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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Jan 02. 2022

가짜 '국뽕'에 취하다

한국은 '신'으로, 아프리카는 폐허로,

소위 '국뽕' 유튜브라고 하는 채널들이 있다. 이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한국의 '우수한 면'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비하하고, 한국의 성과는 과장한다. 그리고 때로는 허위 정보를 섞는다.


오늘 우연히 "[외신인용] "한국은 신이다.." BBC인터뷰 중 오열한 아프리카 지도자"라는 제목의 "국뽕"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평소 정신건강을 위해 이런 콘텐츠를 보지 않지만 제목이 너무 황당해서 한번 시청해보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뉴스팩트럼' 채널 캡쳐


이 영상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가끔 일어나는 자연재해인 메뚜기떼와 한국의 원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내전과 부패로 마치 폐허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한국은 이들의 구원자로 그려지고 있었다.


'뉴스팩트럼' 채널 캡쳐


뿐만 아니라 한국의 원조 사업 성과를 마치 전 세계에서 유일한 것처럼 과장하고, 그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의 반응도 과장을 넘어 허위로 묘사하고 있다. 이런 '국뽕' 영상들은 KOICA나 국제개발협력 NGO 등 해외에서 개발협력사업을 하는 기관들이 자신의 성과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과장해 한 사업 단위의 성과가 각 아프리카 국가 전체의 찬사를 받는 듯하게 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19-2021년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있었던 메뚜기떼 창궐의 경우, 각 아프리카 국가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정부와 기관이 협력하여 극복해낸 것이고, 그 과정에 한국이 기여한 바는 분명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특별한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중국과 서양의 원조가 투자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오랜 비판을 활용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한국은 마치 이타적으로 해외 원조 사업을 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데, 한국 또한 이런 비판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이 영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케냐 대통령'이 BBC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일 정도로 한국의 원조를 극찬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국뽕' 영상을 살펴봐도 이 정도로 허위 정보를 끼워 넣는 경우는 잘 없는데, 영상에 케냐 대통령이 BBC와 인터뷰를 한다고 설명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아닌, I believe I can fly로 유명한 미국 가수이자, 소아성애와 성폭력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R. Kelly다. '국뽕'을 파는데 '아프리카 지도자'같은 사람들은 그저 조연일 뿐이다.


'뉴스팩트럼' 채널 캡쳐


그리고 케냐 대통령이 했다는 "한국산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한국산 TV를 매일 시청한다"는 말은 BBC 인터뷰가 아닌, 21016년 당시 현직에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케냐를 방문했을 때 "저희(케냐 사람들)는 한국산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한국산 TV를 매일 시청한다"며 한국기업의 투자를 요청할 때 했던 이야기인데, 아무렇게나 가져다 쓴 것이다. 


올라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이 영상의 조회 수는 34만 회. 그리고 댓글엔 한국의 우수성을 더 널리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가득하다. 돈 벌자고 다른 나라들을 실컷 비하해가며 파는 '국뽕', 그리고 그 '국뽕'을 소비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무서운 마음이 든다.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주의자들도 '독일 민족'의 '우수성'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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