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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ul 19. 2022

모과나무 꽃

꽃이 피지 않아도 눈맞춤하곤 하는 나무




2022년 모과나무 꽃을 기록하며


우리 집 명절은 그리 북적이지 않았다. 친정아버지가 1.4 후퇴 때 게릴라 활동 중 월남해 아버지 형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2 설날로 추억한다. 그해 설은 유독 적했다. 동생들도, 집에서 키운 누렁이도 놀러 나가 집에는 나와 TV만 있었다. 혼자 TV를 돌려보고 돌려봤다.


 당시 명절이면 국악 프로그램이 꼭 하나씩 방송되곤 했는데 그날도그랬다. 중 2에게 국악방송은 그다지였다. 그래도 다음 방송을 기다리며 봐야 하는 상황. 그러나 그날은 빠져들어 봤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몇장면이 또렷할 정도로.


동생 흥보가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흥보 집에 찾아간 놀보가 한눈에 반한 것이 있었다. 바로 화초장. 흥보에게 "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


"금은보화가 들어 있있"는 흥보 말에 놀보는 그 유명한 대사를 친다. "니것은 내것이고 내것도 내것...."


그리고 놀보는 마당쇠에게 보내겠노라는 흥보 말을 뿌리치고 기어코 메고 나선다. 안에 든 금은보화 때문.  이름을 까먹을까? 끊임없이 화초장. 화초장.....하며 가지만 또랑을 건너다 기우뚱~ 고꾸라지고 만다. 그와 함께 이름을 그만 까먹고 만다.


그래서 장은 장인디 무슨 장이었더라~. 멍청한 머리를 굴려봐도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 온갖 '-장'들을 나열하며 간다. 초화장? 장화초? 고초장? 고추장, 구들장, 모기장, 간장, 된장, 방장....


가사도 흥미롭지만 조상현 씨의 걸판진 목소리에 더 끌렸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아니 2000년대 이전 국악은 나이 든 사람들 혹은 일부 사람만 즐기는 음악장르였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난 국악에 남다른 즐거움을 가지게 됐다.







놀보가 한눈에 반한 화초장은 우리나라 옛 가구 중 제일 아름다운 장이라고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예쁜 장으로 여인들이 쓰던 가구이다. 조선 시대 양반가 안방에나 궁중 여인들 방에는 꼭 있었다고 한다.


화초장이란 이름은 문판, 즉 앞판을 꽃과 꽃 주변 곤충인 나비로 장식했기 때문. 장안은 해충의 침입을 막고자 한지나 비단을 발랐다고 한다. 옷을 접어 넣도록 만든 반닫이와 위는 옷을 걸게하고 아래는 반닫이로 만든 의걸이장 등 약간씩 다르다.


그날 놀보가 메고 간 것은 아마도 2층 반닫이였다. 겉으로는 정사각에 가까우나 안은 위아래로 나눈. 여하간 그 홍보가를 본 덕분에 화초장은 마음 속에 특별하게 있었다.


사극을 볼 때마다 배경 속 가구들에 눈이 가게된 것은 순전히 조상현 씨가 걸쭉하게 내뱉던 화초장 화초장 덕분이었다.


화초장이 다시 와 닿은 것은 모과나무 꽃을 알게되면서.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가을이면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가 눈에 들어오곤 했다. 그런데 모과나무 꽃을 전혀 모르고 자랐다. 그런 모과나무 꽃이 눈에 인상깊에 들어와 박힌 것은 2005년 5월 어느날. 지은지 오래된 벽제(경기도) 어느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하면서다.


어떤 꽃인가 알아보던 중 화류목, 화초목이란 다른 이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는데 음~ 화류목이란 이름에서 기생을 떠올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사람을 유혹할 정도로 예쁜 꽃이라. 꽃은 대부분 예쁘거나 아름답다. 그런데 모과나무 꽃은 더욱 예쁘거나 아름답다. 그래서.


하지만 화초목이란 이름은 짐작하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후 국립수목원 관장을 지낸 이유미 씨가 쓴 책에서 화초장을 만든 나무라는 것을 읽게 되었다. 아하 그래서 화초목이란 별칭이 붙었구나! 비로소 이해가 됐다.


모과나무 줄기는 독특하다. 풀과 나무가 좋아 보는 정도인 우리 같은 사람들은 꽃이 피어야 어떤 나무인가 구분이 쉽다. 그런데 모과나무는 수피가 워낙 독특하고 아름다워 꽃이 피지 않아도 모과나무구나! 구분이 쉽다. 단단하고 병충해에 강해 목재로서의 장점도 크단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는데 주로 4월 말~5월 초에 핀다. 모과나무 꽃을 처음 본 후 모과나무 꽃이 있는 곳을 애써 찾아가 볼 정도로( 누구나 찾아가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집으로는 '최순우 옛집'이 있다. 최순우 옛집 뒷 정원에 굵은 모과나무가 있다)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꽃이 되었다.


올 봄. 출퇴근 길에 모과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어 일주일 남짓 아침 저녁으로 실컷 봤다. 두번에 걸쳐 찍은 사진들이다. 그중 한번은 4월 29일 오후 5시 40분 무렵에 찍었다. 다음날 우리 차를 타고 전주에 가기로 한 친정동생과 통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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