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을
펜을 들면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손으로 무언가 적을 일이 거의 없었던 내게 이따금 펜을 들 기회였던 네 이름.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단 두 글자 적어놓은 뒤 남아있는 공백 앞에, 네 커다란 이름 앞에 나는 얼마만큼 무력했던가. 애써 침착한 척 고민 끝에 써 내려간 문장 모든 곳에 한 땀 한 땀 꿰매놓았던 사과와 고백, 그리고 애타는 구애를 너는 조금은 볼 수 있었을까.
나는 이제 더는 너를 생각하며 펜을 들지 않지만, 늦은 오후 우연히 잡게 된 펜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적어 놓은, 이제는 해진 슬픔만이 엉클어져 있는 네 이름 끝머리에 온전한 나의 의지로 힘주어 몇 자 더 적어본다. '너는 잘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