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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Nov 29. 2023

관계:관계를 배우는 놀이공부

책.습.관.

어제는 작은 꿀꿀이(이하 작꿀)의 플레이데이트 날이었다. 

친구 Z는 우리 집에서 걸으면 30분, 차로 5분 거리인 동네 놀이터에서 만난 후 작은 꿀꿀이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어릴 때 놀이 친구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거리다. 

문만 열고 나가면 있는 친구가 최고의 친구다. 예전 한국은 아파트 문화니 인구밀도가 높아서 문만 열고 나가면 내 또래 친구가 우리 동에만 10명은 됐던 거 같다. 306호 2명, 305호 2명, 205호 3명, 103호 2명, 607호 2명. 방 안에서 창문 열어 놓고 있어도 밖에서 노는 소리가 들리면 숙제고 뭐고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 최고층이 10층이던 시절 이야기다. 몇 해 전 서울에 사는 동생 집에 갔다. 20층이 넘는 동생네 집에서는 무서워서 창문 근처에도 가질 못했다. 밖에서 노는 아이들이 있었다고 한들 그 소리가 들렸을 것 같진 않다. 


작꿀이는 약속을 잡은 지난주 목요일부터 며칠 남았냐고 묻기 시작했다. 아직 어제, 오늘, 내일 이런 어휘를 정확히 쓰지 못하는 녀석이 온갖 머리를 짜내서 몇 번 내일이면 되냐고 묻는다. 잠만 자면 내일이 되는 것인 줄 믿고는 빨리 잠을 가러 간다고 성화도 부렸다. 한국 깍두기를 좋아하는 친구 엄마에게 이번에도 오면 깍두기를 선물로 주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플레이데이트 날이다. 유치원이 끝나고 차로 가는 발걸음엔 날개가 달려있다. 나한테 서둘러서 점심을 차리라며 성화도 그런 성화가 없다. 언제 오냐고 수십 번 묻기 전에 엄마 경력이 16년인 내가 선수를 쳤다. 작은 바늘이 1에 가면 친구가 온다. 밥 먹으며 눈은 시계에 가 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친구 동생 낮잠시간이 늦어져서 조금 늦는다고 문자가 왔다. 그래서 이번엔 큰 바늘이 6에 가면 친구가 온다고 가르쳐 줬다. 덕분에 시계를 읽는 법을 예습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친구인데 남의 집에 오는 게 서먹한 친구가 쭈뼛거리며 엄마 뒤로 숨자 작꿀이는 애가 탄다. 마음 같아서는 공주놀이도 이미 시작해야 되고 가게 놀이 할 것도 많은데 말이다. 저번에 친구 집에서 가서 논 뒤로 이번엔 꼭 우리 집에서 놀자고 하는 걸로 보아 홈그라운드를 뽐내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데 친구 반응이 영 신통치가 않은 모양이다. 

나는 엄마친구와 2돌이 안 된 동생과 모여 앉아 수다삼매경에 들어간다. 시간이 좀 지나니 슬슬 한 두 마디가 오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2층 계단에서 인형들이 날아다닌다. 


중간에 위기도 한 3번 있었다. 매트리스로 계단에 만들어 놓은 미끄럼틀을 같이 탈지, 혼자 탈지를 놓고 실랑이를 하더니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며 팔짱시위도 했다. 이게 4살들이 맞나 싶게 말로 쏘아대기도 했다. 중재랄 것도 없이 괜찮아?라고 묻기만 해도 아이들은 조금 있다 다시 깔깔 댄다. 그렇게 2시간은 내리 놀고는 큰꿀이가 학교에서 집에 올 시간이 되었다.  엄마 친구가 저녁 할 시간이라며 애들을 채근해서 집에 가려는데 마지막 한 숟가락이 제일 맛있는 것처럼 플레이데이트는 꼭 마지막 순간에 제일 신이 난다. 녀석들은 별것도 아닌데 낄낄거리며 웃고는 청소도 꼭 해야 한다며 1분이라도 시간을 더 끌려고 애를 쓴다. 


작꿀이는 벌써 친구 Z가 보고 싶단다. 관계에 솔직한 작꿀이 다운 표현이다. 큰꿀이가 작꿀이 친구를 보고 초등학교 시절 내내 함께 놀던 친구C 이야기를 한다. 자기도 작꿀이 나이 때 친구C를 만나지 않았냐고. 

그때 우리는 싸우진 않았던 것 같고 삐져서 말을 안 했던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맞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관계를 맺는 방법도 이렇게 다르다. 


거나하게 놀고난 작꿀이가 쇼파에 대자로 늘어져 묻는다. 

" 엄마 노는 것도 공부야?" 

"그럼 공부지." 

오늘한 관계 쇼핑도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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