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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08. 2023

4kg가 빠졌다

3일 차. 벌써 이만큼 빠졌다고?

 다이어트 시작한 지 3일 차, 벌써 4kg가 빠졌다. 반복된 다이어트 경험으로, 이제는 안다. 살은 안 빠졌다. 이건 단지 단식으로 인해 내 몸의 혈당, 근육에 로딩되었던 글리코겐이 소모된 것이고, 탄수화물 투입량이 적어 인슐린 분비가 줄면서 소듐(나트륨) 배출과 함께 수분을 상실한 것이다. 말이 어려운데, 간략하게 알아보자.


 




 우리 몸은 정말 오래 먹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게 설계되어 있고, 오랜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우리 선조들은 며칠 굶는 건 평범한 일이었고, 농경과 목축이 없던 시절의 겨울에는 한 달도 굶었을 테지만, 인류는 멸망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 중증 질환이 있거나, 임신부/ 수유부/ 성장기 아동청소년이 아니라면 단식은 굉장히 안전하다.


 깊이 들어가기 전에, 당과 글리코겐, 그리고 체지방의 관계를 잠깐 알아보자. 간단하게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당은 현금, 글리코겐은 은행 예금 정도가 될 것이다. 체지방은 부동산 정도 되겠다. 현금이 충분하면 예금을 인출할 필요가 없고, 부동산은 더더욱 매각할 필요가 없다. 혈당이 충분할 때 우리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굳이 체지방을 연소하지도, 글리코겐을 분해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체지방을 줄이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방법은 현금 부족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단식을 시작하면 현금의 추가 투입이 없기 때문에, 초기에는 가진 현금을 써야 한다. 즉 혈당이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몸은 항상성 유지를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혈당의 마지노선이 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일정 수준이 되면 체내 축적된 글리코겐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데 사용하게 된다. 글리코겐은 보통 간과 근육에 축적되어 있어서, 근육 내 글리코겐이 분해되면 외부적으로 사람의 부피가 줄어들게 되는데, 다이어트 초기에 급격한 체중변화와 함께 외관상 감량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이것이다. 근육 사이사이를 빵빵하게 채워줬던 글리코겐이 빠지면서, 근육 전체의 부피가 감소함에 따라, 혹자는 이걸 근손실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잘 읽어보면 근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더 있다. 단식으로 인해 혈당의 추가 투입이 없으면, 우리 몸에서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나오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가 줄어든다. 인슐린은 적정 수준 이상의 혈당을 글리코겐으로 전환하는 호르몬인데, 그 외에도 무기질을 세포 내로 전달하는 작용을 한다. Na-K Pump 같은 이론이 있지만, 중요하지 않고, 결국 혈당 감소로 인슐린 분비가 줄면, 몸에서는 소듐(나트륨)을 잡아두지 못하게 된다. 소듐이 신장을 통해서 배출되는 과정에서 몸은 항상성 유지를 위해 체액 농도를 맞추려 하고, 이는 수분이 소듐과 함께 배출된다는 것을 뜻한다. 즉, 단식을 하면 수분도 함께 상실된다는 이야기이다. 


 혈당과 글리코겐의 감소, 아울러 소듐과 수분의 감소까지 합해지면, 몸은 급격한 체중 변화와 외관상의 감량 효과를 보이게 된다. 모델이나 연예인들이 촬영 전날부터 금식하는 것도 이러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이다. 매우 극단적인 것 같지만, 사실 이 과정은 혈당과 인슐린을 안정화하고 체내 부종을 없앤다는 점에서 굉장히 건전한 과정이다. 문제 되는 것은 우리의 단식에 대한 공포와 공복에 대한 스트레스일 뿐이다.







 단식을 통해 혈당이 감소하고, 글리코겐이 분해되어, 더 이상 은행 예금을 인출할 수 없는 시점이 되면, 몸은 부동산을 팔아서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즉, 체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를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부동산 거래는 굉장히 진입장벽이 높고, 거래비용이 커서, 함부로 하지 않는다. 우리 몸에서 체지방을 분해하는 과정도 함부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혈당과 글리코겐으로 버틸 때까지 버텨보고 도저히 안될 때 우리 몸은 체지방을 케톤으로 분해해서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은 다음 편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나의 경우, 비대한 몸에 걸맞게 정말 많은 양의 글리코겐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 이틀의 단식으로는 글리코겐이 소진되지 않는다. 이는 아침마다 측정하는 혈당이 여전히 정상 또는 높은 수치로 나오는 것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그리고 오늘은, 원래 계획과 다르게 후배가 사 준 소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아마 혈당과 글리코겐의 소진 시점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3일 차 체중 : 105kg (어제보다 -2.4kg / 목표 체중까지 25.9kg 남음)

 - 아침 공복 혈당 103mg/dL 

 - 호흡 케톤 : 3주 차에 케토시스 진입 확인용으로 측정 예정

 - 3일 차 식사 저녁으로 안창살, 갈비, 치맛살과 잡채, 곤드레나물, 양상추, 잡곡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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