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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08. 2023

당 떨어졌다는 얘기

4일 차. 뚱땡이는 당이 필요 없다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고등 생물이 세포에서 에너지는 TCA 회로 시트르산 회로, 구연산 회로, 혹은 크렙스 회로라고도 불린다 에서 당을 쪼갠 조각을 가지고 놀면서 발생한다. 자세한 과정은 복잡하니 알 필요는 없다. 아무튼 에너지를 내는데 당을 쪼갠 걸 쓴다고 하니 우리는 힘낸다고 자꾸 당, 또는 당의 복합체인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TCA 회로는 당만 손님으로 받을까, 그렇지 않다. 영양소별 평균적인 열량을 배울 때, 우리는 탄수화물은 1g당 4kcal, 지방은 9kcal라고 배운다. 그럼 지방도 TCA 회로에 입장해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방법을 알아보자.






 체지방이 분해되면 지방산과 글리세롤이 된다. 이 둘은 모두 에너지를 만드는데 쓰이는데, 먼저 글리세롤은 간으로 가서 포도당을 합성하는데 쓰인다. 이게 바로 뚱뚱한 사람이 굳이 탄수화물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다. 추가적으로 당 또는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혈당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든든한 우리의 군살이 포도당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글리세롤은 포도당으로 바뀌어서, 적혈구 같은 미토콘드리아 없이 에너지를 내야 하는 녀석들이나, 뇌신경세포등의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그럼 남은 지방산은 어떻게 될까. 지방산은 케톤이라는 녀석으로 분해되어 포도당 대신 미토콘드리아의 TCA 회로에 투입된다. 케톤은 베타 하이드록시부티르산, 아세토아세트산, 아세톤 의 총칭인데, 알 필요 없다. 어쨌든 이 녀석은 포도당 대신 직접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이래저래 포도당 하나보다 에너지를 내는 방식도 여러 가지라, 탄수화물보다 지방이 단위 칼로리가 높은 것이다.


 어려운 얘기가 많았는데, 다시 돌아와 보자. 한두 끼만 굶어도 당 떨어진다며 현기증 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리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우리 몸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섬세하게 느껴봐야 한다. 과연 지금 당이 떨어져서 몸이 위기인 건가, 아니면 그냥 뭔가를 먹고 싶은 것인가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나는 매 끼니를 적게 먹고 운동하라는 다이어트 방식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식욕이라는 강력한 적은, 내 의지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식욕을 부추기는 호르몬 앞에 우리는 나약한 존재이고, 그것을 통제하려면 결국 호르몬을 통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매 끼니 골고루, 보건복지부 영양소 섭취 기준을 따른다면, 우리는 절대 호르몬을 통제할 수 없다. 반드시 패배할 것이고, 또 주변에서는 의지박약이라는 얘기를 듣고, 스스로는 자괴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다음을 살펴보자. 이건 2020년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표다.



 전체 섭취 열량 중 탄수화물을 50% 넘게 먹으라고 되어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권고를 따라가면, 여러분은 절대로 살을 뺄 수 없다. 지방 섭취를 줄이고 탄수화물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라는 권고는, WHO나 미 FDA에서 과거 앤셀 키스라는 학자의 조작된 논문에 기반한 기준이다. 1950년대에 주장된 이 논리는 식품 가공업계의 이해관계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건강한 지방은 쉽게 산화되고, 맛을 내기 위한 단가가 비싼 반면에, 액상과당 등 정제탄수화물은 단가가 저렴하고 맛을 내기 좋다. 가공 식품 업계의 전폭적인 로비와 지지를 받은 이 이론은 지방을 악당으로 매도했고, 이러한 시각은 현재까지도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 기준표를 제작한 학자분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타 국가와 다른 독자적인 기준을 가지고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 아직까지 장기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 기준을 과감하게 바꾸지 못하고 계신 것임이 분명하다.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앞서 말했듯, 초장기에 걸친 연구결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수화물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과정은 명확하게 문제점들이 밝혀져 있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식욕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탄수화물의 처리와 대사과정에서 인슐린 등 각종 호르몬들이 작용을 하고, 반복된 탄수화물의 처리는 학습된 호르몬 반응으로 인해 다시 식욕을 자극한다. 매 끼니 전체 칼로리의 50% 이상을 탄수화물로 섭취하면서 식욕이 감소하길 바라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그에 비해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대사과정에서는 인슐린의 변동이 거의 없다. 그리고 여러분이 충분히 뚱뚱하다면, 체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상황에서는 지방의 공급이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내장 지방은 정말 훌륭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당의 공급을 자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식욕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정리해 보자. 우리는 지금 질병이 없는 뚱뚱한 사람임을 전제하고 있다. 이 경우, 탄수화물 섭취가 거의 없어도 혈당은 위험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처음 36시간, 사람에 따라 72시간의 단식은, 격렬한 몸과 마음의 저항에 부딪힌다. 혈당과 글리코겐이 소진되면서, 빨리 몸에서 당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격렬한 저항기를 지나, 여러분의 내장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몸은 비로소 평화를 찾게 될 것이다. 문제는, 결국 어떻게 그 마의 36~72시간을 버티냐는 것인데,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다뤄보겠다. 





4일 차 체중 : 104kg (어제보다 -1kg / 목표 체중까지 24.9kg 남음)

 - 아침 공복 혈당 112mg/dL (아이가 울어서 잠을 거의 자지 못함) 

 - 호흡 케톤 : 3주 차에 케토시스 진입 확인용으로 측정 예정

 - 4일 차 식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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