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관 07 다 같은 열등생이 아니다.

책.습.관.

by 책o습o관

공부를 못 한다고 다 한 통속이 아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관계다. 공부를 못 하는 경우보다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괜히 노력했다가 실패하는 것보다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할 거라는 도망갈 구멍이라도 남겨 놓고 싶은 경우다.

집안 환경이 어려울 수도 있고, 화목하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 아이들은 관계가 안타까운 핑계가 된다. 사실 이럴 때일수록 습관을 붙잡고 늘어져서 공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뭔가 기댈 수 있는 관계가 있어야 한다. 공부하고 싶은 것을 모른다는 아이들, 동기가 없다는 아이들 대부분은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눈치 보느라 바쁜 관계에 서툰 경우다.


습관은 공부를 못하는 흔한 이유다. 공부하는 방법도 모르고 공부할 시간도 만들어낼 줄 모르는 아이들이다.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보다 습관들에도 순응적이고 먼저 성숙해지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일찍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철이 늦게 드는 남학생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등학교 때 갑자기 마음 잡고 공부해서 성적이 확 올랐다고 하는 경우의 남자아이들은 습관을 먼저 다잡아 성공한 경우가 많다. 숙제 해라, 숙제 했냐, 갖고 와봐라, 이게 한거냐 4종 세트로 일일이 확인해야한다면 습관이 없는 경우다. 습관을 세울 기회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책이 이유인 경우는 공부를 못 한다고 하기는 애매한 그룹에 제일 많다. 어지간히 높은 성적에 암기도 수학도 곧잘 하는데도 책을 안 읽는 아이들은 항상 뭔지 모를 이인자의 위기감을 느낀다. 자신도 얇팍한 밑천을 알기에 느끼는 위기감이다. 위기감을 극복할 생각 배짱이 빈약하다. 시험의 난이도, 변화에 민감하고 생각하는 힘이 약해서 논술이나 면접 같은 것으로 평가하는 게 불공평하다고 그렇게 투덜댄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군이다. 아마도 어른이 되어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군일 것이다.


학교 공부를 못 한다고 모든 습관이 안 좋거나 무조건 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 못 해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도 많다. 공부는 못 해도 관계 하나는 끝내주는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깝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거부할 수 없다. 이 녀석들이 습관과 책으로 빨리 길을 찾아 나갔으면 하는데 성격도 좋아서 어지간한 것에는 위기감도 느끼질 않는다. 지켜보는 사람만 안타깝지 정작 자신들은 행복도 최상이다. 해보면 별 것도 아닌 공부인데 습관과 책으로 아이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하고 조바심을 내지만 관계의 진짜 힘을 알아서인지 아이들은 그저 느긋하기만 하다. 빨리 가려고만 하면 숨어 있는 경치를 보고 가기 어렵다더니, 성질 급한 내가 그렇게 손짓을 해도 녀석들은 구석구석 야무지게 관광 중이다. 섣불리 걱정해주는 척 했다가 무안만 당할 뿐이다.

공부를 꼭 잘해야 하나?

해보고 깨우치고 배우고 고치고 다시 해보고 끊임없이 하는 게 공부다.

학교 공부야 졸업만 하면 된다지만 인생 공부는 어쩌나. 학교에서만 하는 게 공부라고 생각하고 학교 공부 못한 설움에 인생 공부도 지레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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