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습관 10 평범한 천재

책.습.관.

by 책o습o관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나는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답이 맞는 답이나 답이 하나라는 가정이면 정답은 없다. 사는 것에 맞고 틀린 것이 있을 수는 없다. 채점자가 누구란 말인가? 채점자가 절대신이라 생각하던 시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지금은 절대신도 자기가 믿는 종교에 따라 다르다. 수적 다수가 말하는 것이 정답이 아닌 것은 과학사를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한 때 오답이었다. 남들이 다 선택하니 정답처럼 보이거나 빠르고 쉬운 길을 가르쳐주면 정답일 것 같지만 확률일 뿐이다. 정답 비슷한 것은 있는데 정답은 아니다. 오답도 정답으로 바뀔 수 있고 정답도 오답으로 바뀔 수 있다.

누구나 말하는 정답대로 사는 사람을 범재라고 하고 자기가 만든 정답대로 사는 사람을 나는 천재라고 부른다.

얼마 전 강지영 아나운서의 인터뷰에서 아나운서 학원 같은 건 있는 줄도 몰랐고 도전해보자 싶어 그냥 해봤는데 됐다고 한다. 모두 정답인 줄 알고 가는 아나운서 학원이란 존재조차 몰랐다는 강아나운서의 답을 무엇일까?


유명한 테크 컴퍼니의 거물들,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명문 아이비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은 어떤가?

그들은 남들이 정답이라고 믿는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예시는 식상할 정도이다.


백종원은? 명문대씩이나 나왔는데 식당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생각하기엔 백 사장 스케일을 보면 그런 말은 섣불리 못 한다.


그러면 그런 말을 한다. 에이 그건 특별한 천재들이나 하는 것이지 평범한 우리는 남들이 정해진 정답을 따라가야 한다고. 이 말은 정확하게 고쳐야 한다. 생각하기 싫은 우리는 남들이 정한 길을 따라가는 것이지 평범한 우리라고 울타리를 함부로 확장해서 평범을 폄하하면 안 된다.


내 주변엔 평범한 천재들이 많다.

내가 일전에도 말했던 밀당의 고수인 우리 이웃집 할머니는 관계에 있어서 평범한 천재이다. 명함 같은 건 일생 파본 적이 없으시지만 관계에서 만큼은 고수다.

내가 잘 가는 식당 사장님도 평범한 천재다. 밑반찬도 남지도 않게, 가짓수도 사람들이 진짜 좋아하는 딱 한두 가지만 골라서 늘 같은 맛과 질로 단골손님을 잃지 않는다.

우리 한국학교 교감 선생님은 일주일 내내 아이들이 쓸 학습 자료며 학교 미화 용품을 집에서 손수 제작한다. 한국어로 된 것 찾기도 어렵고 배송까지 하면 학교 사정에 부담이 가니 여기저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뚝딱뚝딱 만드신다.

할머니가 관계 학원에 다녔을 리는 없다. 사장님도 처음에 요리는 배운 곳이 있었겠지만 미국 사정에 맞춰 개발한 한국식 밑반찬은 가르쳐 준 곳이 없을 것이다. 우리 학교 교감선생님도 어디 가서 배워오신 것은 아니다.

이 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어디 가서 자랑할 거리는 아니란다.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먹고 살려다 보니, 급해서, 아쉬운 대로 다 한 거란다.


이들이 내가 되고 싶은 천재다. 그들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화려한 삶을 살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평범한'이 붙지만 이들의 재주가 평범한 것은 아니다. 나도 이들처럼 내가 하고 있는 크고 작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평범한 천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한국학교에 썼던 자료를 모아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내가 첫 번째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다.

그런데 웬걸. 책 쓰는 방법을 찾다 보니 새로운 천재 집단이 지천에 널렸다. 국문과도 안 나왔다는데 이게 말이 되는 문장인가.

그들을 붙잡고 어디 학원 다녔는지, 어디 학교 나왔는지 물어보고 싶은가?

그런 거 가르쳐 주는 데가 어딘지 나도 좀 가르쳐주라고 되묻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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