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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Jul 27. 2018

커피의 풍미

커피 산지 르완다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마시다

르완다에 지내며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이 땅에서 나는 커피를, 내가 아주 좋아라하는 커피를 맘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내가 지내는 동네에는 카페가 없어서 직접 내려 먹어야 하긴 하지만, 시중에서 로스팅된 지 한두 달 정도밖에 안된 신선한 원두를 저렴하고 쉽게 살 수 있다.


저녁형 인간이라 아침이 항상 힘든 나는 르완다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원두를 찬장에 쟁여 놨다가 매일 아침 내려서 보온병에 담아 출근한다. 그리고 사무실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며 아직 잠들어있는 정신을 깨운다. 그 순간에는 벅세권의 직장인이 부럽지 않다.


Photo: 우승훈


Photo: 우승훈


사실 판매자들의 로스팅 시설/기술이나 내 핸드드립 실력이 약간은 부족해서 이 땅에서 나는 커피가 낼 수 있는 최대의 맛을 다 내지는 못하는 것 같긴 하지만, 이곳에서의 커피 경험은 그런 약점을 보완하고도 넘치는 부분이 있다.


Photo: 우승훈


Photo: 우승훈


여기는 유독 비가 많이 내렸던 대우기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건조한 건기의 중심에 있다. 한 두어 달 전쯤, 우기가 막 끝났을 무렵은 커피 수확 시기였어서 출퇴근길에 커피 체리를 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가끔은 커피 말리는 시큼한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이렇게 커피나무와 열매는 어떻게 생겼고, 사람들이 어떻게 수확하고, 커피 농장 뒤로는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고, 어떤 가공과정을 거치는지를 안다는 것, 그리고 그 커피와 같은 비, 같은 바람을 맞는다는 것은 커피의 맛에 특별한 이야기를 더해준다. 


Photo: 우승훈


Photo: 우승훈


'풍미'의 어원은 잘 모르지만, 풍경과 맛이 어우러지는 이 상황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르완다에서 느끼는 르완다 커피의 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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