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관 08 청개구리의 진짜 교훈
책.습.관.
청개구리가 여름만 되면 불효를 반성하느라 개굴개굴 운다는 우화는 참으로 절묘하다.
이 이야기를 읽고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고전주의 관점이다.
얼마나 청개구리들이 많으면 그런가?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세대교체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면 모더니즘이다.
포스트 포더니즘으로 해석하면 인간에게는 누구나 잠재적인 청개구리 심보로 인해 고통받으며 깨달음의 기쁨을 지키려는 인간의 처절한 투쟁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 싶다. 실소가 절로 난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물감 뿌려 놓고는 예술이라고 하니 이해할 수가 없어 포기했었다. 예술에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도 껴주려고 문화사조를 백설공주를 예로 들어 설명했던 글이 인상적이어서 나도 흉내를 내며 복습을 해 본다.
고전주의인지, 모더니즘인지, 포스트 모더니즘인지 몰라도 인간에겐 청개구리 심보가 있고, 우화로 만들어질 만큼 흔하다.
언젠가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있는 회의장에 갔을 때 연사가 앞에서 실컷 이야기하는데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어르신이 " 에이, 재미없어. 지가 여기서도 선생인가. 왜 이렇게 가르치려 들어. " 그러신다.
꼬마 아이들에게 뭐 좀 가르쳐 보려고 하면 자기가 해 보겠다고 한다. 책을 거꾸로 들고 선생님 흉내를 내며 버젓이 읽을 줄 안다고 한다. 가르침을 당하는 것보다 가르치는 게 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에 새 영상이 올라왔다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요즘 들어 연말이라 그런지 뭘 하라는 영상이 많이 나오고 신청을 안 하면 혼내는 듯한 영상이 줄을 잇는다. 주인장 어른을 존경하니 진심인 것도 알고 좋은 이야기인 것도 아는데 슬슬 청개구리 심보가 동한다. 원래 배우고 싶은 것을 많이 가르쳐주기에 부리나케 드나들었던 것인데 자리 깔아주면서 어서 와서 배우라고 하니 슬슬 배우기가 싫어진다.
큰 아이 방 문을 열면 전광석화처럼 "방청소 좀 해라"라는 말이 발사가 된다. 그러면 또 전광석화처럼 " 지금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그 말을 해서 하기 싫어졌어."라는 말이 되돌아온다.
주말에 텔레비전을 끼고 살던 내가 막 숙제를 하려고 아무도 모르게 엉덩이를 살짝쿵 들썩이려는데 엄마가 " 이제 그만 들어가서 숙제 좀 해라" 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갑자기 숙제를 하기 싫어진다. 이젠 숙제를 해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엄마가 시켜서 한 것이 되지 않나. 눌러 앉는다. 원래는 진짜로 일어나려고 했었다. 맹세한다.
그래서 이제 방법을 바꿨다. " 아우, 방에 도둑이 왔다 갔나 보다. 신고해야겠어."
그랬더니 " 응. 왔길래 내가 잡았어." 그러면서 능청을 떤다. 그러더니 한참 있다 부스럭 소리가 나고 방을 청소한다.
비록 내가 옆구리를 찔렀을지언정 자신이 청소를 해야겠다고 깨달을 기회를 뺏지 않아서인지 청개구리가 조용하다.
참, 청개구리 엄마가 화병으로 돌아가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