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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Jan 20. 2024

우리들의 책.(습).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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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습.관. 라디오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죠?


옷을 갈아입다 말고 작꿀이가 그럽니다. 결연한 목소리로 크면 17살이 될 거랍니다.  

예전의 저 같으면 누구나 되는 거야라고 했을 거예요. 제 안에 있는 부모란 녀석도 16년 동안 자랐나 봅니다.

그럼, 16살도 되고, 17살도 되고, 18살도 될 수 있지. 이런 대답이 나오네요.

그러니 씩- 웃습니다.

16살인 언니보다 딱 한 살 많은 17살이 되겠다고 하는 여시방구가 무엇이 될까 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생각의 꼬리가 나는 뭐가 되고 싶으냐로 이어지네요.



저 어린 시절 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듣고 자랐습니다. 불안한 고용시장에 평생 안정된 직업, 전문인.

뭐에 전문인이 되어야 한다고는 아무도 가르쳐주었지만 여하튼 전문인에 대한 장점은 확실했습니다.

평생 먹고살 일이 보장된 전문지식, 기술 하나는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앞에 전문가가 붙는 사람들을 보면 전 그런 생각을 합니다. 뭘 그렇게까지. 이름 때문인가 봐요. 

제 이름 가운데 들어가는 '주'자는 한자로 두루 주 자입니다.

유명하다는 작명가를 찾아가 지었다는데 작명가가 유명하긴 한지 제 이름과 같은 이름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가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저는 한 때 저 '주'가 그렇게 맘에 안 들었어요. 두루두루가 뭔가 휘뚜르마뚜르 아닌가 싶어서요. 뭐 하나 딱 특별나게 잘하는 것 없이 이것저것 적당히 하다만 다는 이야기 같아 전문가 하고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제 파리 목숨이 달린 의사 선생님이야 전문가를 만나고 싶습니다.

제 피같은 한 푼이 달린 일이라면 회계전문가를 만나고 싶을 거 같습니다.

근데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때로는 참 외롭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심 없는 남들은 쓸데없는 것,  아주 좁은 일에 평생을 바치니까요. 재미가 있으면 좋겠지만 재미가 없다면 백날천날 같은 것만 보고 사는 것이 지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지랖이죠. 여하튼 그들이 높은 임금을 받는 건 외로움의 대가가 아닌가 합니다. 외로울수록 대가가 커져야겠죠. 가끔 높은 임금을 못 받는데도 외롭도록 한 우물을 파는 분들이 있습니다. 즐긴다는 얘기겠죠. 그래서인지 돈을 못 버는 것도 개념치 않아 보입니다. 이래저래 전문가들을 존경합니다. 


그럼 제가 관심 많은 교육 전문가는 어떤가는 생각해 봅니다.

희한하게도 교육 전문가는 외롭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훈수를 두는 이들이 너무 많아 어느 유명한 교육가는 비행기에선 절대로 직업이 교육가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해요. 말하는 순간 자기는 다 틀린 거니까요.

교육에 관심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기 계발이든, 육아든, 평생 교육이든 뭐 하나는 걸치게 되어 있잖아요.

교육학 박사를 갖고 계신 분들 중에는 학부랑 석사 전공이 교육학과 전혀 관계가 없는 분들도 많은 것을 보면 모든 것은 교육학으로 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우연인지 제가 시대의 흐름을 용하게 잘 짚은 것인지 교육. 육아 관련 채널들에서 저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이네요. 좋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답을 모르나?


돈을 잘 버는 일론 머스크라면 내가 하고 싶은 책.습.관. 을 어떻게 썼을까?

물론 일론 머스크는 안 쓸 겁니다. 돈이 안 되니까요. 그보다야 우주산업, 전기차가 더 확실한 소득창출이 됩니다. 큰 소득은 없는 것, 새로운 것에 대한 개척과 상상의 실물화에서 일어나는 거 같아요. 하지만 교육은 그게 불가능하죠. 이미 없는 교육이라는 것도 없고 한다고 해도 그 끝엔 이익 창출을 위한 교육이라는 게 뭔지 모르게 반인류적인 느낌이 듭니다. 돈을 위해 성공을 위해 인간을 가르친다? 그럼 로봇을 가르치는 게 더 효율적이죠. 아! 그래서 머스크는 로봇도 개발합니다. 그럼에도 교육산업이 성황인건 인간의 배움에 대한 열망,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 때문이겠죠. 교육산업에 가장 큰 딜레마는 그 교육의 가장 끝에는 스스로 깨우치는 이들이라는 것이죠. 그러니 교육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면 돈이 돈을 부르는 머니 파이프라인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깨달음을 얻은 경우보단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아 교육계는 성황입니다.  


큰돈은 안 되겠지만 자선 사업이라고 생각해서 머스크가 책을 굳이 쓴다면  

제일 먼저 용어를 정리했을 거 같습니다. 두리뭉실하게 다 때려 넣은 제가 애용하는 애매모호한 관계라는 말 대신 가족관계, 친구 관계, 사회와의 관계, 국가와의 관계로 나누고 각 관계를 위한 세부 덕목으로, 사회성, 감정, 정체성, 자존감, 인, 도덕, 예의 등 이런 세부 항목으로 나눠질 거예요. 어쩌면 세부 항목부터 다를 수 있을 거 같기도 합니다. 의사소통, 경쟁력, 전문성, 대인관계, 심리 분석, 자기인지 기능, 뭐 이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실질적인 예시, 상황별 해결책, 꿀팁 이렇게 정리를 해야겠죠.

습관은 생활습관, 공부 습관, 정리 습관, 시간 관리 습관, 독서습관, 일기 습관, 이런 식으로 나누고 역시 또 밑에 세부사항으롤 나눠야 합니다. 자동화를 위한 시스템도 개발하고 바나나 하나를 붙여 습관을 관리해 줄 앱도 개발하겠죠. 

책 읽는 방법, 문해력 키우는 법, 단계별 좋은 책 고르는 법, 독후 활동법, 책 목록 이렇게 또 자세히 나눠서 써야 합니다. 한국 출판사와 손잡고 각 명문 대학들이 추천하는 교양 100권의 진액을 담은 독후 활동 문제집을 낼지도 모릅니다. 

그리곤 각 항목별로 안 하면 안 되는 것처럼, 하면 무조건 성공하는 것처럼 광고를 해야 합니다. 통계와 그래프를 들고 와서 증명도 해야겠지요.

독자를 위해 확신을 주는 말투, 주독자층을 제대로 타격하는 공감을 사는 적절한 예시, 화려한 그림과 눈에 확 띄는 일러스트레이션도 넣어야합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교육 전문가가 맞습니다.

그럼 저는 교육 전문가는 될 수가 없겠어요. 저 아니어도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이기도 하고 저는 그렇게 해체하는 방식이 무섭거든요.

로봇도 저렇게 하나 하나해서 끼우면 피노키오처럼 인간이 될까요?

그렇게 하나하나 나열하다가 진심하나 빠뜨리면 어쩌나요. 진심을 넣긴 넣을 수 있는 건가요? 

상상력이 없는 저는 피노키오는 인간이 되지 않을 거 같은 생각에 전문가는 포기합니다. 

그럼 교육가가 되어야 하나 또 생각해 봅니다. 

가르치고 키우는 사람.

전문가보다는 상상이 됩니다. 필요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르치게 영 마음에 걸려요. 안 가르쳐도 잘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제가 키우는 것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크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드니 미안함이 듭니다.

그나마 선생이 나아 보이네요.

운이 좋아 먼저 태어나서 먼저 살긴 했으니까요.

그래서 먼저 살아본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합니다. 선생을 잘 못 만났네요. 전 방법을 모르니까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뒤따라오는 세대한테는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존경은 못 받겠지만 내가 하는 것과 딱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줄 수 있겠네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넓게 최대한 깊게, 그리고 최대한 진솔하게 내가 성공한 이야기, 내가 실패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인가 생각해 봅니다.  

그중 제일 어려운 일은 아마도 제가 살아본 이야기가 무조건 맞다고 우기지 않는 것이겠지요. 

제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도움이 됐는지 안 됐는지는 결국 아이들이 결정할 일이니 제가 먼저 간다고 아이들이 따라올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같이 가는 것만이 가능하겠네요.  

이렇게 무직입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글 뒤에 넋두리 뒤에 숨지 말고, 숨지 않고, 숨지 않으려고,

무서운 마음이 들더라도,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도, 창피한 마음이 들더라도 하나를 골라 마음에 드는 답에 가까이 가기 위해 한 발짝을 디디며 사는 모든 이들이 애잔하고 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진 않아서 안경도 안 닦고 살았는데 습관 삼아 글을 쓰니 제 마음을 돋보기로 보듯 들여다보게 됩니다. 아마도 그래서 나이 들면 돋보기도 쓰게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가 봐요. 


깊은 산속 1 급수 계곡물 같은 아이들 마음을 돋보기로 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무지갯빛 송사리를 따라 요리조리 움직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를 텐데요.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넘어졌을 때, 넘실대는 감정의 급류가 휘몰아칠 때도 송사리 쫓던 재미로 시작한 글 돋보기를 습관 삼아 깨달음에 이르기를 응원해 봅니다.  


여러분의 책.습.관. 은 어땠어요?

습관 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 이었습니다.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10-e2emnep

https://youtu.be/EzPd3IzUt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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