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아이들이 학교 갔다오면 자기 이야기보다 친구들 이야기가 많습니다. 얼마전 지난 밸런타인데이날 하교 후에 큰 아이는 연애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아이들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딸들이 나중에 어떤 인생 친구를 만날게 될까 상상을 해 봅니다.
혼자 멋지게 쿨하게 사는 인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예상외 변수가 훨씬 많은 같이 가는 길이 혼자보다 재미는 더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운명이면 둘이 셋이 되기도 하고 넷이 되기도 하는 마술 같은 일들도 일어나니까요.
그래서 딸들이 남자친구를 데려오거나 상견례 같은 걸 하게 되면 무슨 질문을 할까 상상합니다.
다홍치마를 기대하면서 보통 인사를 하러 오면 그런 걸 물으시죠?
" 직업이 뭔가? "
" 학교는 어디고? "
" 양가 어른은 건강하신가? "
" 바깥어른은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이신가?"
뭐 결혼할 당사자의 직업과 출신학교를 묻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됩니다.
먹고살 걱정은 없는지, 공부는 잘하는 성실함이 있는지, 선택을 잘하는 현명함은 있는 것인지 뭐 그런 것을 알고 싶은 것이지요. 그런 것이 영원하지도 않고 평생 보장도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 마음은 작은 거라도 확신을 얻고 싶으니까요.
양가 어른을 찾으시는 것도 부모 입장에서 이해가 됩니다. 과학적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아들 딸이 과부, 홀아비가 되는 걸 바라는 부모도 없고, 부부의 정을 듬뿍 받고 자랐는지, 부부 관계의 모범을 보며 자랐나 궁금하신 거겠죠. 부모를 뛰어넘는 자식들도 많음에도 말이죠.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데도 부모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실패할 확률이라도 낮추고 싶은 마음이겠거니 머리로는 이해합니다.
바깥어른의 직업을 묻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돈의 경제적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은 것일까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할아버지 경제력이 아이들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니까 아이들이 어려우면 도와줄 수 있으려나, 아이들한테 경제적 책임은 지지 않는 집안인가 보고 싶은 마음이실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업은 많은 것을 추측 가능하게 하잖아요. 특히 한국사회는 어느 정도 교육 수준인지, 생활 수준인지 등등 말이죠.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만남일 수도 있으니 집안 궁합을 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집마다 다르겠지만 옆에서 보기엔 돈이 많더라도 변수가 많은 사업가 집안보다 안정적인 교육자 집안은 좀 수월하게 패스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돈보다 명예인가 싶기도 한데 또 글쟁이 집안이라고 하면 좋아할까 싶기도 하고. 우리 집하고 견주어 너무 차이가 나지 않았으면 싶어서 일거 같기도 하고. 어설프게 차이 나서 무시당할 거면 아예 차이가 많이 나서 억울하지나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고. 뭔지 몰라도 집집마다 찾고 있는 게 다른 그 격이 가풍이겠구나 싶습니다.
가풍. 가풍은 어디서 생기는 걸까요?
잘 사는 집 아이들은 헝그리 정신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가난이 주는 불편함을 모르니 독기가 생기기 어렵습니다. 국토 대장정 그런 거 가서 잠시 불편함을 체험할 수 있지만 망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면 그건 진짜 절실함이 아닙니다. 어렵게 공부해서 의사가 된 부부가 아이만은 뭐든지 최고로 키워서 편하게 공부만 하면 의사가 되겠지 했더니 아이가 기타 들고 음악 한다고 합니다. 의사 부모님들 복창이 터진답니다. 아이는 안정된 직업엔 관심이 없습니다. 배곯아 보지 않았으니 배곯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인생이 참 공평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집 아이들은 가난이 주는 불편함을 뼛속 깊이 잘 압니다. 하나하나 말로 나열할 수 없지만 가난하면 불편한 게 참 많잖아요. 그래서 가난하면 가난하지 않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되기 쉽지요. 그래서 부를 일구고 성공한 사람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그래도 아들 딸의 동반자이니 돈만 좇는 집안은 아니었으면 할 수도 있겠습니다. 돈 없으면 못 살아도 돈보다 우리 아들 딸을 우선시했으면 하는 마음이겠죠.
가난한 집도 싫을 겁니다. 가난하면 돈 앞에 사정없이 머리를 조아릴 거라는 선입견, 가난한 주제에 즐겁게 살고 예를 지키려고 한다는 무시는 가난한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최고의 억울한 일일 겁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우면 공자가 군자라고 불렀을까요. 설령 본인은 행복하더라도 그런 억울한 일도 겪어야 하는 가난한 삶 때문에 가난을 개의치 않는 건 좋은 점수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돈을 우습게 보면 큰코다치기 쉽다는 건 금방 배우는 세상이니까요.
제가 저희 딸들이 데려온 동반자를 만나면 살다가 인생의 어려운 일이 있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정도를 따르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군자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될까요?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하는 게 제 마음인데 남의 마음이 평생 한결같을지 제가 장담받을 수 있을까요? 겉모습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배기를 알아볼 심미안이 저한테 있을까요? 손에 잡히지 않는 그 가풍을 함께 겪어보지도 않고 질문 하나로 알아낼 수 있을까요?
군자가 아닌 현재의 저는 아무래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게다가 저한테 있다고 한들 소용이 없을 거예요.
제가 결혼할 건 아니니까요.
결국 믿을 건 아이들의 사람 보는 눈뿐인 거 같습니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새삼스레 듣게 됩니다.
실전에는 문 열자마다 얼평(얼굴평가)을 할지 몰라도 지금은 제 딸들에게 이렇게 물어볼 작정입니다.
너는 그 친구가 왜 좋니?
저요? 전 잘 생겨서라고 했습니다.
이 답에서 끝났습니다. 더 이상 질문이 소용없는 중증이란 걸 아셨으니까요.
꿀꿀이들 아빠는 뭘 물을 건지 궁금합니다. 가끔씩 화장도 슬금슬금하고 제법 어른처럼 꾸미기 시작하는 큰꿀이가 남자친구라도 행여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꿀꿀이 아빠한테는 아직 상의하기 어렵지 싶네요.
여러분들의 책.습.관. 은 어떠셨어요?
습관 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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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zkl50W1F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