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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Mar 02. 2023

올봄 '분홍색 민들레'가 필까?

서울을 막 벗어난 지역,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마당 있는 집이라고 하니 멋진 정원이 있는 2층 양옥집을 상상하는지 부러워하는 듯, 감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불편함이 많은 그런 집이다.


이 집을 본 순간 두말없이 콕 찍었던 것은 내 형편에 맞아서이기도 했지만 마당 보도블록 사이로 가득 자라나는 풀들 때문이었다.


2월은 입춘이 있는 달이지만, 공식적으로 겨울에 해당한다. 겨울답게 몹시 추운 날도 많고, 많은 눈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 입춘이 어쩌면 생뚱맞게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런데 주변의 나무나 우리 집 마당처럼 풀이 자라는 곳을 유심히 살펴보면 입춘이 의미 있게 와닿는다.


입춘 지나고 며칠 후면 식물들이나 땅이 그리 어렵지 않게  확인될 정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도블록 사이로 풀들이 하나 둘 잎을 올리거나, 명자나무 가지에 꽃싹과 잎싹이 보다 도드라진다거나, 지난가을에 뿌리내려 겨울을 난 뽀리뱅이나 소루쟁이 잎에서 초록이 느껴지기 시작하거나...


남향집인 데다 약간 높은 곳에 있어서 동이 틀 때부터 환한 편이다. 하루 종일 햇살이 머무르고 바람이 스친다. 식물이 살기에 좋은 조건이다.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풀꽃들이 핀다. 제비꽃, 민들레, 괭이풀, 개미자리처럼 흔한 꽃들이 대부분이지만 수많은 풀이 자라는 우리 집 마당이 좋다. 그래서 봄이련가 싶을 때부터 한겨울로 접어들기 직전까지 마당에 있을 때가 많다.


분홍색으로 핀 민들레(2022.11)
분홍색으로 핀 민들레(2022.11)


올해 유심히 보는 곳이 있다. 지난해 늦가을 웬일로 분홍색 민들레가 피어났던 자리다.


해마다 마당에 수많은 민들레가 피고 졌다.  분홍색 민들레가 핀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수많은 민들레를 봤지만 분홍색 민들레는 처음 봤다. 지금은 좀 사그라들었는데 한창 야생화에 미쳤더랬다. 그래서 어지간한 식물 정보를 빨아들이던 그때에도 전혀 접하지 못했더랬다. 존재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신기하게 와닿은 분홍색 민들레였다.


'큰 추위 후라 분홍색으로 피었나?  피울 준비를 이미 했는데 온도가 낮다 보니 살아남고자 나름 적응하는  과정에서 분홍색으로 변한 것은 아닐까?... 이렇듯 새로운 색깔이나 모양의 꽃이 피기도 하고 새로운 잎을 틔우기도 하면서 이제와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식물이 생겨나는 거겠지. 그래서 수많은 사촌 식물들이 생겨난 것이고... '


이렇게 지레짐작했더랬다. 이번 겨울을 나는 동안 문득문득 생각나곤 했다. 그리고 다시 피어날 민들레가 궁금해지곤 했다. 봄이 가까워지며 이렇게 더욱 궁금해지고 있고.


봄부터 여름 내내 흰색민들레를 피운 뿌리에서 피어난 분홍민들레라 올봄 다시 흰색민들레가 피어날 가능성이 더 많다. 그래도 분홍색 민들레로 피었으면 좋겠다의 바람이 간절하다.


꽃잎 전체 분홍색으로 피어서 더 기대하게 된다(2022.11)





흰민들레(2022.4)


현재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민들레는, 민들레(Taraxacum platycarpum), 흰민들레(Taraxacum coreanum), 좀민들레(Taraxacum hallasanensis), 서양민들레(Taraxacum officinale), 붉은씨서양민들레(Taraxacum laevigatum) 이 다섯 가지다.


이중 토종은 민들레, 흰민들레, 좀민들레 이 세 가지이며 나머지 두 개는 외래종이다. 사람에 따라 '흰민들레가 토종, 노랗게 피는 것은 외래종"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냥 민들레와 좀민들레는 노란색으로 핀다.  토종민들레와 외래종 민들레는 꽃색깔이 아닌 꽃받침으로 구분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외래종 민들레는 험한 일을 하면 손톱 위쪽 살에 돋는 가시랭이처럼 꽃받침 조각들이 일어나 있어서 지저분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토종민들레는 일어나지 않고 붙어 있어서 단정한 편이다. 그런데 이런 구분이 좀 무색하게 최근에는 토종과 외래종 특성을 모두 가진 민들레들이 간혹 보이기도 한단다. 둘이 수정됐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분홍색민들레를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분홍색민들레'로 검색하니 '크레피스'란 식물 관련 글이 뜬다. 주로 '크레피스(분홍민들레)' 정도로. 혹은 '나도민들레라고 표기해 놓은 글도 있던데...


이 크레피스는, 꽃은 민들레꽃과 비슷한데 잎 모양은 다르다. 게다가 낮은 키로 자라 수정이 끝난 후 꽃대를 길게 키워 올리는 모든 종류의 민들레들과 달리 처음부터 아예 30cm 정도로 자란단다.


민들레 사촌쯤 되어서 분홍민들레라고 하는지, 민들레와 비슷한데 분홍색이어서 분홍민들레라고 하는지, 공식 이름인지 궁금해 학명을 찾아보니 2023년 3월 1일 현재 게재한 글이 안 보여 확인이 어렵다.


몇 년 전 이웃에 살았던 떠벌이 아줌마가 혹자들이 솔잎유홍초라고도 하는 유홍초를 '별꽃'이라며 온 동네에 퍼트렸다. 유홍초라고 알려줘도, 별꽃이란 또 다른 풀꽃이 있다고 해도 별꽃 별꽃했다. 꽃이 별을 닮았으니 별꽃이라 불러야 까먹지 않는다고 우기며. 그래서 이 동네 사람들은 유홍초를 별꽃이라고 부른다.


원예품종 꽃이나 다육이에 관심 둬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같은 꽃을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유홍초를 제 맘대로 별꽃이라 정해 부르는 것처럼 원예품종 수입업자들이 근거 없이 이름 붙이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크레피스도 혹시 누군가 원산지에서 붙인 이름과 상관없이 우리 식으로 분홍민들레라 이름 붙인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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