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원 Aug 29. 2023

의학 정보를 접하는 자세

기본이 결여된 정보의 홍수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는, 온 국민이 경제 도서를 읽어야 할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사람들은 경제와 경영, 거시경제와 미시경제, 금융과 제도를 구분하지 못하고, 비 전문가가 써낸 수많은 정보의 바다에 휩쓸렸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라는 증거가 되어, 운 좋게 돈을 번 사람도 전문가 행세를 하며 우후죽순같이 책을 써냈다. 책을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가 된 것이다.


 학문에는 소위 '기본'이라는 것이 있다. 자산 가격 결정 이론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지난 코로나 경제에서의 부동산 광풍은 소위 수십 차례나 시장에 간섭한 정책의 실수라고 비난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공급이 부족해서라고 말할 사람도 있고, 건설사를 소유한 족벌언론이 수요를 부추긴 탓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시절에는 시장 금리가 낮고 부채 사이클에서 레버리징이 정점에 이른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하면 아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답답하고 불안할 때는 즉각적인 해석과 솔루션을 원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저 수많은 원인이 상호작용하며 발생한다.






 나는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개념이 오용되는 것을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다른 요소가 모두 동일할 때, 가장 단순한 설명이 최선이다'라는 뜻을 말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오컴의 면도날은, 앞부분이 제거되어 '가장 단순한 설명이 최선이다'만 남아서, 논리적 비약을 권장하는 캠페인이 된 것 같다. 누군가가 복잡한 사회 현상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명쾌함으로 포장한 궤변을 늘어놓으면, 그게 어떤 논리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지 여러 방면에서 말해야 하는 복잡함이 발생하고, 그러면 그것은 오컴의 면도날에 위배된다며 구구절절한 변명취급을 받는다. 세상의 복잡함을 이해하고 감히 확언하지 못하는 전문가는 비주류가 되고, 단순히 한 면만 보면서 자신의 논리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주류가 되는 사회가 지금이다.






 세부 전공을 불문하고, 공학에서 폭넓게 쓰이는 수학적 기법 중에는 푸리에 분석(Fourier analysis)이라는 것이 있다. 푸리에 분석이란, 하나의 복잡한 함수가 있을 때, 이 함수를 주기성을 가진 여러 개의 함수의 합으로 가정하고, 그 함수를 찾아내는 분석이다. 잠깐 아래 그림을 보자.

사진 출처 : https://kinder-chen.medium.com/denoising-data-with-fast-fourier-transform-a81d9f38cc4c



 어려운 영어는 됐고, 저 빨간색 곡선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을 때, 저 곡선을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의 곡선이 섞여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분석하는 방법이 푸리에 분석이다. 굉장히 멋진 수학적 기법이고,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통신기기는 이 푸리에 분석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저 빨간색 곡선이 저 모양인 것은, 분홍색 화살표 방향에서 볼 때의 이야기다. 푸리에 분석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관점의 변화다. 초록색 화살표 방향에서 저 곡선을 보게 되면, 빨간색 곡선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파란색 직선, 초록색 직선, 보라색 직선만 보이게 된다. 관점을 바꿀 때, 비로소 우리는 '빨간색 곡선이 알고 보니 이 세 가지 곡선으로 이루어진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건강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건강을 유지하는 한 가지 명확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큰 오산이다. 이렇게 먹어야 건강하고, 저렇게 운동해야 건강하다고 말하는 것은, 한 가지 측면에서만 고려된 것들이 많다. 혈당을 관리하려면 저당식을 먹어야 한다고 할 것이고, 혈압을 관리하려면 짜게 먹지 말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노년 이동성의 측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조하는 의견과,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것이고, 무릎을 위해 달리기, 줄넘기, 등산을 하지 말라는 주장과, 식이섬유 섭취를 위해 현미를 권장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의견과 주장은, 그 주장이 목표로 하는 타깃 변수에 대해서만 맞는 것이다. 우리의 '건강'이라는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명확하게 해결하고 이끌어주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체중감량에 접근하는 방식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과 미토콘드리아 회복을 통해, 지방대사를 정상화하고 내장지방의 제거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단식과 간헐적 단식, 무당 또는 저당을 기반으로 하여 부족한 칼로리는 건강한 지방으로 채우는 식사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방법이 타깃 하는 결괏값은 체중이다. 오토파지와 케토시스를 통해 내장 지방의 빠른 제거를 유도하는 체중 감량 솔루션인 것이지, 무병장수의 건강을 보장하는 하나의 방법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다이어트에 참고가 많이 된 서적은, 정희원 교수님의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데이브 아스프리의 '최강의 식사', 그리고 '최강의 단식', 머콜라 박사의 '케톤 하는 몸'이다. 이 중에서 데이브 아스프리는 IT기업 CEO 출신이고, 머콜라 박사는 '정골의학 의사'라고 불리는, 한국에는 없는 미국 특유의 의사다. 정희원 교수님 하고 같은 선 상에 놓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나는 비전문가인 것이다. 데이브 아스프리와 머콜라 박사는,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자신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적절하게 정보를 가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머콜라 박사는, 미국에서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유해한 블로거로 지정되기도 한 사람이다. 나는 이 비전문가들의 책을 통해, 그동안 고민해보지 않았던 관점에서 생각하는 기회를 얻었고, 그에 대한 추가적인 공부를 통해 내게 적용할 가설을 세워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비전문가의 정보를 맹신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우리는 정보 생산의 어려움과 비용을 상상하며, 텍스트와 영상으로 전달되는 정보에 자기도 모르게 신뢰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정보의 생산은 너무나 쉽고, 비용의 문턱도 낮아졌다. 예전에는 다듬어진 지식과 사회적 권위가 정보 생산의 비용과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조건이었지만, 이젠 나 같은 비전문가도 이런 플랫폼에 너무 쉽게 글을 쓸 수 있고, 수만 명이 본다. 정보의 질과 신뢰도가 예전 같지 않은 세상이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특히 신뢰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의학 정보는, 굉장히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부분의 단순화된 문구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명료성을 띠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다차원적인 시각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고민하고, 자신의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며, 현시점에서의 나의 상태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 선생님의 의견이다.


 우리는 병원 가면 '식사 줄이고 운동하세요'라는 말을 들을게 뻔하다며, 병원을 불신한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정말 많은 위험성을 생각할 때, 그리고 알지 못하는 여러분의 모든 상황을 고려하지 못함을 감안해서 해 주시는 최선의 말씀이다. 그 말씀 안에서, 우리는 안정성을 해하지 않으면서 우리 몸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매일 치킨을 먹어서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서 근골격계는 튼튼하다면, (트랜스 지방, 다가불포화지방산이 포함된) 식사 줄이고 (달리기 같은) 운동하세요 가 되는 것이고, 빵과 과자를 먹으면서 몸에 근육이 전무한 사람이라면, (당질 위주의) 식사 줄이고,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운동하세요 가 되는 것이다.





 

 의학에 대해 우리가 쌓아야 하는 지식은, 방법이 아니라 '기본'이다. 우리의 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영양소는 어떻게 조화되어야 하고, 어떤 기작으로 생명과 건강이 유지되는지에 대한 공부다. 물론 어렵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공부하고 싶지 않다면, 비전문가가 권하는 방법을 따를 것이 아니라, 전문가인 의사 선생님의 방법을 따라야 한다. 한 가지 측면에서, 단편적인 것만 고려한 방법을 주장하는 비전문가의 말을 맹신하면 안 된다. 오컴의 면도날로 치장되어, 간편함과 단순함이라는 매력으로 포장되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가짜 지식을 경계해야 한다. '응용' 이전에 '기본'을 익히고, 무엇이 진짜 과학인지를 분간하는 사고력을 길러서, 정보의 홍수에서 가짜 지식이 내 몸을 망치지 않게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보를 감정에 의해 취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기본, 논리적 사고에 기반하여 정제해야 한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공부는 어렵다. 얻을만한 가치가 있는 지식은 쉽지 않은 법이다.



표지 사진 출처 : https://www.unesco.org/en/articles/how-spot-fake-news-and-counter-their-spread-during-covid-19?TSPD_101_R0=080713870fab2000654157e5e3ed718536e5f9fc972ba1609c3c1611a02ff72850e64d6cd785c48c08eb32ee3e14300068881544b101f5b54bb30acac663b3ee65a4f97f3670e125c1a431db6f68600fcf8f1850f9b937777b2d048c4f56e86f


매거진의 이전글 달리다 마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