라고 한다. 아는 식용 기름을 말해보자. 카놀라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콩기름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전부 다가불포화지방이다. 개인적인 감정을 실어서 이야기하자면, 이것들은 평생 안 먹을 수 있다면 안 먹는 게 좋은 지방이다. 내 브런치북 [뚱땡이지만 존중해 주시죠] 7화 "그래서 커피가 몸에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에서, 나는 자본이 얼마나 식품에 대한 정보를 오염시킬 있는지를 역설한 바 있는데, 이 다가불포화지방이 정말 대표적인 사례다. 


 식물성 기름의 출발점은, 목화 가공이다. 목화씨에서 면직물을 뽑아내고 남은 부산물인 면실유는, 적당히 싸구려 음식들의 재료로 사용되었는데, 이것이 영국의 피시 앤 칩스, 미국 남부의 닭튀김 요리이다. 면 가공이 많아질수록 면실유의 처리가 곤란해지면서, 이를 적절히 판매하고 싶었던 회사들은 '식물성 기름'이라 몸에 좋다는 마케팅과 함께 이를 식용으로 대량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를 주도한 회사는 프록터 앤 갬블. P&G이다. P&G는 면실유에 수소를 첨가하여 경화시키면서, 동물성 지방이 없는 건강한 기름이라며 '쇼트닝'을 판매했고, 먹거리에 존재하는 트랜스지방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 P&G는 미국심장학회에 거액의 기부를 하면서, 이때부터 식탁 위에 동물성 지방 몰아내기가 시작된다. 서두에 언급했던 엔셀 키스의 주장은 여기에 딱 들어맞았고,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미국과 호주에서 정부 차원의 식단 지침이 나오기에 이르렀는데, 역시나 동물성 지방 대신 식물성 지방을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이 시점부터 향후 수십 년간의 통계자료가 증명하듯, 미국과 호주의 심장병 발병률은 폭증하기 시작한다.


 이 외에도, 마가린은 프랑스의 양초 회사가 공정 개선을 통해 만들어 낸 제품이다. 다만 이 제품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통하지 않았고, 네덜란드 회사로 인수되는데, 이 회사는 지금의 거대 생필품 기업인 유니레버이다.


이후 고올레산해바라기씨유나, 팜유 등 여러 가지 개선된 식물성 기름의 대량 양산과 유통이 이뤄지고 있지만, 명백한 팩트는 하나다. 불포화 지방 중 안전한 것은 단일불포화지방뿐이며, 이를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엑스트라 버진 아보카도유, 가공되지 않은 카카오버터나 카카오파우더, 카카오닙스 등이다. 비율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한국 음식 중에는 저온 압착 들기름이 있다. 이 모든 기름들도, 햇빛에 노출되지 않는 어두운 병에 포장되고, 열에 노출되지 않았으며, 산소와 접촉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힘주어 이야기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나누는 것은, 여러분이 화학자가 아닌 이상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소비자이고, 소비자로서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건강한 것과 건강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냐는 것, 무엇이 싸고 무엇이 비싼 것이냐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안타깝게도 몸에 좋은 양질의 포화지방(질 좋은 버터 등)이나 단일불포화지방은 비싸다. 다가불포화지방은 싸고 접근성이 좋다. 그래도 우리는 전자를 선택해야 더 천천히 늙고, 더 아프지 않고, 더 가볍고 성능 좋은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


 다음 이유는, 앞으로 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갈 때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탄수화물보다 지방이 좋다고 무지성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보이고, 지방이면 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되어, 그 오해를 미리 막고 싶다. 이 시리즈의 다이어트 식이요법의 핵심은, 탄수화물의 강력한 제한과 함께 양질의 건강한 지방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저탄고지, LCHF, 간헐적 단식, 케톤식을 한다면서, 지방은 무조건 좋다며 기름진 음식을 선별하지 않고 먹는 경우들이 많다. 이는 명백하게 몸을 해칠 수 있는 행위이며,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지방의 질(quality)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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