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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un 21. 2021

행복한 이야기 : 주민들의 행복한 사랑방

INTERVIEW


창동역 1번 출구 아래, 어두운 길목을 환하게 비춰주는 넓은 공간인 ‘마을 북카페 행복한 이야기’가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 달콤한 과일차 향기에 조용한 북카페인가 했는데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꺄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조용히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사람들과, 작은 모임을 가지는 사람들, 카페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특강에 참여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목적을 갖고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이 채워 넣는 행복한 마음들이 가득한 공간, 행복한 이야기. 이곳의 운영을 맡은 김신애 매니저를 만나봤다.           





마을 북카페 행복한 이야기의 공간 소개를 부탁드려요.

이곳은 주민 주도적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개인이 영리 목적으로 조성한 공간이 아닌 창동역사하부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서울시와 도봉구, 지역 주민이 함께 조성한 공간이에요. 행복한 이야기에는 특히 주민들의 수요가 많이 반영되어 있어요. 개선 사업을 시작할 때 역사하부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북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 는 의견을 수렴해서 이 공간을 조성했거든요. 그래서 행복한 이야기는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이자 주민들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돕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개인 카페가 아닌 만큼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특별할 것 같은데요어떤 분들이 공간을 운영하고 있나요?

행복한 이야기는 행복중심 동북 생협에서 위탁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위탁 운영은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되는데 2013년부터 3기째 생협이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벌써 3기째 운영되다 보니 인력 구성이나 시스템은 많이 변화되고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매니저인 저를 비롯해 스텝 선생님들이 계시고, 그 외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활동가분들을 모집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행복한 이야기만의 특별한 점은 매니저와 스탭들도 단순히 이곳에 출근해 돈을 버는 직원보다는 이 공간, 그리고 이 마을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로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행복한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나요?

저희는 일단 ‘마을 북카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카페로 운영되고 있고요. 더불어 공간 안에서 다양한 상설 프로그램들이 열리고 있어요. 프로그램은 지역을 기반으로, 인문학 강좌부터 영어 읽기, 캘리그라피 등 주민들이 원하는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주민들이라면 누구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지역 활동가분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되고 있는데, 주민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해서 또다시 활동가가 되는 사례들도 많이 배출되며 탄탄하게 유지가 되고 있어요. 이외에도 지역에서는 접하기 힘든 재즈 특강이나, 만들기 특강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럼 행복한 이야기만의 대표 프로그램은 무엇일까요?

꾸준히 해왔던 것 중 대표적인 건, 제가 제일 애착이 있기도 한 ‘캔들 라이트’라는 프로그램이에요. 캔들 라이트는 마을의 작은 소모임이 행복한 이야기로 흘러들어와서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에너지 절약 차원의 불 끄기 행사를 했던 거예요. 그때는 카페를 다 소등을 하고요. 촛불을 켜고 오디오 시스템을 최소화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단순히 소등만 하는 게 아닌 지역의 예술가분들을 모셔서 시 낭송도 하고 연주도 듣고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잠시 멈추고 있긴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7년간 끊임없이 해왔어요. 

대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최근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는 프로그램도 생겼는데요. 저희 카페에 애착을 갖고 오시던 분이 알고 보니 전문적으로 상담을 하는 선생님이시더라고요. 몇 달 전에 그분이 오셔서 요즘 코로나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매주 화요일마다 봉사로 본인이 상담을 진행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저희는 너무 감사했죠. 그게 마음의 무게 덜어내기라는 프로그램인데 시국이 이렇다 보니까 이제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행복한 이야기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 메뉴를 파는 카페인데매니저님이 가장 추천하시는 카페 메뉴는 무엇일까요?

저희는 환경을 생각하고 지역에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큰 거 같아요. 그래서 커피는 공정무역 커피를 계속 사용하고 있고 친환경 먹거리를 지향하고 있어요. 저는 특히 레몬차, 유자차, 오미자차를 추천하는데, 이 메뉴들은 정직한 생산자들이 생산한 제품을 이용해서 다른 첨가물 없이 그대로 제공되고 있어요.      

이곳을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을까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손님과 관련된 일이죠. 친정엄마랑 찾아오시던 임신한 따님분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유모차에 타고, 또 그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함께 캔들라이트에 참여해 주셨던 일. 중년 남성분이 하루도 빠짐없이 와서, 늘 같은 메뉴를 시키고 몇 시간씩 공부하다 가셨는데 어느 날 오시더니 여기서 공부하면서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다고 고맙다고 하셨던 일…. 손님과 관련된 그런 소소하고 재밌는 일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또 최근에, 저희가 카페 수익금을 도봉구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실 1,2기 운영을 마무리하면서 수익금을 어디에 쓸지 정하지 못했었어요. 그러다 3기를 위탁받을 즈음에, 그 돈을 저희와 같은 마을 커뮤니티 공간에 쓰자 마음먹게 됐어요. 지역 커뮤니티 공간의 맏언니 격인 저희가 동생 공간들에게 힘들지만, 열심히 해서 같이 가보자 하는 그런 의미로 5개 공간에 지원금을 전달했어요. 민간이 민간한테 지원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거의 드문 일이라고 들어서, 그게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지금 같은 정도면 만족을 해요. 주민들이 편하게 쉬었다 가는 카페로, 작은 모임을 진행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그렇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지금 같은 정도로요. 저희도 이러한 목적이 변질되지 않게 최선을 다할거니까요.

그리고 여기가 음료를 파는 카페이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지만 여기서 일하는 저희를 직원보다는 마을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활동가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주 찾아주시는 단골분들을 보면 7년 동안 나만 이 공간에 애정이 있었던 게 아니고, 주민들도 이 공간에 애정을 품고 있구나, 하는 걸 느낄 때가 많거든요. 이렇게 이 공간을 통해 애착 관계가 형성되면서 저희는 마을에 애정을 가지는 마을 활동가로서, 주민분들은 이 공간에 애정을 가지는 이용자로서 다정한 관계를 맺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행복한 이야기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앞으로도 저희 행복한 이야기를 많이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공간을 운영하는 동안 저희는 주민분들에게 마을을 다해서 열심히 활동할게요. 주민분들도 항상 편하게, 이 공간을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유진 

사진 김싱싱

인터뷰 정유진 서유민 천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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