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분야 20대 대선 후보자 캠프 초청 토론
오늘, 한국 국제개발협력 NGO의 협의회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Korea NGO Council for Overseas Development Cooperation)와 한국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인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Korea Civil Society Forum on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이 공동으로 "국제개발협력분야 20대 대선 후보 초청 100분 토론: 글로벌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방향"이란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 이름엔 "대선 후보 초청"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실은 각 캠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행사였다. 보통 후보자가 직접 오지 않아도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목에 낚여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으니 흥행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암튼, 정확히 말하자면 이 행사는 '국제개발협력분야 20대 대선 후보자 캠프 초청 토론회'였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캠프,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 정의당 심상정 캠프, 국민의당 안철수 캠프, 새로운물결 김동연 캠프에서 국제개발이나 외교, 정책 일반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100분 동안 진행된 토론회는 3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KCOC와 KoFID가 각각 차기 정부에 제안하는 내용을 발표했고, 2부에서는 각 캠프의 국제개발협력 정책 발표와 토론, 마지막 3부에서는 청중 자유토론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실은 닫힌 형식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KCOC (발제자: 김중곤 정책위원장)
KCOC에서는 정책위원장이자 굿네이버스 사무총장인 김중곤 사무총장이 KCOC를 대표해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KCOC의 정책 제안은 크게 3가지였고, KCOC 대선 대응 TF에서 마련한 "KCOC 3대 제안 안건"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KCOC 3대 제안 안건 전문)
1) 국제개발협력 철학과 이념
국제개발협력 철학과 이념에 대한 정부 합의 부재 문제. 이로 인해 정부 부처와 정권의 이해에 따라 국제개발협력 정책 판단이 이루어짐. 정부, 시민사회단체, 시민사회가 합의한 철학과 이념이 필요
이렇게 수립된 철학과 이념을 반영한 접근을 통해 ODA 규모 확장, 사업 발굴, 사업 시행 필요
2) ODA 양과 질
한국 정부는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 수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ODA 목표 달성하지 못함
3차 기본 계획에서는 GNI 대비 지표 대신, 지금 기준 2030까지 2배 수준 ODA 증액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되었는데 이는 다소 불분명한 목표임. 2030년까지 한국 경제 규모 성장 고려할 때, 현재 예산의 2배로 ODA 규모를 늘린다는 것은 한계점 있음. 또한 국제사회의 지표와 맞지 않아 국제사회에서의 기여도 비교가 모호해지는 문제도 예상됨. 따라서 ODA 예산 규모에 대해 현 수준 2배 같은 목표 제시 아닌, 분명한 GNI 대비 목표 제시 필요함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 평균 수준이 90%에 비해 턱없이 낮은 한국 정부의 무상원조비율 지속 확대 및 비구속성 원조 비율 확대 로드맵 필요
3) 정부-NGO 파트너십 확대
정부와 NGO의 협력을 확대하고, NGO 활동 공간의 확대 필요
현재 민관협력 규모가 낮음(한국 ODA 양자원조 예산의 2.7%만 민관협력 예산으로 편성된 반면 OECD DAC 평균은 15%라고 언급)
민간에 충분한 예산이 배정되지 못해서 민간 부문 청년층, 전문인력 일자리가 부족하고, 양과 질 모두에서 청년 일자리 부족 현상 일어나고 있음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중소형 민간단체가 많음. 민간단체의 지속성 위해 기부금품법상 기부금품 모집비용 충당 비율을 현행 10~15%에서 유럽과 비슷하게 30%까지 상향 필요
※ 기부금품 모집비용 충당 비율은 어떤 목적(A 국가의 농업지원)에 맞춰 모집한 기부금품 중 일정 비율을 모집자의 기부금품 모집(모금 캠페인 등), 관리, 운영, 사용, 결과보고 등에 필요한 비용에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모집 금액에 따라 상이하지만, 최대 15%를 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끝으로 김중곤 정책위원장은 각 캠프가 이 제안 내용을 참고하길 요청했고, 당선될 경우 인수위에서 국정과제를 책정할 때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현장 전문가와 협력해서 국제개발협력 국정과제 수립될 수 있도록 해주길 당부했다.
KCOC의 제안 내용은 ODA 예산 증액, 민관협력 확대 등 기존 반복되던 내용을 아주 평이하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와중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기부금품 모집비용 충당비율에 대한 내용이었다. KCOC는 국제개발협력 NGO들의 협의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회원단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난 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의 사업과 활동 뒤엔 분명 사람이 있고, 조직이 있고, 수많은 행정업무가 있기에 기부금을 행정비로 더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국제개발협력 단체가 많기 때문에 이 비율을 높여달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선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로 사업을 못하게 되거나, 정말 그런지는 알아봐야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국제개발협력 단체로 모이던 기부금이 줄었다면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지 법을 고쳐가면서까지 대응할 문제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에 필요한 내용을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각 단체의 재정이 부실해졌는지, 시민들의 후원금이 아닌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실 기부금품 모집비용 충당 비율의 증대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했다는 중소규모 NGO가 아닌 후원금 규모가 훨씬 큰 대형 NGO이다. KCOC가 2019년 발간한 CSO 편람에 따르면 기부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체 차체자금' 사업비의 비중은 50~100억 사이 규모와 100억 이상 규모의 대형 NGO에서 각각 전체 사업비의 85.9%, 93.7%로 가장 높다. 이는 5~10억 사이, 10~50억 사이 규모의 중간규모 NGO의 68%와 65%와는 상당한 차이다. 이 제안이 진정 중소규모 NGO를 위한 정책 제안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에 무엇을 요청할지에 대한 고민에 비해 시민사회단체가 시민들과 멀어지는 문제에 대한 고민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빈곤 포르노식의 모금, 선교나 자선 활동과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후원금의 활용에 대해 더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법을 바꾸는 과정도, 재정을 탄탄하게 하는 과정도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청년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점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정부와 시민사회를 막론하고 국제개발협력 업계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단기 일자리와 봉사단원 양성한 뒤, 중요한 성과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해외 파견 길이 잠시 막히면서 이 논리는 독이 되어 국제개발협력 업계에 돌아왔다. '파견도 안 보내는데 왜 예산이 필요해?'라는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을 국제개발협력 그 자체로 다뤄질 수 있도록, 일자리 정책과의 거리두기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국제개발협력과 관련해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는 봉사단 하고, YP 하고, KOICA 사업에 단기 계약직(코이카는 시민사회에서 사업을 제안할 때, 34세 미만 청년 고용을 조건으로 걸면 가산점을 준다. 기존에 고용되어 있는 청년이 아니라, 새로 청년을 뽑아야 이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2~3년가량 되는 사업기간에 맞춰 계약직으로 청년을 뽑는다)으로 일하고 난 뒤에도 갈 곳이 없거나 혹은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 없다는 점이 아닐까?
KoFID (발제자: 이영아 정책위원장)
KoFID에서는 정책위원장이자 참여연대 활동가인 이영아 활동가가 KoFID의 제안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대선 국면에서 국제개발협력분야는 소수만 관심 갖는 마이너 이슈로 취급되어왔는데, 오늘 이렇게 여야 캠프에서 참여한 것이 고무적이라고 자평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KoFID는 1월 13일, 정책 의견서를 발간해 각 캠프에 전달했는데, 발제 내용도 이 의견서와 거의 동일하다. (정책 의견서 전문)
KoFID가 각 캠프에 제안한 내용은 크게 "글로벌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국제개발협력"과 "인도주의 실현을 위한 책임 있는 국제개발협력"이다.
1) 글로벌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국제개발협력
기후변화 피해는 대응력 부족한 개도국, 최빈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침. 한국 정부도 국제회의 등 통해서 기후변화 대응 시급성을 강조하고, 기후변화 ODA 예산 증액 등을 약속했으나 이행에 있어 한계가 있음
정부는 신규 해외 석탄발전 공적금융지원의 원칙적 중단을 발표하면서도 인도네시아 등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를 계속하고 있음. 이를 통해 발생할 막대한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은 기후변화를 심화시키고,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 노력에도 역행하는 것임
OECD DAC는 한국 정부의 정책 일관성 제고 권고함. ODA 정책과 경제, 외교 등 비 ODA 정책 간 정책 일관성 필요. 한국 정부의 신규 석탄발전 투자는 일관성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임
백신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제 파트너십 적극 참여 및 지원 강화 필요
한국이나 선진국은 부스터 샷을 접종하고 있으나 아프리카 국가들의 접종률은 10%대에 그치고 있음.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위한 다국적 연대체인 코백스(COVAX, COVID-19 Vaccines Global Access)가 있지만, 초기 목표치 절반도 못 미치고 있음
한국 정부는 다양한 코로나 대응 사업을 해왔고, 국제회의에서도 백신의 공평한 접근 지지함. 자국 중심주의를 넘어선 협력과 연대 강화 필요
정부는 코백스 AMC(선구매공약매커니즘) 재원 공여 이행하고, 전 세계 백신 공평 보급을 위한 모든 노력 경주해야 함
코로나19 대응 사업에서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 대상 국가 중 협력 잠재력이 높은 국가를 우선 지원 국가로 선정함. 취약국 중심으로 대응이 시급한 국가를 우선 지원해야 함
2) 인도주의 실현을 위한 책임 있는 국제개발협력
국제적으로 인도적 지원 수요 매우 높고, 한국 인도적 지원규모 증가세에 있으나 여전히 부족함. 더구나 2020년 인도적 지원 예산 중 41%가 코백스 AMC 공여를 위한 예산으로 편성되어있어, 복합적이고 만성화된 인도주의 위기 대응엔 턱없이 부족. 코백스 AMC 공여 제외 인도적 예산 전체 ODA 6% 이상으로 증액해야 함
한국 국제개발협력 철학 가치 재정립 필요. 국제개발협력에서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 강조되고 있으나 한국은 여전히 성장주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 (예: 상생의 국익 실현, 신남방/신북방 등 대외경제정책과 ODA 연계, 일자리 창출이나 한국기업 해외진출 등의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계획, 경제협력을 목표하는 중점협력국 선정 등)
이는 ODA를 자국 정치 경제이익 실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 악습 되풀이하는 것. 공여국 이익을 협력국 발전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빈곤퇴치, 인도주의 실현 목표로 한 국제개발협력 취지 어긋남
인권기반 접근과 성 평등 주류화 실현을 위한 비전과 계획 부재. 이와 관련된 계획 수립 필요
협력국 시민사회 파트너십 강화 필요. 개도국 현지 시민사회 주체적, 책임 있는 참여 중요. OECD 국가들은 책무성과 효과성,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이런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중
원조 분절화: 현재 국무조정실 내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운영되고 있으나 이원화된 구조 그대로 두고 분절화 형태라 한계 극복 어려움. 차기 정부는 유무상 원조를 일원화하고 통합기구 설치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마련할 필요 있음
KoFID의 제안 내용도 기존에 시민사회에서 논의되던 내용을 잘 취합한 것으로 보였다. 아직 분야 내에서조차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는 협력국 시민사회 파트너십 강화를 주요하게 다룬 점이 인상 깊었고, ODA가 외교나 경제협력 등 다른 정책의 도구로 활용되는 점에 대해 '악습'이라 비판한 것도 좋았다. 하지만 인도주의 예산 비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조금 의문이 들었다. 어떤 예산 비율을 높인다는 것은 다른 예산 비율이 낮아져야 함을 의미하는데, 인도적 지원이 당위적으로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은 이해했지만, 왜 꼭 한국 ODA도 여기에 강조점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근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KoFID의 '정책 의견서'는 이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도적 지원 수요가 높고, "시민사회는 오랜기간 인도적 지원 사업 수행 경험을 축적하여 역량을 강화해왔으며, 예방과 장기적 개발 사업을 연계하는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 긴급구호 중심으로 시작된 인도적 지원 민관협력 사업은 현재 조기 복구, 난민 지원, 재난위험 경감, 분쟁 하 성폭력 사업 영역까지 확대되었다"라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인도적 지원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역량과 경험, 체계를 갖춘 국내 시민사회단체가 많은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미얀마처럼 급변사태로 인해 인도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인도적 지원 사업을 시행할 수 있었던 단체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인도적 지원 확대는 한국 시민사회단체가 아닌 국제기구나 협력국 시민사회단체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부에 바로 이어 진행된 2부에서는 각 캠프 관계자가 캠프별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각자 7분 동안 발표했다. 몇몇 캠프에서 정책 자료를 준비한 듯 보였는데, 개최 측에서 자료화면 공유를 해주지 않아 말로만 진행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캠프 (발제자: 최지은 국제개발협력위원장)
캠프별 발제자 중 유일하게 국제개발협력 경험을 직접 가지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최지은 국제개발협력위원장은 그 점이 강점이라고 생각했는지 7분의 발제 시간 동안 1분을 아프리카개발은행과 세계은행에서 활동한 자신의 경력 소개에 할애했다. 자기소개에 이어 캠프에 들어와 보니 선도국가라는 한국 위상을 생각했을 때 ODA의 양이나 질에서 답답함을 느낀다며 본론을 열었다.
지난 정부 반성: 박근혜 정권, 사익 추구를 위한 ODA 사유화하고 코리아 에이드 같은 최악의 ODA 시행했음. 이렇게 안 좋은 환경에서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지만, 보다 투명한 ODA 집행이 이뤄졌고, 양과 역량이 증가되었다고 생각함. 국정과제 100대 중에 100번째,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ODA에 있어 우리나라의 역량이 약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함
부족한 ODA 역량은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에 비해 우리나라가 아직도 국격이나 소프트파워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임
오늘 발표한 내용보다는 더 담대한 내용 있으나, 내부 논의 중이라, 지금까지 합의된, 다소 일반적 내용만 공유하겠다.
이재명 캠프의 국제개발협력 비전: "G5 반열 국가 위상에 맞는 선진 국제개발협력 전개"
1) 국격에 걸맞은 국제개발협력 시행: ODA 예산 증액, ODA 전문 인력 양성
2) 국제개발협력 추진체계 선진화: ODA 양자 대 다자 실행 비율 조정, 다자기구 협력 확대, 시민사회 ODA 집행 지원 확대하고 실질적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청년 전문인력 양성. 협력국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 강화. 유무상 원조 시너지 확대. 비구속성 원조 확대. 원조 분절화 문제 개선
3) 전략적, 맞춤형 개발협력 추진: 국제개발협력 철학, 가치 재정립부터 시작. 글로벌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후환경, 디지털, 보건 분야 등 변화하는 환경에서 한국이 잘할 수 있고 해외에도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협력국 상황에 맞게 지원
4) 국제개발협력 활성화를 위해 국제기구 한국 유치 노력
5) 국제개발협력을 통한 보편적 국격 향상: ODA를 통한 국익창출을 경제와 외교로 연결하는 현상은 ODA가 외교부와 기재부로 나뉘어 시행되기 때문. ODA를 한 부처에 소속된 것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하고자 함
추가로, 아직 논의 중인 사안으로, 정식 공약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개발금융기구 설립, 국제개발기금의 북한 활용 제도적 방안 마련도 고려 중
이재명 후보 캠프는 유일하게 국제개발협력분과의 위원장이 토론회에 참석했고, 이재명 후보 스스로도 경기도지사 시절 '평화 ODA'를 내세웠던 적이 있는 만큼, 캠프 중 가장 다양한 정책 공약을 가지고 있었다. 공약에 협력국 시민사회 파트너십 강화나, 협력국 상황에 맞는 지원, 국익 창출을 경제와 외교가 아닌 보편적 관점에서 보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지만, '국격'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여전히 국가 중심, 성장 중심의 관점에 머물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한국이 어떤 '국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성장의 열매가 사람들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아 시민들은 '높아진 국격의 자부심'같은 것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격에 맞는 ODA라는 것은 공허한 구호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 (발제자: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윤석열 후보 캠프 관계자로 참석한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정책 발표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의견을 청취해 정책 입안 단계에 반영하고자 참석했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높아진 경제 위상에 걸맞은 선진국형 공적개발원조 ODA 수행을 통해 국격을 고양하고 지속가능개발목표(SDG) 달성 부응, 현재 GNI 대비 0.15%인 ODA 예산 비율을 OECD DAC 평균에 미치도록 노력하겠다는 정책 발표한 바 있음
미국 Foreign Affairs에 실린 후보 명의 기고문에 ODA 언급 있었음. 해외개발원조프로그램 확대, UN SDG 실현 기여가 언급되었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동반 달성 경험 통해 민주주의를 촉진하고 경제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신흥 국가들과 함께 맞춤형 개발협력 프로젝트 수행하겠다는 내용도 있었음
위 내용이 공식적으로 제시된 캠프의 ODA 정책 방향성이고, 세부 정책은 인수위 단계에서 관계부처와 관련 이해당사자와 소통하며 정책 세워나갈 예정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캠프가 고민해나갈 지점은 세 가지 정도가 있음
1) ODA철학: '왜 ODA를 하고, 왜 국제기여 증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과 공감대 형성 노력 필요. ODA는 선진국 한국의 모습이 국제사회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봄. 한국의 국격 상승은 한국 국익 실현에 장기적 기여함. 선진 한국의 외교적 이니셔티브와 ODA 정책의 전략적 연계 필요
2) ODA 질적 성장: ODA 품질 제고 필요. 개도국 국민들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사업을 이행하는 국내 NGO의 역량 강화와 ODA 전문가 육성 필요. 시민사회와 청년 세대를 주요 이해당사자로 생각하고 체계적 지원 논의 예정
3) ODA 거버넌스: 한국 ODA거버넌스를 국제 수준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부조직의 구성 재검토 필요. 유상원조와 무상원조가 이원화되어있고, 무상원조도 40개 이상 기관이 하는 분절화 문제가 있음. 이것 때문에 사업이 중복되고, 효과성 저하되며, 전략적 접근이 저해됨. 또한 무상원조 비율을 90%까지 높이고 ODA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고려함
윤석열 캠프 공약 내용 중 다른 캠프와 다른 점은 민주주의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를 겪으며 민주주의와 거버넌스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는 와중에 언급된 내용이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가 궁금했다.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은 협력국 시민사회 지원이나 언론 지원, 입법부(국회의원) 역량강화 등을 통해 민주주의 지원활동을 하는데, 민주주의 지원 사업은 종종 내정간섭 논란과 맞물리곤 했다. 대외정책에 있어 민주주의나 인권보다 경제적 실익과 같은 실용성을 중점에 두는 듯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방향성이 민주주의 지원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의당 심상정 캠프 (발제자: 손종필 정책위원회 정책팀장)
손종필 팀장은 19대 대선 때도 국제개발협력분야 정책 토론회에 참석했었다며 ODA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동안 꾸준히 지켜보며 느꼈던 점을 나누고자 한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한국 ODA 1, 2, 3차 기본계획까지 이뤄졌는데, 2차와 3차 수립 시 전차 계획에 대한 평가가 진행됨. 그런데 그 평가가 거의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복사 붙여 넣기) 방식이었고, 이는 발전이 없었음을 의미함
국익 과시용, 대외 과시용 ODA 정책들, 외교정책에 따라가는 ODA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음
이는 ODA 기본 원칙, 철학과는 별도로 정부에 의해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ODA 정책이 늘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함
ODA 예산이 4조 원 넘었는데, 이는 정책적 의지의 결과임. 정부는 2차, 3차 계획 계속해서 예산 증액 의지 보이는데, 정치적 수사에 의한 계획들은 장기적이고 포괄적임. 그래서 나중에 안 지켜도 책임소재가 없다. 그런 식의 계획들이 과연 타당한지, 그런 식으로 우리나라 ODA 정책과 예산이 편성되는 것 같다
3차 기본계획에서 ODA 예산과 관련해 GNI 비율을 목표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다른 국가와의 비교가 불가해지는데도 이렇게 하려는 것은 목표 달성 실패를 감추기 위한 '꼼수'아닌가 생각함
※ ODA 예산 목표 관련해 제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은 "2차 기본계획에서는 ’ODA/GNI 비율‘을 지표로 활용하였으나, 동 비율은 GNI(국민총소득)의 규모에 의해 영향을 받는 한계가 존재"하므로 "3차 기본계획은 ODA 재원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직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ODA 규모’를 지표로 설정"한다고 밝힘. 그리고 바뀐 목표치를 기준으로 2030년까지 총 ODA 규모를 2019년 대비 2배 이상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명시함.
정의당이 검토하고 있는 공약은 다음과 같음
1) 인류애에 기초한 국제 연대성 강화를 통한 ODA 접근. 국익 중심 ODA 아니라 최빈국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 공여국 입장 아니라 수원국 입장에서 진행되는 지원 추구
2) 10대 경제 대국에 걸맞은 국제적 위상의 ODA 필요. 2025~2026년 사이 ODA 예산을 GNI 대비 현재 0.15%에서 0.3%까지 올릴 수 있도록 연차적으로 진행하고자 함
3) 유상원조와 구속성 원조 비율, 고질적으로 고쳐지지 않음. 유상원조를 담당하고 있는 기재부 산하 대외협력기금의 구조조정과 사업체계 개선 필요
4) ODA 패러다임 변화 필요. 기존의 개발주의, 성장주의 중심 ODA 벗어나야 함. 이를 위해 민관협력 확대, 강화 필요
5)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문제는 전 지구적 문제. 코로나19 팬더믹 현상에서 특히 최빈곤국의 어려움이 많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음. 기후위기 주범들은 선진국임. 개도국에서 기후위기 대응 기반을 충분히 조성할 수 있도록 선진국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하고자 함
다른 부문에서의 공약처럼 심상정 캠프만이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를 넘어서자는 주장을 펼쳤다. KCOC와 KoFID를 포함해 이날 발제한 사람들 중 가장 진보적인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부 실현 방법에 대해선 다루진 않았지만 국제 연대성 강화에 기초한 ODA 접근이나, ODA 패러다임 전환, 기후위기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론에 대해 다룬 점이 인상 깊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캠프 (발제자: 신경희 정책조정위원회 사회복지위원장)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는 신경희 사회복지위원장이 발제를 맡았다. 한국이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나라"라는 말과 안철수 후보가 과거 대구에 내려가 의료봉사 활동을 한 것으로 발제를 시작한 신경희 위원장의 발표 내용은 특히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야기의 반복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국제 평화와 글로벌 외교의 일환으로 ODA 추진하겠다는 입장
한국 능력 있는 인재들이 국제기구 진출과 기업의 해외진출을 국제개발협력과 연동
기존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개발협력분야 도전과제를 과학기술과 접목하여 빠르고 효율적 해결하고자 함
국제개발을 구실로(?) 발생하는 모두 환수하기보다 개발도상국 주민들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함
1) 경제협력 기본 철학과 이념을 공약으로 지원. 어린 시절부터 국제개발협력 철학과 이념에 대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초등교육과정에 도입
2) 민관협력 예산 증액, 과학기술기반 민관협력 사업 확대하고, 청년층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역량강화 지원. 국제기구 청년 진출 지원을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민간단체에 지원
3) OECD DAC 무상원조 비율을 10% 증액. G5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만큼, 무상원조 비율도 국제 평균 비율로 맞추겠음
4) 늘어나는 50대 은퇴자를 위한 봉사, 자문단 프로그램 확대. 자신들이 쌓은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나누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제공함. 청년, 중장년층의 해외 파견 프로그램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수원 기관 니즈 맞도록 적절히 조정하겠음
5) 기후변화 대응 관련하여 현지 적합한 에너지원 전환 지원. 기술 취약국, 전력 소외지역 기후변화 대응 기술 지원
청년들이 과학기술과 더불어 청년이나 벤처기업들의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을 ODA 적용시켜서 과학기술에 기반한 민관협력 확대를 통해 총공적개발지원 자금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가 달성되도록 최선 다하겠음
안철수 캠프의 발제를 들으며 KOICA가 시행하고 있는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 Creative Technology Solution)이 많이 떠올랐다. 심지어 발표 내용 일부를 CTS 프로그램 소개문에서 가져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는데, CTS 안내서에 보면 CTS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CTS는 KOICA의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의 약자로, 예비창업가, 스타트업의 혁신적 아이디어, 기술 등을 ODA 적용하여 기존 방법으로 해결이 어려웠던 개발협력 난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는데 기여하고, 개발협력 사업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사업을 의미합니다"
안철수 후보의 과학기술과 기업 관련 배경을 꽤나 충실히 정책에 반영한 듯 보이는데, 몇몇 내용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고(국제개발 이익 환수 등), 국제개발협력을 일자리 창출이나 기업 해외진출의 도구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물결 김동연 캠프 (발제자: 신철희 정책위원)
김동연 후보 캠프에서는 신철희 정책위원이 참석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가장 흥미로운 참석자였는데, 신철희 위원은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국제개발협력 공약이 있다고, 실천하겠다고 말해도 안 믿을 것 같음. 솔직히 국제개발협력이 주요 대선 어젠다는 아님. 대선 후보 중에 국제개발협력 이야기하는 후보 없음
사실 우리 캠프도 심각한 주제로 논의할 겨를이 없음. 솔직히 국제개발협력은 주요 관심사가 아님
다른 캠프에서도 이런 공약이 있고, 실천하겠다 말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
중요한 어젠다라고 충분히 설득되었다면 각 당 후보가 나왔을 것
KCOC나 KoFID 같은 관련 단체가 아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 열악한 환경에서도 수고한다는 점 공감하고 도와주고 싶지만, 매번 대선 기간에 토론회 가져도 별로 변화 없는 것 같음
(조대식 KCOC사무총장에게 질문) 지난 대선에도 토론회 했었죠? 후보가 직접 왔나요? 변화 있었나요? 대선 후보들이 바쁜 대선 기간에도 달려 나올 수 있도록 만드셔야 할 것 같음. 가장 중요한 것은 표가 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함
국제개발협력은 단순하지 않은 모호한 주제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수원국들이 유권자가 아님. 정부 예산을 늘려서 지원을 늘린다 해도 이들이 유권자가 아닌데, 정치인들이 움직이지 않음
국제개발협력 철학에 대해 국민 교육이나, 정치인에 대한 설득이 매우 중요함
KCOC나 KoFID, 왜 우리가 이걸 강력하게 원하는지, 국제개발협력 예산, 국가적 관심 필요한지 설득 필요
캠프가 국제개발협력에 전혀 관심 없는 것은 아님. 빈곤 퇴치나 기아해소에 큰 관심 있음. 특히 우리나라 농업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고 봄. 그래서 농업 기술 활용한 원조 집중하겠음
국제개발협력 철학이나 이것이 어떻게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고 국회와 대선후보를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 필요함
김동연 캠프의 신철희 정책위원은 ODA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정치적인 통찰은 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오늘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순간이 가장 인상 깊었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이 신철희 정책위원의 발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김동연 캠프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어 대충 들으려 했는데, '바쁜데 왜 나오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할 때부터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득표에 도움이 안 되는 의제라고 다뤄질 가치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유권자, 즉 시민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국제개발협력 업계는 오랫동안 활동해오면서도 이 분야에 관심 갖고 지지해줄 시민들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에게 지원 확대를 호소하고, 어떤 의제를 던지고, 이런 토론회를 갖는다는 것이 조금은 민망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3부 자유토론에서 청년 취업난과 관련된 정책이나 계획을 붇는 질문이 있었는데, 이때 신철희 정책위원이 비로소 실질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정부 지원 증대를 통해 청년들의 커리어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답변을 하며 역시 다른 캠프와 비슷하게 국제개발협력을 도구적으로 보는 시각을 드려냈지만, 그가 KCOC와 KoFID, 그리고 국제개발협력 업계가 사람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점은 앞으로도 진지하게 고민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3부는 분명 '청중 자유 토론'이라고 되어있었지만, 매우 닫힌 형태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총 세 사람이 세 개의 질문을 던졌는데, 아마 토론회 전 이미 정해진 질문자와 질문 내용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첫 번째 질문자는 1부에서 발제했던 김중곤 사무총장이었다. 그는 각 캠프에 ODA 예산 규모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국제 평균인 0.32%를 각 정당이 국정과제로 명시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2부 각 캠프별 발제에서 예산 이야기가 대부분 다 나왔음에도 중복되는 질문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의도는 각 캠프로부터 구체적인 예산 수치를 국정과제로 명시한다는 약속을 받겠다는 것으로 보이긴 했지만, 후보자들이 직접 나온 상황도 아닌데 캠프 관계자에게 약속을 받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질문자는 국제개발협력 NGO에서 일하는 사람이었고, 민관협력 확대 방안을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자는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으로, 청년 일자리 강화를 위한 정책을 물었다. 물론 이런 질문도 할 수 있고 각 캠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기에 다시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3부가 시작되기 전, 유튜브 스트리밍 채팅방(이 토론회는 사전 신청한 사람은 줌으로, 그 외 사람들은 유튜브로 시청할 수 있었다)에 수많은 질문들이 올라왔고, 주최 측인 KCOC 담당자는 "유튜브 댓글에서 남겨주신 질문들은 취합 후 3부에서 안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며 3부 토론 시간에 다루겠다는 내용의 채팅을 올렸다.
하지만 정착 3부에서 다뤄진 것은 아마도 토론 전부터 이미 정해진 듯한 질문들이었고, 그마저도 2부에서 각 캠프 관계자가 발표한 내용과 중복되는 것이 많았다. 3부 토론이 끝나려 할 무렵 나는 유튜브에서 취합된 질문을 서면 질의로 진행할 계획이냐고 문의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남겨주신 질문들은 전달드릴 수 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있을지는 확답드리긴 어려울듯합니다"였다.
사실 유튜브 스트리밍 채팅방에 올라온 여러 가지 질문들에 대해 각 캠프 관계자들이 답변하기 어려웠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질문이 있다는 사실이라도 전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차피 캠프에 질의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내 답변을 못 받아서 이러는 게 아니다.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라는 KCOC가 이런 질문을 외면하고, 형식적으로 '자유' 토론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실망스럽고 화가 났다. 대선 국면에서 국제개발협력과 관련된 거의 유일한 자리였는데, 이렇게 '끼리끼리' 진행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동안 대선 후보 캠프별로 국제개발협력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없기에 사실 별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토론회를 시청했는데, 이 토론회를 준비한 KCOC와 KoFID까지도 너무 형식적이라는 것이 충격적이다. 이런 식이라면 발제를 하러 온 사람들도, 토론회를 준비한 사람들도 가서 진짜 논의를 하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 준비해온 것을 읽으면 그만인 것이다. "국제개발협력분야 20대 대선 후보 초청 100분 토론: 글로벌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방향"이라는 행사 명에서 '후보 초청'만 고쳐야 할 부분인 줄 알았는데, '토론'도 고쳐야 할 점이었다.
KCOC와 그 회원단체, 그리고 KoFID가 생각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방향'은 어차피 시민들은 우리 일에 관심이 없으니, '우리끼리' 정부 예산 더 받고, 우리만 아는 '중요한 일'을 하는 방향일까? 우리는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예산 확대와 기부금의 행정비 사용 비율 증대, 특정 국제개발협력 분야 예산 확대 등을 읍소하기 전에,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 일에 왜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시민 지지가 없는 시민사회단체가 말하는 것들이 의미를 가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전체 토론회 영상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