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습.관. 라디오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꼭 그런 아이들이 있어요. 해보라고 하면 무조건 손을 번쩍 들어요.
해보지도 않고 말이죠. 꼭 같이 가르쳐줬고 그 녀석이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닌데도 여지없습니다.
"선생님, 이거 안 돼요. 모르겠어요."
이런 아이들 열에 아홉이 찾고 있는 것은 정답이 아니에요.
왜냐면 제가 옆에 가서 서 있으면 자기 혼자 풀거든요.
이 아이들이 찾는 것은 관심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교실에 선생님은 한 분인데 아이들은 30명 가까이 되니 선생님들 입장에선 이런 아이들 챙기기 쉽지 않습니다. 선생님들마다 비법이 있으시죠. 조금 이따가 간다고 하기도 하고, 한 번 해보고 부르라고 하기도 하고, 아까 뭐 들었냐 하기도 하고 말이에요.
관심을 대하는 방법도 다 다르죠.
관심이 오면 어쩔 줄 모르는 녀석
남한테 넘어가는 관심을 못 참는 녀석
관심을 받고 싶은데 말 못 하는 순해터진 녀석
먼저 관심받겠다고 목소리도 제일 크고 손도 제일 먼저 올라가는 녀석
관심이 자기한테 오는 차례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 실망하고 그냥 집에 가는 녀석
관심 따위 필요 없는 척 괜히 센 척하는 녀석
관심줄 때만 일하는 녀석
관심을 주거나 말거나 남한테 관심 주지 않겠다고 결심한 녀석
관심이기만 하면 무조건 좋아라 하는 녀석
형제가 많은 녀석들은 관심을 쟁취하는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기도 하고, 지레 포기하기도 합니다.
형제가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녀석들은 모두 관심에 목이 마릅니다.
저는 관심이 없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거든요.
친구가 주말에 약속이 있다고 해요.
그럼 전 묻지 않습니다.
약속이 있나 보다.
무슨 약속이 있는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말하기 싫은가 보다.
하고 싶으면 말하겠지.
이렇게 재미없는 제가 친구들이 있는 건 모두 똑똑한 문어들이기 때문입니다.
관심이 주고받고 싶어 진다는 거
아이들을 키우며, 반쪽 선생을 하며 제가 제일 달라진 점이죠.
희한하게 아이들과는 그게 됩니다.
저 녀석은 제 눈을 마추 지지 않는지,
저 녀석은 숙제가 왜 하기 싫은지,
저 녀석은 왜 맨날 뒤에 앉는지,
저 녀석은 왜 잘 웃지 않는지,
그럼 저는 원래 관심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적절한 때에 원하는 만큼의 관심을 받고 싶은 거겠죠.
저는 그때와 양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 관계를 못합니다.
관심이 왔다가 떠나가는 공허함이 싫어 아예 처음부터 관심을 사절하기도 합니다.
관심은 주기 싫으면서, 안 주려고 애를 쓰면서 속마음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합니다.
제가 관심이 버거운 또 다른 이유는 물어보면 다 말해줘야 할 거 같습니다.
알면서 말을 안 하는 것도 죄책감이 들고, 말해 주면 도움이 됐나 안 됐나 들었나 안 들었나도 신경이 쓰입니다. 상대가 주는 관심만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으니 어렵습니다.
기대. 그거였네요. 제가 기대를 무서워하나 봅니다. 실패는 괜찮은데 실망이란 놈은 참 아프니까요.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은 기대해 주는 사람들한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시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습니다.
결국 기대해 주는 사람들만의 관심이 있을 뿐이죠.
관심이 없으면 나무는 나무요, 물은 물이요, 사람은 사람인데
관심을 주면 형형색색 계절 따라 변하는 나무가 신기하고, 비가 오면 괄괄 거리다가 가뭄이면 쫄쫄거리는 개천도 신기하고, 어제는 날아갈 것 같더니 오늘은 울상인 동네 사람은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지니 재밌습니다.
관심을 주면 아이가 오늘은 왜 갑자기 초록색 매니큐어를 칠하겠다고 하는지, 도시락은 왜 반쯤 남겨왔는지 재밌는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나한테 관심 없는 사람과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인간에게 나락 같은 실망감을 주는지 소개팅이나 입사면접에서 들러리를 서 본 사람이라면 선명하게 느낄 수 있죠. 갑자기 모든 것이 회색으로 칠을 한 거처럼 참 우중충합니다.
나만의 온전한 가치를 찾아주려고 눈과 귀를 반짝이며 관심을 기울여 주는 형형색색의 무지개 빛 집이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마무리 하려는데 깜깜 새벽에 깬 작꿀이가 쉬야하러 화장실을 간다며 따라오랍니다.
혼자 갈 수 있는데 왜 굳이?
관심 가져달라는 이야기겠죠.
이것도 혼자 못 가냐는 섣부른 실망한 티는 안 내려고요.
그러면 뭐든지 혼자 끌어안으려고 할지 모르니까요.
여러분의 책.습.관. 어땠어요?
습관 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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