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순항 중인 르완다와 백신 40만 개를 버린 우간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완료율이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는 와중에, 르완다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완료율이 40%를 넘어섰다.
르완다 보건부에 따르면 2022년 1월 13일 기준 르완다에서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6백만 명이고, 이중 51만 명은 부스터 샷(3차 접종) 접종까지 완료했다. 한국의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합친 정도의 국토 면적을 가진 르완다엔 약 천 3백만 명이 살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서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는 세이셸(79%), 모리셔스(71.5%), 카보베르데(47.7%)처럼 인구가 적은 섬나라 거나 모로코(71.5%), 모로코(61.7%) 같은 북아프리카 국가들인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에선 보츠와나와 르완다만 접종률이 40%를 넘고 있다.
한편, 르완다와 북쪽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간다에선 최근 40 만회분의 백신을 폐기 처분하게 생겼다는 기사가 났다. 우간다 보건부의 제인 루스 아쳉(Jane Ruth Aceng) 장관은 접종률이 낮은 우간다 북부에 보낸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제때 접종되지 않아 폐기하게 되었다는 발표를 한 것인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부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에 백신 접종 캠페인을 시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구촌의 백신 불평등 속, 늦게나마 백신을 가지게 된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이제 백신의 공급이 아닌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우간다처럼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백신을 가지고도 접종하지 못해 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의 기사에 따르면, 카메룬에선 시설의 부족으로, 콩고민주공화국에선 백신 거부 여론으로, 케냐에서는 주사기의 부족으로 백신 접종에 차질을 겪고 있다. 백신 공급 초반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나가던 짐바브웨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변이보다 약하다는 인식이 퍼져 접종률 증가를 늦추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낮은 백신 활용률에 대해 이들 정부만을 탓할 수는 없다. 아프리카 국가에 전해지는 다른 나라의 백신 지원은 종종 급하게 이루어질 때가 많다. 이들은 자국 백신 재고 상황에 맞춰 지원 시기와 양을 결정하다 보니 아프리카 각국 정부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백신 접종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심지어는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을 버리듯 지원하기도 하는데, 유통기한 6개월의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유통기한이 4주에서 6주만 남은 백신을 아프리카 국가에 기부하는 식이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자 작년 12월엔 코백스(COVAX)를 통해 지원될 예정이었던 백신 중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1억 회분을 수혜국이 거절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각국이 코백스(COVAX), 아프리카 백신 확보 태스크팀(AVATT), 그리고 각 국가별 협상을 통해 확보한 백신의 수는 4억 9천 회분에 달하지만, 이 중 65%만이 실제 접종으로 이어졌다. 접종 완료율이 40%를 넘어선 르완다 같은 경우엔 보유 백신의 활용률(% doses adminstered)이 75%에 달하지만, 백신을 폐기해야 할 상황에 처한 우간다는 백신 활용률이 46%고, 콩고민주공화국(27%)이나 차드(24%), 부룬디(1%) 등은 이보다 낮다.
이런 여러 어려움 속에서 아프리카 질병관리센터(Africa CDC)는 모로코와 르완다로 직원들을 보내 이들 국가의 성공 요인을 배우고, 2022년엔 백신 보급에 초점을 둘 계획을 세우고 있다. 르완다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작고, 인구 밀도가 높아 백신 보급이 더 수월했을 수도 있지만, 이 외에도 르완다가 접종을 빨리,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과 정부의 다양한 활동 덕분이기도 하다.
르완다는 르완다는 지난해 말, 대규모 백신 접종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버스 정류장을 중심으로 이동식 접종소를 세웠고, 주요 병원과 학교에서도 백신 접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일종의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 음성확인제)'를 도입하여 결혼식 등의 행사 참석, 각종 모임 참석, 헬스장 이용 등을 위해선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는 증명서 혹은 24시간 이내 발행된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수도 키갈리를 포함한 대도시와 중소도시 지역에선 더욱 강력한 기준이 적용되어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으면 식당, 종교시설, 다중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코로나19 범유행 이전부터 르완다 시민들의 백신 신뢰도가 높았다는 점과 르완다의 정치 환경도 주목할 만하다. Wellcome가 2018년 전 세계 시민들의 과학과 주요 보건 위협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인 Wellcome Global Monitor 2018에 따르면 르완다 시민들의 백신 신뢰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선 94%의 응답자가, 효과성에 대해선 99%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물론 이 설문은 코로나19가 있기 전 시행된 것으로 짧은 기간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선 다른 인식일 수 있지만, 그동안 르완다 정부가 체계적으로 공공보건 체제를 강화하고 성과를 보인 결과이기도 하기에 같은 공공보건 체계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좋은 편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르완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마냥 순항 중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100명 정도의 르완다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피해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망명했다가 다시 송환된 일이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종교적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외에도 더 많은 불만과 문제가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르완다 내에는 카가메 대통령과 여당 르완다애국전선(RPF)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정치 쟁점화할만한 시민사회 조직이나 정당이 매우 적다. 그러다 보니 르완다 정부의 강력한 방역 정책이 적절한지, 혹은 과도한지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르완다 정부의 방역 정책은 상당 부분 과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마 한국을 포함한 수많은 정부의 정책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현존하는 과학적 결론이 절대불변의 진리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과학에 근거를 두고 시민들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정책적 결정을 내릴 때 어떻게 시민들이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지, 어느 정도의 시민이 설득되었을 때 이 결정이 '민주적'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는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The East African (2022.1.14.) Uganda to destroy 400,000 doses of expired Covid-19 vaccines
Bloomberg (2022.1.9.) With Shots Finally on Hand, Nations Struggle to Get Them in Arms
WHO (2022.1.14.) Africa COVID-19 Dashboard
Al Jazeera (2022.1.13.) Poorer nations forced to dump close-to-expiry COVID vaccines
https://www.aljazeera.com/news/2022/1/13/poorer-nations-dump-close-to-expiry-covid-vaccines-unicef
Africa News (2022.1.13.) DRC: Rwandans escaping covid 19 vaccination "deported"
https://www.africanews.com/2022/01/13/drc-rwandans-escaping-covid-19-vaccination-deported/
ORF (2021.8.19.) Rwanda’s COVID-19 Management, Vaccine Challenges and Lessons Lear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