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책.습.(관). 28 성형

책.습.관. 라디오

by 책o습o관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큰꿀이가 저에게 물어요. 한국이 정말 성형 천국이냐고요. 학교에서 친구들이 그렇게 물었답니다. 한국드라마, 한국 가요가 하도 유행이라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여고생들의 관심사는 단연 외모입니다.

성형 공화국인지 어쩐지 몰라도 저는 한국산 자연인입니다. 한 번도 성형을 꿈꿔본 적은 없습니다. 투자대비 효과도 별로 없을 거 같고, 투자의 목적도 딱히 없어서 자연인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얼굴 성형엔 별로 관심이 없어도 마음을 성형할 수 있다면 지갑을 열지도 모르겠어요.


제 마음씨 겉은 가시가 뿔뚝 솟은 복어처럼 생긴 데다 속 안은 딱딱한 조개 같은 껍질이 들어앉아 있습니다. 섣불리 구부리거나 열려고 하면 딱 부러지기 십상입니다. 딱딱한 껍질 속엔 영롱한 진주가 있으면 좋으련만. 평생 진주인줄 알고 애지중지 하며 살았는데 짱돌인 단단한 자존심이 들어있습니다.


제 마음의 복어는 방귀 뀌고 성내기가 특기입니다. 잘못하고는 제가 도리어 화가 난 척을 합니다. 놀라면 가시를 세우는 복어처럼 창피하면 날을 세우는 못난 마음이죠. 자존심 때문입니다.

때로 숨어서는 내 창피함을 가릴 남의 잘못을 수색하기도 합니다. 내가 원래 그런 애가 아니다, 나를 이렇게 하게 만든 건 너다 속으로 원망은 해도 말로 내뱉진 않습니다. 남의 흠 찾았다는 게 자존심이 상하니까요.

실수다, 미안하다, 미처 몰랐다, 얼마나 곤란했냐고 하면 되는데 그 소리가 그렇게 어렵습니다.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엄살도 못 피웁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제 약점도 저 혼자 잘 숨기고 있는 줄 믿습니다. 못하겠다, 이건 좀 어렵다, 힘들다, 잘 모르겠다, 좀 도와주라고 하면 좋은데 앙 다문 조개 마냥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인생 어렵게 살기로 작정을 한 모양새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도 꼭 저 같은 마음을 가진 녀석들이 있습니다.

흔한 마음 모양인 걸 보니 희귀병 정도는 아닌가 봅니다.

숙제를 안 해왔습니다.

왜 안 했냐고 물으니

도리어 나를 왜 그런 나쁜 학생으로 보냐는 식으로 볼을 서서히 부풀리며 팔짱을 끼네요.

그래서 자존심 숨구멍을 챙겨주며 다시 물어요. 제가 이래 봬도 복어 전문가 아니겠어요.

ㅇㅇ이가 일부러 그랬을리는 없고 바빴어?

그랬더니 팔짱이 슬며시 내려가며 고개를 끄덕하네요.

다음 주에 다시 해 올 수 있겠어?

하니 구구절절 자기가 바빴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왜 안 했냐고가 아니라 왜 못했냐고 물었어야 하나 봅니다.

이럴 때는 아이들이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 저리가라 한국말을 기가 막히게 합니다.



못난이 마음 성형 비용은 이불킥과 일기장에 늘어놓는 뒤늦은 후회입니다.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했으면 더 쉬웠는데.

내가 먼저가 아닐 때도 있는 건데.

내가 틀릴 때도 있는 건데.

나만 아는 게 아닐 수도 있는 건데

나만 잘하는 게 아닐 수도 있는 건데

내가 먼저 인사했으면 되는 건데

나를 모를 수도 있는 건데

나를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는 건데

이놈의 자존심


제 못난이 마음 모양을 어떻게 성형하면 좋을지 요리조리 견적을 내며 일기를 써 봅니다.

넉살 좋고, 유연하고, 겸손하고, 솔직한 마음 모양으로 말이죠.

견적이 꽤 나오겠습니다.

허영도 깎아야 하고

자만도 돌려치기 해야 하고

고집도 좀 펴야 하고

반성의 눈도 더 크게 해야 하고

자존감은 더 오뚝하게 만져줘야 하고


돈이 안 들어 천만다행입니다.



여러분의 책.습.관 은 어땠나요?

습관삼아 다시 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 이었습니다.



자존심: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

자존감: 자기 자신을 소중히 대하며 품위를 지키려는 감정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28-e2g9nh7


https://youtu.be/dibmZ-904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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