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작가를 나는 브런치에서 보다 먼저 알았다.
유작가의 언어를 디자인하라라는 책을 읽었고, 거기서 나오는 은유사전이라는 아이디어를 한국학교 수업에서 수업 마침 활동으로 쓰며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한 녀석의 은유를 공유하면
-자존심은 음식이다. 한번 상하면 되돌릴 수 없으니까-
그런데 유작가가 브런치에도 글을 쓰고 계신 줄 몰랐다.
유 작가는 래퍼다. 라임이 교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그의 말들이 그만의 유머코드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차원이 다른 유머라니.
친정엄마가 우리 집 부엌칼을 써 보시고는 파도 못 썰겠다고 타박하시던데
나는 진정 몰랐다. 잘만 썰리는데.
엄마가 갈아 놓은 부엌칼을 써 보곤 깨달았다. 무뎠구나.
유작가의 글을 보고 내 글은 무디구나 깨달았다.
2분의 1은 백세 시대에 어떻게 오십을 맞이해야 할까에 대한 코칭을 담은 책이다.
그런 줄 모르고 골랐다.
작가가 반가워서 글방에 들어갔고 이것저것 관심 있는 것을 담았다가 눈에 밟히는 것을 먼저 읽었다.
책이 제 발로 주인을 찾아왔다. 민증을 깐 것도 아닌데.
이 책도 자기 계발이라면 자기 계발책이다. 성공학이 아니라 행복학이랄까.
자기 계발 책의 목적은 자기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것 하나다.
목적은 하나인데 책은 계속 나온다.
방법은 많다는 이야기겠다.
방법이란 방법을 다 도전해서 계발하는 것도 나쁘다 할 순 없다.
쉬운 방법은 목적을 아는 것이다.
방법은 몰라도 목적을 알면 자기 계발책은 재미 없어질 수도 있다.
본질 없이 도구만 가르쳐 주는 자기 계발서도 많다.
본질을 찾다 보면 꼭 인문학, 철학 언저리에 얼쩡거리게 된다.
유 작가는 왜 이 책을 냈을까?
우리가 너무 도구에 집착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내 경험으론 글은 보통 자기한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쓰게 되는데
유영만 작가의 글 중간에 박혀 있는 사진들이 남다르다.
남이 찍어 준 것 같은데 자기가 찍은 느낌. 뭐지?
사진을 통해 자신을 관찰하는 느낌이 든다.
사진을 통해 가꾸시나?
쓴 데로 살고 있다는 점이 부럽다.
끊임없이 읽고 쓴다는 점도 부럽다.
그가 브런치에 쓴 책 '책 쓰기는 애쓰기다'까지 읽고 나니 이렇게 무딘 칼로 대접한 내 브런치까지 와서 글을 읽어준 독자들이 새삼 고맙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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