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관 06 학아, 멀리 날아라

책.습.관.

by 책o습o관

나는 1세대 학원 키즈의 교육 쇼핑 찐후기: 책.습.관. 이라는 책을 냈다. 서점에 나열하기 위해 굳이 분류를 정하라면 이미 포화상태인 교육.육아 서적 어딘가에 꽂혀야 할 것 같다. 심지어 나도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세 가지를 추천했다.

평상시 좋아했던 책들을 낸 기성 출판사 몇 군데에 원고를 보냈다. 2군데는 연락이 없었고 한 군데는 출판시장과 출판 스케줄을 이유로 들며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자기에 기다리느니 출판은 또 어떻게 하는 건지 한번 해보자 싶어서 자가 출판으로 하기로 했다. 최소 100군데는 메일을 돌려야 한다는데 역시 행동파다운 성급한 결정이다.

아쉬운 맘도 있었지만 예상 가능했고 또 기다리는 것도 속이 터져서 미련은 없다. 포기한 것은 아니다. 또 아나? 기회는 예상치 못한 데서 찾아온다는데 내가 만든 책을 보고 출판사가 연락을 할는지? 그래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자가 출판으로 베셀에 오르면 할 얘기가 더 많아지겠지 하는 앙큼한 상상도 한다.


브런치만 둘러봐도 대단한 책이 넘쳐나니 이 와중에 내 책을 어떻게 궁금하게 하나, 남들은 책을 어떻게 알리는 것인지 점점 궁금해졌다. 나만 알고 있기는 너무 안타깝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내 책과 접점이 있어보이거나, 애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볼 것 같은 채널, 책소개 코너가 있는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들에 책과 함께 채널 주인장들의 책.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내용을 영상으로 만들어 달라고 연락을 했다.

이쯤 되면 돌아이인가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맞다. 돌아이다.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두 군데 채널에서는 내 책 제목 없이 질문에 대한 답변 영상을 만들어 주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책 제목을 말하지 않았으므로 나혼자 그렇게 생각할 뿐 내 책과 상관없다고 한다면 내가 우길 도리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비슷한 생각으로 이야기 해주었다는데서 위로 받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 군데서는 제작팀에서 고려하겠다고 연락이 왔지만 그 뒤로는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주인장이 쓴 책을 광고하는 영상들이 나온 것으로 보아 거절인 것으로 생각한다. 받았는지 답장을 안 주는 경우도 많았다. 나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이해는 된다. 소개할 만한 책이 아니라서인지, 주는 것도 없이 받기만 바래서인지, 내가 모르는 그들만의 상도덕이 있는 것인진 알 수 없다.


보내고 나서 생각하니 이게 마케팅이구나 싶어 마케팅 책도 뒤적여 보게 된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잘생긴 마케팅팀장이 하는 일이 저런 거구나. 남들은 뭐 하며 먹고사나 했더니만 이렇게 켜켜이 얽혀 있는 게 사회구나. 그래서 출판사를 통해 출판하는 거구나. 일을 치고 배우니 쏙쏙 들어온다.


문제는 그 채널들에서 계속 내보내는 영상들에서 뭔가 해야 될 것을 이야기하는 걸 보니 내 책도 결국 같은 과인가 싶어 불안해 진다는 거다. 딱 하나의 비법이라지만 그런 비법 영상이 10개면 10개가 된다.

할 것이 무궁무진한 것처럼, 안 하면 큰 일 난 것처럼 자기 계발, 부모 교육, 교육 정보와 관련된 정보로 먹고사는 채널들에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인지 세 가지면 충분하다고 책을 써서 보냈으니 난 돌아이가 맞다. 적진으로 화약고를 들고 쳐들어가서 보기 좋게 흔적도 없이 전사했다.


겨울방학에 준비할 것

어휘력 키우기 위해 할 것

문해력 키우기 위해 할 것

수학 정복하기 위해 할 것

초등학교 진학 전 할 것(여기에 학년 별로도 나뉘는데 정신건강을 위해 생략한다.)

중학교 진학 전 할 것

고등학교 진학 전 해야 할 것

취업하려면 할 것

성공하기 위해 할 것

은퇴하기 전에 할 것

은퇴 후에 할 것

죽기 전에 할 것


이렇게 해야 할 것들도 도배가 된 채널들을 보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안 하면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싶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나같이 불안증이 있는 환자들은 걸려들기 딱 십상이다.

교육 채널은 하나같이 부모가 할 것들인데 이제 학부모님들은 그만해도 된다. 채널들은 잘 못이 없다. 마음이 약한 학부모님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말고는.

어디 아이들 뿐인가. 어른들이 할 것도 참 많다.

이렇게 다 하면 생각은 언제 하는지. 언젠가 직접 해볼 수는 있는 것인지.


원래 인간은 선생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가 없던 시절도 있었다.

배우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이유를 공자가 배우는 것이 기쁘지 아니한지라고 말한 탓을 하려는데 다시 보니 ' 때에 맞게'를 빼놓고 배우는 것만 강조했다고 오해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不亦說乎兒)


배움을 게을리한 결과가 뼈 아팠던 우리는 배우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병에 걸렸다.

외국 문화를 미리 배우지 않은 탓에 개화가 늦게 돼서 일본에 나라를 뺏긴 것은 아닌지, 새로운 이념에 대해 배우는 걸 늦게 해서 나라가 둘로 갈라지는 아픔을 겪은 것은 아닌지, 영어 같은 서양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세계무대에 나가지 못한 것은 아닌지 실로 뼈 때리는 과거로 우리는 배움 노이로제에 걸렸다.

그리고 우리는 깨우치는 법을 잊었다. 지금은 배우지 않으면 뒤쳐질까 봐 노심초사하며 미리 배워대느라 스스로 깨우치고 생각하는 법도 잊고,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법도 잊고,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는 법도 잊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소중하고 원초적인 것을 잃으면 우리는 억울한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유기농 음식이 그렇고, 가정교육이 그렇다. 예전엔 지천에 깔린 유기농 나물을 공짜로 뜯어먹었는데 우리가 경쟁, 효율을 선택한 기회비용으로 이젠 비싼 돈을 내고 사 먹어야 한다. 돈 버는 재주가 있는 이들은 같은 나물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요술도 부린다. 입시와 성공에 저당 잡혀 관계, 인성, 감정, 습관 등을 가르쳐야 하는 가정교육 대신 선택한 기회비용이 무엇이건 간에 최저출산율은 아니길 바란다.


난 정말 책. 습. 관. 이면 충분하다고 믿는다. 이나마도 혼자 깨치는 난 녀석들도 있으니 그러면 관계 하나만 해 줘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는데 고기 잡는 법을 너무 최신식으로 다채롭게 가르치면 고기 잡는 법 강사가 될 거 아닌 다음에는 힘만 빠진다. 그걸 왜 못하냐고 윽박지르거나 처음부터 대어를 잡자며 배낚시를 끌려가서 뱃멀미에 시달리면 낚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수 있다. 낚시한다고 스스로 따라 나서고, 낚시에 필요한 도구 두세 가지, 물고기가 잡히면 낚싯대에서 빼는 법 정도만 알고 작은 물고기라도 낚아서 낚시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낚시를 하다가 궁금하면 온갖 생선 이름도 외우고, 고급 낚싯대도 사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

깨우치다 모자라면 배우면 된다. 습관으로 배울 시간을 만들고 습관 들여 배우면 된다. 돈이 많이 벌고 싶으면 돈과 관련된 것을 배우고, 의사가 되고 싶으면 의사와 관련된 것을 배우면 된다. 인간이 되고 싶으면 인간이 되기 위한 소양을 키우면 된다. 그래도 인간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도 뒤적이며 생각도 정리하고 남의 얘기도 간간히 들으며 깨우치면 된다.

혼자 깨우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넘어지고 자빠지면 관계를 쿠션 삼아 다시 일어나면 된다.

100가지 1000가지를 준비한다고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수학 답지를 손에 쥐고는 수학을 잘할 수가 없다.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손에 답안지를 쥐고 답을 보지 않는 게 쉬울까? 답안지가 있는지 모르는 게 안 보기 쉬울까? 부모가 알면서 가르치지 않는 게 더 쉬울까? 차라리 적당히 모르는 게 더 쉬울까?


그럼 너는 왜 보냐고?

책.습.관. 세 가지를 실천하다보면 문제가 발생하거나 궁금한게 생긴다. 그런 것을 배우기 위해 들러서 실제로 배우기도 했다. '야, 이런 책을 이제야 알다니' '소개해줘서 정말 고맙다. '

내 책도 그런 책이길 바랬건만 .쩝.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 한다. 특히나 먼저 가 본 선생이 없는 길을 가려면 혼자 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학부모님들은 쉬어도 된다. 학은 하늘을 날 때 영엄하다. 부모면 충분하다.


그래서 책은 어떻게 할 거냐고? 깨달았으니 배우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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