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관 11 창의력 교육의 필수 조건
책.습.관.
켄 로빈슨 경은 창의력 교육에 관한 Do schools kill creativity? 제목의 TED 강의로 유명하다. 강의와 연구 성과가 얼마나 파급력이 있었는지 업적을 인정받아 작위를 받을 정도다.
업적뿐 아니라 유모코드까지 내가 닮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분이다.
그런데 교육계의 개혁가 같은 이 분의 안티에는 의외로 선생님들이 많다. 실제로 교실에서 애들을 가르쳐 보고나 하는 소리냐는 냉소적인 날 선 비판도 많다.
아이들이 3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교실에서 창의력 위주의 수업을 하려면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과학 시간에 궁금하다며 아무거나 태우는 바람에 화재 경보가 울린다거나, 생각이 안 난다며 갑자기 책상에 드러눕는다거나 하는 날 것의 창의성이 꿈틀 대는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선생님들의 애처로운 노력을 보면 실로 눈물겹다. 나보다 머리 두세 개나 더 있는 남자아이들은 소수인종에다 초보티가 줄줄 나는 여기서나 가능한 왜소한 체격의 나 같은 여자 선생을 보면 먹잇감 보듯 바라본다. 권력도 없고, 주먹도 쓸 수 없고 기댈 것은 점수 하나인데 점수로 매길 수도 없는 창의성 교육을 하라니 선생님들 심정이 얼마나 참담하겠나 싶다.
창의력 중요하다. 창의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치면 나도 한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하는 창의력 교육은 준비할게 많다. 학습 과정을 생각해서 차 떼고 포떼고 해야 하고 하더라도 규제도 많고 걱정할 것도 많다. 그런데 아이들 알레르기, 안전 문제, 관계 문제, 감정 문제, 종교 문제, 이념 문제 다 고려한 다음 30명이 다 함께 해야 하고, 정해진 장소에서 한정된 재료로만 해야 한다. 무슨 창의성이 그런가.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게 더 많다. 원래도 없는 선택지에서 더 몇 개 안 남거나 그냥 포기하게 된다.
우리 동네 유아원에선 최근 4살 난 남자아이가 반 친구들을 여럿 때린 사건이 있었다. 학부모가 교사와 학교 측을 고소한 사유는 아이의 전인적 교육에 힘쓰지 않고 학습적인 내용만 가르친 교과 과정을 문제 삼았다. 맞은 측이 아니라 때린 측이 고소를 했다. 한마디로 인성을 가르치지 않고 지식만 가르쳤다는 이야기다. 법이 학교와 교사 편을 들어주었지만 교사는 10kg가 빠졌다고 한다. 소송하는 동안 교사가 출근을 못해서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많이 봤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외동이라 집에서 다른 아이를 때리면 안 되는 것을 몰랐다 치자. 그런 걸 배우러 왔다 치자. 그러면 학부모의 자세는 사과였어야 한다. 사회생활을 배우는 교육 과정이 무어란 말인가? 때리면 될까요? 안 될까요?라는 문제에 동그라미를 치길 바란 것인가? 아니면 때린 다음에 뭐라고 해야 할까요? 하면 사과한다고 달달 외워야 했단 말인가? 한국이나 미국이나 경쟁과 성공 앞에 사라진 가정 교육 때문에 학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선생님들은 총알받이 신세다.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있고, 생각과 감정을 의사소통 할 수 있고, 규칙을 지키고, 다름을 인정하고, 예상치 못하게 생기는 문제에 대한 위험과 책임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때 창의력 교육이 가능하다. 절제가 안 되면 규제가 필요하니 자유로운 분위기는 물건너 간다. 독립과 절제가 안 되면 양해를 구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학교에선 도움을 줄 순 있지만 대신해줄 수 없고, 배워야 하는 학습 교과 과정도 있으니 이런 교육이 주가 될 수는 없다. 그럼 어디서 해야 할까? 가정이다. 가정에서 학습에 관련된 것에 매진하고 학교에서 인간 교육을 한다는 건 비효율적이고 불가능하다. 가정에서 하면 교육자와 학생의 비율이 1대1로 아니 2대 1로 이루어질 수 있는 양질의 교육 기회를 포기하고 1대 30으로 하는 인간 교육의 질을 비교할 수 있을까. 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간신히 가능한데 인간을 키우는 것은 택도 없는 수치다. 가정에서 첫 사회 생활인 학교 생활을 위해 기본적인 인간의 형태는 갖추어야 한다. 구구단과 한글을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학교에서 배우면 된다. 진짜 부끄러운 것은 자신을 돌볼줄 모르는 것, 예의를 모르는 것, 감사하지 않는 것, 반성하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로빈슨 경이 말한 창의력 교육은 뜬금없는 돌발 행동들을 말한 것은 아니다. 정해진 것을 가르치더라도 열린 답을 찾고 자신만의 답을 찾도록 해야한다. 다양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와 새로운 관점을 시도하고 수용할 수 있는 교과 과정을 개발해야하고 그에 맞는 평가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나도 우리 아이들이 창의력 키워주는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내가 반쪽 선생이라 학교입장에서 글을 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애 둘을 키우며 공부에 관한 한 전적으로 학교에 의존하고 있는 게으른 학부모 입장에서 쓰는 글이다. 가정을, 선생님들을, 학교를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