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좌파와 우파 그리고 가랑이파

책.습.관.

by 책o습o관

나는 최재천 교수님을 존경한다. 과학을 전공으로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충성심이 영 신통치 않은데 저분은 어떻게 저렇게 과학에 진심인지 신기한 마음으로 채널을 구독했다. 내가 전공을 정한 이유야 설명하는 칸이 아까울 정도로 평범하게 점수 따라서다. 내가 고등학교 때는 이과 문과가 나뉘어 있었고 여고에서 공부 좀 하는 아이들은 이과를 갔다. 요즘 유행하는 직업들이 대부분 이공계 게열인 것만 봐도 특별히 놀라운 현상은 아니다. 그때 우리는 진로를 결정하는 문제를 놓고 나름 진지하게 심오한 질문을 했다.

"수학 잘해? "

"그럼 이과지. 수학은 좌뇌쟎아."

두둥. 이렇게 갈렸다.

이과와 문과. 좌파와 우파.

모든 것에서 지극히 평범 그 자체인 나는 뭘 해도 가운데 끼어있다. 이러니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인간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면서도 인간의 마음을 다룬 시를 보면 막막하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면서도 내 뇌의 어느 부분이 반짝거리는 지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경영학부 출신인 내 친구는 이공계 출신인 나를 보고 세상을 몰라도 어쩌면 그렇게 모르냐며 그렇게 모르고 살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한다. 어쩌라고.

그런데 함께 영양제를 사러 가서 헤매는 친구를 보니 저렇게 모르고도 사는 게 신기한 생각이 드는 건 피차일반이다. 이과와 문과를 대표하기에 우리 둘 다 평균 이하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를 기준으로 두는 것은 좀 무리수가 있어 나는 최재천교수님 영상을 본다. 내가 최재천 교수님과 김정운 교수님의 대담영상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의문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문과 친구들은 이과 친구들을 보고 답답하고 비인간적이라고 할까? 왜 이과 친구들은 문과 친구들을 보고 감정소모적이며 비이성적이라고 할까? 이건 어디까지나 선입견이다. 인간적인 이과생, 이성적인 문과생도 많고 그 중간은 더 많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데는 이과생들은 인간 이외의 것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게 내 결론이다. 예를 들면 우주를 중요시하는 천문학자, 동물을 중시하는 동물학자, 컴퓨터 세계를 중요시하는 엔지니어. 반면 문과생들은 그 중심이 인간이 우선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인간의 기분, 인간의 생각, 인간의 믿음, 인간의 말, 인산의 사회. 아 그래서 인문학이구나. 그러면 의과는 뭔가? 이과인데 인간이 중심이다. 그래서 다들 의사가 되고 싶어 하나 보다라고 믿고 싶다.

달걀이 닭알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콜럼버스 마냥 기뻤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인간을 좌뇌파와 우뇌파로 나누려는 시도 자체가 앙큼하다. 나는 45 % 대 55 % 정도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마저도 고정값은 아닌 듯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과학은 어떤 이들에게 무기 그 이상이 아닐 수 있다. 과학만이 과학이 만들어 낸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그 둘 사이를 잇는 접점은 인간 뿐이고 인간은 곧 관계다. 사람이 되고자 공부하지 말고 먼저 사람이 되어라는 공자의 말이 더 와닿는 것을 보니 돈이 돌아가는 세상을 모를 지언 정 나는 55% 대 45% 정도의 근소한 차이로 우파인가. 전공을 잘 못 선택했구나 싶다가도 반쪽짜리 뇌로 무얼 하겠냐며 기적의 논리로 우겨본다. 가랑이파 만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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