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nine Jul 20. 2017

적어본다

너의 이름을

펜을 들면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손으로 무언가 적을 일이 거의 없었던 내게 이따금 펜을 들 기회였던 네 이름.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단 두 글자 적어놓은 뒤 남아있는 공백 앞에, 네 커다란 이름 앞에 나는 얼마만큼 무력했던가. 애써 침착한 척 고민 끝에 써 내려간 문장 모든 곳에 한 땀 한 땀 꿰매놓았던 사과와 고백, 그리고 애타는 구애를 너는 조금은 볼 수 있었을까.

나는 이제 더는 너를 생각하며 펜을 들지 않지만, 늦은 오후 우연히 잡게 된 펜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적어 놓은, 이제는 해진 슬픔만이 엉클어져 있는 네 이름 끝머리에 온전한 나의 의지로 힘주어 몇 자 더 적어본다. '너는 잘 있니'

작가의 이전글 홍대입구 합정 당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