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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펜 Sep 25. 2021

'대학'민국의 고졸인데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리고 대학교 4년.


대한민국은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각 분야에 필요한 노동자들을 배양해낸다. 그리고 우리는 더 고급 노동자가 되기 위해, 고액의 연봉을 받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피땀 흘려 노력한다. 그것이 ‘대학’민국의 교육이고 사회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제도는 학생의 내면적 성장을 위한 교육이라기보다 입시를 위한 표면적 교육에 더 중점을 두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토론하여 자신을 찾아 나아가는 과정을 학교에서 뒷받침해주어야 하지만, 학교는 수많은 문제와 정해진 답을 알려 줄 뿐 암기와 반복을 최고의 능력으로 칭하는 듯 하다.


좁디 좁은 입시의 문을 뚫고 나가기 위해 학교는 학생들을 밤 늦게까지 교실에 가두고, 학생들은 희미한 불빛을 쫓아가는 불나방처럼 책상에 머리를 박는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공부와 활동은 항상 뒷전에 쌓아 두었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 간다. 이 모든건 입시에 의해 대학 이름이 결정되고, 대학 이름에 의해 직장과 연봉이 결정되는 학력중심사회 때문에 만들어진 커다란 사회적 문제이다.


정권이 바뀌면 교육 제도가 조금씩 바뀐다지만 학생들에게 혼란만 줄 뿐, 밤낮이고 책상에만 붙어있는 사실은 여전하고, 개개인의 학생은 현 교육 방식을 무시하고 다른 길로 뛰어들기가 어렵다. 어른들이 하는 말에 순응하고 잘 따르는 모범생이 최고의 학생이라 교육을 받았고, 이탈은 엄청난 용기가 아닌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잘못된 사회의 흐름을 쫓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모두가 대학을 향해 달려갈 때 나는 조금 방향을 틀었다. 대학이 아닌 취업을 향해 달려나간 것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였다. 고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하층민 취급이였으니 말이다. 주변에서는 나를 뜯어 말렸다. 학교 선생님은 이해가 안간다며 혀를 내두르곤 했다. 어찌됬건 결정은 내 스스로 내린 상태였다. 그게 나에게 가장 맞는 선택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내겐 대학 이름도 안정된 직장도 내 목적이 아니였다. 난 분명 하고 싶은게 있었고, 그건 특수 분야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진 않았다. 이 모든 과정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삶을 살기 위한 그저 수단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직장 4년차에 접어든 지금도 생각이 변함없다. 그렇기에 후회도 없고, 그때의 결정에 다행일 뿐이다.


고급 인력이 되어 좋은 직장이 목적이라면 고학력과 스펙이 필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필요없는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가장 젊은 날에 시간을 버리면서까지 말이다. 하루라도 빨리 사회에 뛰어들어 여러 경험을 맛보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스물에 대학을 입학하고 대학생활 4년에 군생활 2년이 지나면 26살. 이제야 사회생활에 뛰어든다. 아, 물론 재수, 대학원 진학, 휴학 등 여러 요인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십대 후반에 취직해서 회사생활에 적응을 할만하면 나이는 서른이 넘어간다. 가장 젊은 20대의 시절은 떠나가고, 새로운 시도는 못해보고 이대로 삶의 방향은 굳어져간다.


그러나 하루라도 빨리 사회에 뛰어든 사람은 직장을 보험삼아 새로이 자신의 방향을 설계하고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시간적 그리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 이는 엄청난 행운이다. 가장 젊은 날에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니 말이다.


나는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지난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걸 해보려 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는 것에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내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의 책은 손에 쥐고 다니며 읽기 시작했으며, 주위 강연은 어떻게든 참석하려 했다. 점차 시야는 트이기 시작했고,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내가 뭘 잘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 둘 준비해나간다.


내 나이 올해 스물 다섯. 내년이면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하나 둘 취직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이 취직할 때 나는 내 일을 새로이 시작해보려 한다. 이 모든 건 사회에 일찍 뛰어든 경험이 준 소중한 행운이다. 누군가는 고졸이라며 비웃겠지만, 내겐 고졸이여서 참으로 다행이다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았다면 소중한 내 젊은 시간을 지금처럼 의미있게 보내진 못했을거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계속적으로 뛰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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