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어슐러 K. 르 귄, 프란츠 카프카, 앨리스 먼로 등 10명의 전설적인 작가와 그들의 책 이야기, 그리고 곧 사라져 버리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일상을 담은 독서 에세이.
동이 트는 장밋빛 새벽하늘, 갓 내린 뜨거운 커피의 향기, 잠깐 눈을 돌려 바라본 투명한 풍경,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읽는 시간. 우리는 위대하고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지만, 아무런 의미 없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들도 있다.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친구와 함께 말없이 바라보고 싶어 했던 어느 겨울날의 눈 내리는 풍경처럼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순간들이다.
우리는 삶의 공허함을 타인과의 진실한 관계로 채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삶은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충만해진다. 《나를 상하게 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다》, 《혼자라서 좋은 날》을 쓴 에세이스트 전지영은 책을 통해 레이먼드 카버, 어슐러 K. 르 귄, 프란츠 카프카, 로맹 가리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지는 전설적인 작가들과 그들의 책을 매개로 오늘도 무수하게 지나치는 작지만 아름다운 순간을 선명한 인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에피소드마다 삽입된 10컷의 섬세한 수채화 일러스트가 여운을 더한다.
“문학에는 그런 기능이 있다. 누구라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혼자가 아니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무가치한 위대함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남자의 죽음에 대하여, 세상이 정해준 자리에서 벗어나 고집스럽게 오빠의 시체를 매장하는 소녀의 선택에 대하여, 파리의 아파트에서 220센티미터의 비단뱀을 키우는 남자의 고립감에 대하여.” 프롤로그 중에서
p.025 삶의 어떤 부분은 말할 수 없다. 말하려고 하는 순간 그것은 그저 가볍고 우스운 것으로 변해버린다. 어느 날 삶을 텅 비게 하는 것, 쓸모없는 무엇으로 남아 있는 시간을 가득 채우는 것, 아무것도 없는 오늘을 견뎌야 하는 것, 그것은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들이다.
p.039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무는 자랄 수 없다. 하지만 햇빛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복잡하고 끈질긴 성장에는 반드시 자신의 그림자를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순간이 있다.
p.046 우리가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삶의 결과가 아니라 오직 삶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그 사람의 태도뿐이다.
p.050 누구라도 삶의 한순간, 뜻하지 않은 급류에 휩쓸려 절망할 때가 있다. 그 순간이 되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방향성과 타인의 방향성과 물리적인 방향성으로 꼼꼼하게 작성된 거대한 운명의 계획을 고쳐보겠다는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지 알게 된다.
p.080 정말이지 삶이란 억지로 해야 할 일과 참아야 할 일이 차례대로 늘어서 있는 것 같다.
p.127 관계는 곧 성장을 의미한다. 우리는 때로는(우리 자신을 포함해서), 관계에 대한 성장을 거부하는 사람을 흔하게 만난다. 그들은 커다란 체스판 같은 자신의 세상에서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동료를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배치한다.
p.173 삶은 대개 악착 같은 것으로 채워지게 마련이지만 느린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지나가는 풍경은 비슷하게 익숙하면서 황량하다. 그 잠깐의 사이에 신기하면서도 아름답게 비치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삶의 표정이 세상의 어떤 탁월한 이야기보다 왜 이토록 깊은 인상을 남기는지 아직 설명할 수 없다.
https://docs.google.com/forms/d/1zg4OvECkX1HpuRmJ9GWYMcfSgCemyrC19JJSklPVb5I/edit
모집 기간 : 3월 28일(목)~4월 2일(화)
모집 인원 : 알라딘 5명 · 교보문고 5명
참여 방법 : 링크된 구글 폼 작성
당첨자 발표 : 4월 3일(수) 당첨자 개별 연락
서평 미션 : 교보문고 또는 알라딘 1곳과 개인 SNS 1곳에 도서 리뷰 작성
서평 마감 : 4월 21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