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책.습.(관).19
커브볼

책.습.관. 라디오

by 책o습o관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사춘기 아이들과 하기 제일 어려운 것이 무엇인 줄 아시나요?

바로 대화입니다.

오히려 학교에서는 쉽습니다.

상담이라고 표지판 올리면 아이들이 말해야 하는구나 하고 서로 준비를 하니까요.

그런데 집에서는 이게 쉽지 않습니다.

상담이라고 걸 수도 없고 동거인이다 보니 이것저것 그때그때 고언을 전해줄 순간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고언이라는 공을 던지고 싶은 욕망과 받을 이의 상태를 고려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물론 받을 이 기분 생각하지 않고 공 바구니째로 들이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받는 이는 어느새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리고는 빼꼼하게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니 그 찰나에 공을 던져 넣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공 넣기도 어려운데 그다음은 높이가 대단한 장애물 넘기가 있습니다.

장애물 세 개는 무조건 넘어야 합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알아서 할게"

"됐어"

여기서 대포를 들이대는 방법도 있지만 그럼 더 막강한 철벽을 치니 구렁이 담 남듯 느물 느물 장애물을 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모르긴 모르지.

그러니까 알아서 하는 줄 알긴 알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팬더믹 때 하루 종일 집에 있던 큰꿀이에게 저는 이때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 싶은 생각에 인생의 진액을 쏟아낼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큰꿀이가 그럽니다.

" 아침엔 하지 마"

'잉? 인생의 진액이야. 싫으면 관둬. 남들은 줄 서서 듣고 싶어도 못 듣는 이야기다.'라고 하고 싶지만

"그럼 언제 할까?"

그랬더니 고민을 하네요. 등판을 하시긴 하시겠다는 이야기죠.

그러더니

" 밥 먹을 땐 하지 마"

라고 합니다.

' 밥 먹을 때 아니고는 얼굴 볼 일도 없는데 언제 하라는 거야?'

슬슬 대포를 꺼내야 하나 싶습니다.

그러더니

" 3에서 6시쯤? "

실소가 절로 나옵니다. 3시에서 6시 사이에 시간 맞춰 잔소리를 하는 엄마라니요.

잔소리가 무슨 라디오도 아니고 시간 맞춰 나온답니까.

게다가 까먹으면 어쩌죠. 인생의 진액이긴 한데 휘발성이 강하거든요.

그래도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공을 받아준다쟎아요.

공 던지기를 하고 싶은 제가 그 정도 양보는 해야겠지요.


아이들과 학기말 상담을 해요.

일주일에 한 번 가르치는 한국학교 반쪽 선생이 뭘 유난이냐 싶은데도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말을 가르치다 보니 생각을 따로 분리할 수가 없습니다.

숙제가 한창 밀린 한 아이에게

"요즘 어때? "

길게도 아니고 딱 네 글자를 묻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집니다.

무얼 잘 못한 걸까요?

자기가 되고 싶은 모습과 현재 자기 모습 사이에 괴리감이 자기를 슬프게 한답니다. 좌절을 준다네요.


방과 후 세련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어머님과 학부모 상담을 합니다.

학부모와 교사가 아니라 학창 시절에 만났다면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숙제가 많이 뒤처졌었다. 상담을 하다가 울었다고 말씀드렸어요.

단박에 게을러서 그래요.라고 하시네요.

네. 그런 것도 있겠지요.

힘드시답니다. 아까 눈물을 쏟은 그 아이가 온 식구들을 찾아다니며 시비를 건다네요.

결국 제가 주제넘는 말을 하고 맙니다.

아이가 외로운가 봐요.

그러니 어머님이 그러시네요. 주말마다 온 가족이 재밌는 놀이동산 가고 아이가 해달라는 건 뭐든지 해준다고요. 딸 친구들이 죄다 너희 엄마 같은 엄마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고요.

정말 좋은 어머님이시네요. 그런데 00 이가 엄마하고만 따로 따뜻한 이야기가 하고 싶은가 봐요. 하니

아우~ 전 못 해요. 징그럽게. 왜 그런데요? 부담스럽게. 그냥 말하면 되지. 물어보면 하지도 않으면서.

하십니다. 전 큰 애가 제일 무서워요.

거울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작꿀이보다 큰꿀이와의 이야기가 더 어럽게 느껴지는 건 12년 더 여렸던 부모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서인듯합니다. 큰꿀이는 12년 어린 초보 엄마의 만행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아주 껄끄러운 증인인 셈이죠.

부족했던 기억, 어리숙했던 기억, 열정만 넘치던 기억.

첫 째의 숙명이죠.

16년 째 부모 노릇 중이지만 결국 또 처음하는 사춘기 부모니까요.


큰꿀이가 넷플릭스에 나오는 잘생긴 남자배우에 푹 빠진 이 시각 묻고 싶어지네요. 하필 이때.

그래도 3시에서 6시 사이이긴 한데.

주말은 예외라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드라마 끝나면 두 손가락에 힘 잔뜩 걸어 공을 던져야겠죠.

"요즘 어때? "


여러분의 책.습.관. 은 어땠어요?

습관 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 이었습니다.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19-e2fcr0u

https://youtu.be/iRm44CaRr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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