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책.습.(관). 22 양다리

책.습.관. 라디오

by 책o습o관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아직 운전을 못하는 큰꿀이는 약속이 있으면 제가 운전수 노릇을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집 앞에 나가도 갈 데가 많고, 버스며 지하철이며 발이 되는 것이 많지만

제가 사는 곳은 죽어라 걸어가야 타이어 가게 하나 나옵니다.

친구 집에라도 걸어 가려면 정말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사회생활이 바쁘신 큰꿀이 운전수 노릇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큰꿀이가 친구네 집에 가면 귀가 시간은 9시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더 늦게까지 노니 더 놀고 싶겠지만 9시로 하자고 제가 못 박았습니다. 졸려서요. 9시 땡 하면 자기 바쁜데 잘못하다가는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게 될 것 같아서요. 물론 꿀꿀이 아빠가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큰꿀이는 제가 오길 바라는 눈치예요.


작꿀이가 태어난 뒤로 뒷좌석에 계시는 까탈스러운 동승자 덕분에 큰꿀이 말은 한 문장을 넘어가기가 힘듭니다.

태어나자마자는 울어대서 그렇더니 이제 말이 터지니 말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끼어듭니다.

작꿀이는 작꿀이대로 관심을 받고 싶은 거죠.

언니 데리러 여기 가고 언니 데리러 저기 가고 언니 데리러 거기 가고

언니 데리러 다니는 인생인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언니가 차에 타면 심통 아닌 심통을 부립니다. 말 끈기 신공으로.

언니는 그걸 모릅니다.

남 데리러 실려 다녀본 적이 없으니까요.

자기 혼자 마이크 잡고 12년 살다가 눈치 봐 가며 마이크를 나눠 잡아야 하니 성에 안 차나 봅니다.

작꿀이와 12살 차이가 나니 12년을 외동으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연년생인 아이들보다는 제 관심을 독차지했으니 아쉬움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릴 때는 그때대로 16살인 지금은 지금대로 둘이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나 봅니다.


그래서 작꿀이가 잠든 시각 큰꿀이 운전수를 자처합니다.

집으로 오는 10분 차안에서 밤 데이트를 하려고요.

데이트가 잘 되는 날고 싸우는 날도 있습니다.

데이트니까요.


낮 데이트 상대인 작꿀이가 묻습니다.

엄마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뻐?

첫사랑 자리를 뺏긴 작꿀이는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흐흐흐. 전 고민도 없이 그럽니다.

작꿀이가 젤로 이쁘지.


밤 데이트 상대인 큰꿀이와도 나름 끈끈한 대화를 나눕니다.


원래 양다리가 그렇게 잡히듯 두 다리가 만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신의 사랑 순위를 과시하고 싶은 작꿀이가 낮에 만난 큰꿀이에게 으스대며 그럽니다.

엄마가 내가 제일 예쁘대.

큰꿀이는 씩 웃습니다.

12살 나이 값인지, 밤 데이트 값인지 자기가 최고라 믿는 눈치입니다.

오늘도 불안한 양다리는 성공입니다.


두 다리 다 뺏긴 문어가 외로워 보입니다.

어렵사리 작꿀이 보모로 큰꿀이를 섭외해서 아침 데이트 일정을 잡습니다.

그런데 문어가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늦잠을 자네요.

어허 선녀 위신이 말이 아닙니다.

그래도 그 동안 본 문어다리 덕을 생각해서 참아야겠지요.

그 쪽 입장도 있는 거니까.


여러분의 책.습.관.은 어땠어요?

습관 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이었습니다.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22-e2fm6ia

https://youtu.be/8SPKh2Jwp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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