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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y 09. 2023

배고픔을 이겨내는 법

5일 차. 고생하지 않는 단식

 다이어트는 5일 차이지만, 3일 차 저녁으로 소고기와 기타 등등을 먹었기 때문에, 단식 시간은 이제 42시간 정도 되었다. 내 혈당과 글리코겐이 소진되는데 더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침에 케톤을 호흡측정기로 측정해 보았더니, 무려 40ppm이나 나왔다. 강력한 케토시스 상태이고, 체지방이 시간당 10g 이상 분해되는 상태임을 의미한다. 하루는 24시간이니, 이 레벨을 유지한다면 하루에 240g의 순수 체지방이 분해되는 것이다. 10일이면 2.4kg의 순수 체지방이 분해될 것이다. 계획 이상의 성과가 날 때는 항상 기분이 좋다.






 이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단식은 처음 36시간이 굉장히 힘들다. 나의 경우 어제 자정이 36시간째였는데, 어제는 많은 일을 하지 못했다. 현재 나는 출산휴가 중이며, 모유 수유로 고군분투 중인 아내를 챙기면서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어제는 처음으로 기저귀 삶는 것도 하지 못했고, 아기 목욕도 하루 미뤘다. 그만큼 기운이 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늘 아침에는, 3시간 밖에 못 자고 일어났는데도, 새벽부터 빨래 돌리고, 기저귀 삶고, 바닥 물청소에, 오이소박이를 담고, 천일염에 고추를 삭히고, 아내 아침밥으로 목살 스테이크와 버터헤드 레튜스 샐러드를 만들고, 집 정리를 계속하는데도 전혀 힘들지도 않고 식욕도 생기지 않았다. 아 오셨다! 는 생각에 케톤을 측정해 보았더니, 글 서두에서처럼 케토시스에 진입을 한 것이었다.


 이 느낌은 형언하기 힘들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힘이 넘치고, 뭐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냐는 말을 한다. 마음 같아서는 이렇게 한 달도 단식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것은 뚱뚱한 사람만이 느껴볼 수 있는 특권이다. 물론 마른 사람도, 케톤식을 통해 이런 고에너지 상태를 유지할 있다. 하지만 나처럼 뚱뚱한 사람은, 비용조차 들지 않으면서 무료로 사용할 있는 나의 군살들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고, 나도 케토시스에 진입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식 초기 마의 36시간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이는 유명 대학병원의 케톤식 가이드를 참조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소아뇌전증, 흔히들 간질발작으로 알고 있는 질환에 대해, 케톤식을 통해 인위적 케토시스 상태를 만들게 되면, 증세가 호전된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병원에서도 약물로 개선되지 않는 아이에게 케톤식을 처방하고 있는데, 검색창에 '케톤식'만 검색해 봐도 가이드를 확인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일단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보자.


[삼성서울병원 영양팀의 케톤식 허용/제한식품 가이드]


 위 표에서 허용식품으로 되어있는 것들은, 우리가 단식할 때 먹어도 케토시스로 향하는 길을 방해하지 않고, 나아가 케토시스 상태의 유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저렇게 나열하면 썩 와닿지는 않는데, 간단히 정리해 보자.


1. 무가당 젤라틴 + 육수 + 소금 + 실파 + 후추 = 도가니탕 (직접 만들어 먹으면 O, 판매품은 X)


2. 차, 커피 = 홍차, 녹차,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드립 커피 (당연히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것)


3. 식초 = 애플사이다식초 + 탄산수(향 첨가 가능) + 얼음


 직접 만든 도가니탕은 단식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감동적인 음식인가, 먹었는데 단식이라니. 하지만 도가니탕 가게에 가서 먹거나 포장/배달해서 먹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판매 음식에는 당이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2번과 3번을 애용한다. 아침에는 아메리카노 한잔과 카카오닙스 한 큰 술을 먹는다. 보통 성인에게는 카페인이 에스프레소 기준으로 4샷 이하가 권장되는데, 그래서 나는 샷을 기준으로 하루동안 마실 커피를 배치한다. 오후 2시 이후에는 커피를 먹지 않는 것이 좋으니, 시작은 오전 5시에 1샷, 마지막은 오후 2시 1샷으로 잡고, 오전 중에 사무실에서 1샷을 두 번 마시거나, 커피전문점 커피에서 더블샷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단식 기간에는 영양제조차도 고마운 법이다. 나는 뚱땡이의 대표 질환인 지방간을 가지고 있어서, 별 의미는 없겠지만 실리마린(밀크시슬)과 우르소데옥시콜산(우루사)을 챙겨 먹는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원시시대의 포타슘:소듐 섭취 비율을 유사하게 가져가기 위해 포타슘(칼륨)도 챙겨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식약처 권고사항대로 비타민D 10,000IU를 3일에 한 번 복용한다. 이 4가지 영양제가 내가 먹는 영양제의 전부이다. 영양제의 필요성과 과잉 수요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이야기할 예정이다.


 아무튼 이 영양제를 한 번에 먹는 시간도 단식 초기 36시간에는 굉장히 고마운 시간이다. 8시 출근해서 2시까지 커피 3샷을 배치하고, 그 사이에 영양제 먹는 시간을 배치한다. 그러면 오전은 어떻게든 버틸 수가 있다.


 오후 2시 이후는 이제 마의 시간이 된다. 솔직히 이 때는 몸에 힘이 거의 없고, 뭔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재밌는 일이나, 집중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그래서 사실 직장인의 경우 단식 초기 36시간을 평일에 배치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오후 2시 이후부터는 거의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온갖 맛과 향으로 나를 달래줘야 하는데, 위 3번이었던 식초가 도움이 된다.


 500ml 탄산수(나는 레몬향을 선호한다)에, 애플사이다식초 15~20ml 정도를 희석하고, 얼음을 넣어서 흔들어 마시면 꽤 맛있는 음료가 된다. 나는 오후에 이 탄산수 조합을 4번 정도 마시는데, 그러면 물도 2L 정도 섭취하게 되고, 식초는 거의 100ml 가깝게 섭취하게 된다. 공복을 버티고자 먹었지만 사실상 몸에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과정이다.


 맛에 대한 갈망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소금을 먹어보자. 생각보다 많이 먹어도 된다. 어차피 단식으로 인해 탄수화물 섭취가 없다면, 우리 몸은 소금의 소듐(나트륨)을 잡아두지 못하고 배출하게 된다. 질 좋고 맛있는 트러플 소금을 조금씩 먹거나, 함초 소금, 톳 소금 등 맛있는 소금들을 맛보면서, 맛에 대한 예민함도 키워가고 단식기간 중에 발생하는 맛에 대한 갈망도 잠재울 수 있다.





 주절주절 설명한 과정은, 어떻게 보면 꽤 궁색한 과정이지만, 이렇게 어떻게든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36시간의 단식은 3일에 걸쳐 일어나는데, 전날 마지막 식사를 저녁 6시에 마쳤다면 그날 자정까지 6시간, 그리고 2일 차 24시간, 마지막으로 3일 차 아침 6시까지 단식을 36시간 단식이라 지칭하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가 견뎌야 하는 것은 하루 3끼이기 때문에, 이것만 잘 견딘다면 무슨 궁색한 일이든 못할까. 3일 차 아침에 일어난 우리는, 내가 오늘 겪은 것처럼 놀랍게 변한 본인의 몸 상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체내 잔존 혈당과 글리코겐의 양에 따라 72시간까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부터 72시간에 도전하지 말고, 한 달 동안 36시간 단식을 네 번 정도, 즉 주 1회 36시간 단식을 시도해 보면 체내 당과 글리코겐 과잉 수준이 어느 정도 정상화 되어, 이후부터는 36시간의 단식이면 바로 케토시스에 진입할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다.


 나는 다행히도 이 36시간을 지나, 이제는 고에너지 케토시스 상태에 진입을 했다. 오늘 아침 6시에 드립 커피 한잔을 내려먹었고, 지금 오후 1시에 이 글을 쓰면서 애플사이다식초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전혀 배고프다는 느낌은 없다. 이 높아진 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더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데 매진해 볼 생각이다.





5일 차 체중 : 102.3kg (어제보다 -1.7kg / 목표 체중까지 23.2kg 남음)

 - 아침 공복 혈당 105mg/dL (단식 중임에도 공복 혈당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대해 추후 다룰 예정이다) 

 - 호흡 케톤 : 40ppm

 - 5일 차 식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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