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한국학교 협회에서는 매년 '나의 꿈 말하기 대회'를 주최합니다. 꽤 역사가 오래된 대회입니다.
그런데 이 대회라는 것이 참 아리송합니다.
대회에 참가하면 만천하에 실력을 뽐낼 수도 있고, 발전과 도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고, 상을 받았다는 것이 이력에 소소하게 도움이 되기도 해서 좋기도 합니다.
그런데 수상에 신경 쓰다 보면 겉치레가 심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결과 신경 쓰지 않고 성장이나 참여에만 의미를 두면 또 김이 새 버립니다.
문제는 꿈입니다.
한 녀석 말이 자긴 꿈이 없답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답니다.
나중엔 그냥 가난하지 않게 편하게 안정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답니다.
꿈이 뭐냐 물어보면 아이들 10명 중 10명은 직업이나 가고 싶은 대학을 찾습니다.
그럼 하고 싶은 거 뭐냐, 뭘 좋아하냐 물으면 노래 듣기, 연예인, 먹는 거, 영화 보기 이런 거 이야기하지만 그런 건 그냥 좋아하는 거지 꿈은 아니랍니다.
똑같은 운동하고 똑같은 학원 가고 똑같은 악기 배우러 다녀도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돌아가는 길이죠. 좋아하는 것부터 할 수도 있지만 남들 하는 것대로 따라가서 하나씩 제하는 방법. 방법은 방법입니다.
그럼 어떻게 살고 싶으냐 물으니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편하게 살고 싶답니다.
뭐를 하면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편하게 걱정 없이 살 수 있는지 제가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그 적당히의 정체가 무엇인지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한 녀석이 찾아 본 전년도 대회에 나온 아이들은 신약을 개발하겠다, 슈바이처 같은 의사가 되겠다, 반기문 유엔총장같이 세계 속의 한국인이 되겠다고 합니다. 다 좋은 꿈들입니다.
그런데 녀석은 남들이 이미 말해서인지, 뭐가 다른 게 있을 거라 생각해서인지 저런 꿈은 마음에 안 드나 봅니다.
뭐라도 하고 싶은 거, 되고 싶은 거 찾아보라고 해도 녀석은 망설입니다.
이번엔 꿈의 크기를 재는가 봅니다.
너무 작은 꿈도 너무 큰 꿈도 이래도 되나 싶어 망설입니다.
자신을 설득할 만한 크기의 꿈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가만히 앉아 기다리면 꿈을 찾을 수 없습니다.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 쫓아다니고
많은 시도를 통해 실패도 겪으며 방향을 바꿔가며
내가 찾던 꿈인지 끊임없이 되묻고
목표를 정해 꿈이 더 잘 보이는 곳에 가기 위해 한 발씩 가까운 곳으로 가는 수 밖에요.
저는 언제부터 꿈이 있었나 생각해 봅니다.
중학교 때는 특목고에 가고 싶었고
고등학교 때는 명문대에 가고 싶었고
대학 때는 그럴싸한 일을 하고 싶었고
일할 때는 빨리 성과를 내고 일을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고 싶어 했던 것들은 목표지 꿈이 아닌 것 같습니다.
목표에 실패해도 끝이 아니었고,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헛헛하고 가야 할 길도 구만리더라고요.
꿈은 사랑하고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메마르고 외롭겠지만 사랑하지 않고도 살 수 있듯이 꿈 없이도 살 수 있습니다. 실연도 무섭고, 배신도 싫고, 불확신의 벽도 넘기 귀찮고, 때가 안 와서, 운명을 못 만나서 사랑을 하지 않는 것처럼요. 연애한다고 꼭 사랑이 아닐 수도 있는 것처럼요. 첫사랑을 시작하면 영원할 거 같습니다. 경험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나갑니다. 지나고 보면 사랑이 아니었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 꿈이 대통령인 것처럼. 연애를 하면서도 영원한 사랑, 영원한 반쪽이 맞나 싶습니다. 사랑을 무작정 기다릴 때는 운명 같은 사랑을 기다리기도 하고, 영화 같은 사랑만 사랑인 것도 같습니다. 찾아 헤맵니다. 누군가는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기다릴 땐 안 나타나더니 최악의 순간에 찾아오기도 하고, 첫눈에 사랑에 빠져 순식간에 결혼을 하기도 하고,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들어 특별히 약속이랄 것도 없이 사랑하기도 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내 편은 안 나타날 것 만 같더니 어느 순간 나타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도 하고, 늘 옆에 있던 그 사람이 없어지고 나서야 사랑인 줄 깨닫기도 하고 사람마다 사랑 이야기가 다르듯 꿈도 사람마다 다르게 만납니다. 결국 내가 아깝네 니가 아깝네 할 필요도 없는 내 그릇에 딱 안성맞춤인 짝꿍이 남습니다. 그런 꿈이 내 꿈이 됩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만난 꿈이 꿈만 같진 않습니다.
넘어야 할 벽이 많을 수도 있고, 지루할 때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초라할 때도 있고, 꼴 보기 싫어지기도 합니다. 사랑을 하면서도 긴가민가 하기도 하는 것처럼 꿈을 찾아도 긴가민가 하기도 합니다. 찾으면 쉽사리 포기가 안 되니 차라리 모르고 살 때가 편한 것도 같습니다. 포기해 버릴까 수십 번 수백 번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꿈을 찾아가고 기다리고 다가가며 삽니다.
꿈을 만나고 싶니? ( 그럼 못 만날 수도, 못 알아볼 수도 있어요?라고 물으니)
꿈을 마주할 용기가 있니? ( 용기씩이나 필요한 거예요? 그렇게 어려운 거예요?라고 물으니)
꿈을 찾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 어떻게 할지 모르는데요? 안 해봐서 모르는데요?라고 물으니)
꿈을 만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 (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또 준비해요?라고 물으니)
꿈을 만난다면 어떻게 꽉 붙잡을 거니? ( 안 잡히면 어쩌죠? 방법이 없으면요?라고 물으니)
진로 지도 교사들의 금기사항인 이런 걸 묻고 싶습니다.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아이들이 겁먹지 않게 나누기를 해 봅니다.
지금 당장 꿈이 없어도 괜찮다. 이 대회를 계기로 생각해 보면 된다. 지금 네가 찾은 꿈이 나중에 바뀌어도 괜찮다. 꿈이 소소한 것이어도 괜찮다. 모두 다 같은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꿈을 찾는 과정이라고 써도 된다고 일단 제 직분에 충실한 추임새를 넣습니다.
꿈이 없다는 문제를 지나니 이번엔 확신이 문제입니다. 말하기 대회 수상자들의 말투엔 확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긴가민가하고 고민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반문하고 확신이 없으니 자신감도 없습니다. 더 이상 아이가 아닌 모양입니다. 믿으면 이루어진다고 야망을 가지라고 해야 하는데 이 녀석 고민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꿈과 경쟁. 참, 안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이번에도 먼저가는 선생이 아닌 함께 자라는 동료입니다.
제 꿈이요? 저는 책, 습관, 관계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고 싶습니다. 삶을 대하는 방법이 수만가지가 있지만 게으른 저한테는 이렇게 묶은 세 개가 제격입니다. 낫다의 정의가 저마다 다르니 흔한 거 같아도 딱 제 주제에 꿀 수 있는 제 꿈입니다. 물론 확신이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말하면 확신이 생길까 싶어 하는 말입니다. 대회에서 상 받긴 그른 꿈이죠.
대학 졸업 후 면접을 보러 갔더니 면접관이 절더러 혀 짧은 소리가 난다고 하더군요.
평생 애교란 건 모르고 살았는데 혀 짧은 소리라니요. 그냥 떨어뜨리면 되지 생트집을 잡는다며 욕 좀 했습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제 목소리를 들어보니 짧네요. 실제 혀가 짧다기보다 글을 읽는 제 목소리에 제가 쑥스러운 모양입니다. 라디오를 해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이겠죠. 아무나 문세 아저씨가 되는 게 아니구나. 덕분에 하나 더 배웠습니다. 이렇게 꿈을 꿉니다.
이제 책.습.관. 라디오를 엮습니다. 브런치 북은 30화가 최대더군요. 천만다행입니다.
3대째 의원이 아닌 집에서는 약도 짓지 말라는 다산 선생 말이 생각나서 조급한 마음, 부끄러운 마음, 불안한 마음, 소심한 마음에 그동안 댓글을 열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귀한 관계에 한 끝을 내어주시고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서 글평을 해주시면 감사히 받고, 인사를 해주시면 반가울 것 같아 댓글을 열어 놓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여러분의 꿈도 마주친다면 꽉 붙잡으시길 빌겠습니다.
꿈을 붙잡고 자유를 찾아 훨훨 날으시길 빌겠습니다.
우리들의 책. 습. 관. 강주현이었습니다.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37-e2gqbq8
https://youtu.be/n4AnAuOEL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