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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Nov 29. 2023

관계:무얼 하든 관계부터 시작

책.습.관

교육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점심 먹고 앉아 꾸벅꾸벅 조니 막둥이가 "엄마 졸려?" 하며 이불을 덮어주기에 15분 자고 일어나겠다며 아예 대자로 누워 잤다. 자고 일어나니 옆에 앉아 책 그림만 보던 딸이 생긋 웃으며 이제 같이 놀자고 한다. 낮잠도 잘 잤겠다 힘이 철철 넘쳐서 오후 내내 아이와 신나게 놀았다. 관계에 있어서 나보다 한 수 위인 작은 꿀꿀이는 배려가 넘친다.


이런 나를 보고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내가 하면 교육이지만 남이 하면 학대고 유기가 될 수 있다.  애 보는 분이 그랬다면 어땠을까? 직무유기다. 애가 그 사이 문제라도 일으켰으면 어쨌을 거냐고 했을 거다.  부모가 만약 무인 감시 카메라로 봤으면 펄펄 뛰었을 거다. 내 애는 내가 잘 아니 괜찮고 나는 애가 안 다치게 요령껏 잘 자니 괜찮지 않을까? 이 정도로 유기 방관 학대라고 하기엔 너무 비인간적이지 않나 싶긴 하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는 게 확실하니 조금 느슨하고 게을러도 괜찮고 애 보는 아주머니는 돈 받고 하는 일에 대한 대가이니 유기인가? 그렇다면 돈만큼 봐주는 관계니까 애초에 사랑으로 애를 키워달라고 부탁할 순 없는 관계다. 결론은 돈을 많이 드리는 수밖에 없다. 

내가 둘째를 낳자마자 4개월 정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아이를 잠깐 맡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저녁에 아이한테서 나는 생소한 냄새가 그렇게 신경이 쓰일 수가 없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인간인척하면서 고상한 체 했지만 결국 난 진짜 동물이었구나. 

돌봄이 분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아이와 돌봄이 분과는 어떤 관계이길 바라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같은 이유로 학교에서 아이가 다치면 무조건 교사의 잘못인 건가? 교사들이 백분 아이들을 보지만 사고는 꼭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진다. 30명의 아이 중 딱 1명인 경우가 많고 그러면 29명 또는 학교 전체가 발이 묶인다. 그래서 원칙대로 하고 규칙과 법규가 점점 더 많아지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꼭꼭 묶여간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수많은 규제 때문에 학교 교육이 창의성을 죽인단다. 아마 그래서 나처럼 인간미 넘치게 낮잠도 자가면서 교육을 하고 싶은 분들이 늘어나 홈스쿨링도 많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 실상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님들은 낮잠은커녕 밤잠 잘 시간도 없이 학습계획을 세우시지만) 


그러면 교사들은 어떨까? 내 주변에 교사를 하다 휴직한 아기 엄마들이 여럿이다. 그 친구들 자기 아이들을 유아원에 보내면서 하는 말이 일부 선생님들이 부모가 없을 때 어떻게 하는지 잘 알기에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거야 원 사방이 적이다. 그런 말하게 만드는 내부자들이 있어서 안 그런 대다수가 멍에를 진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좋은 것처럼 대부분의 학부모들도 좋다. 선생 그림자도 못 밟는 시절이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요즘은 선생들보다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업 가진 부모들이 많으니 존경은 고사하고 신뢰도 구걸할 판이라고들 한다.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아 의사 변호사 많은 부촌은 선호하지 않는 교사들도 많다. 애가 공부를 안 해서 시험을 못 봤는데 변호사를 대동하여 나타나고, 논문에 나올 법한 정신과학 용어를 써 가며 강연을 한다는 얘기는 적잖이 듣는다. 성실히 공부해서 훌륭한 좋은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기피 학부모가 되는 것은 불공평하다. 대부분은 직업인으로 학부모로 각각 다른 역할을 잘 수행한다. 자신의 직업에 너무 몰입하여 자기 영역을 너무 넓히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는 환자를 보는 사람이고 교육자는 학생을 보는 직업인데 환자를 보는 눈으로 학생을 보니 멀쩡한 아이도 다 환자가 된다. 일부 소수로 인해 다수가 싸잡아 도매금으로 당한다.  선생들 말이 다 맞다고 할 수 없겠지만 많은 아이들을 본 선생들 말은 맞는 경우가 많다. 그게 선생들 재산이다. 일부 교사와 일부 학부모들로 관계가 틀어져 안타깝다.


낮에 내가 사는 미국 동네 도서관에 가면 10명 중 한 두 명만 진짜 엄마고 나머지는 할머니 할아버지거나 아니면 돌봄이 분들이 많다. 사실 도서관은 보는 눈이 많기도 하고 또 잠재적인 고객을 만날 수도 있으니 다들 조심스럽긴 하다. 게다가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도 될 텐데 애들을 데리고 도서관까지 나온다는 것도 성의 있는 보육자다. 나는 자주 애 봐주는 분들과 아이들을 관찰한다. 내 마음속에 아직도 선입견이 있어서 일 수도 있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일 수도 있고, 능력 있는 직장인 엄마에 대한 상대적 피해의식으로 쥐꼬리만 한 우월감을 찾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나한테는 누가 조부모인지 누가 엄마인지 누가 돌봄인지 금방 구분하는 비결이 있다.  조부모는 눈맞춤을 정말 많이 하는데 육체적으로 조금 힘들어 보이고 대화를 하도 많이 시도 하다보니 아이가 귀찮아하는 경우도 있다. 돌봄이 분들은 눈맞춤과 대화에서 횟수가 지극히 낮다. 엄마들 중에는 눈 맞춤과 대화의 횟수가 돌봄이 분처럼 낮은 경우도 많은데 엄마와 돌봄이 분들과의 차이는 엄마들은 감정이 더 직접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뽀뽀 세례가 같은 애정표현도 그렇고 화가 날 때도 그렇다. 좋은 보육자를 알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눈 맞춤과 말수다. 아이와 말을 많이 하고 아이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있는 보육자는 특급 보육 자다. 여기에 얼굴 표정까지 반가운 표정, 안 됐다는 표정, 놀라는 표정까지 섞어주면 이건 특특급이다. 사실 부모들도 애를 본다고 하지만 전화기 보기 일쑤니 부모라고 항상 특급 보육자는 아니다.


특급 보육자가 아이의 등만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도 특급인 이유는 아이가 돌아봤을 순간을 놓치지 않고 눈 맞춤을 해주려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아이가 하늘이 두쪽이 나도 모르게 놀이에 심취해 있더라도. 


이걸 놓치면 친엄마 아빠여도 별 소용없다. 아마 아이도 굳이 엄마 아빠를 찾지 않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게 부모가 원하는 쉬운 아이일런지도 모른다. 


이게 내가 발견한 관계 쇼핑의 핵심이다. 


관계가 없이는 교육이 안 된다. 


부모와 자녀, 학생과 교사, 교사와 부모, 사회와 아이들 사이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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