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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Jul 29. 2018

산출물이나 목적에는 못 적지만

마을을 조금 더 역동적이고 재미있게

올해부터 2단계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자조그룹을 결성했다. 자조그룹은 기본적으로는 저축모임인데, 25~35명의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매주 저축을 하고, 저축금을 다시 대출하거나 공동 사업이나 활동에 투자하는 모임이다. 2015년부터 3년을 진행한 사업에서 우리 사업소는 30개의 자조그룹과 협력했고, 올해부터 시작된 2단계 사업에서는 취약계층의 참여를 더 증진한다는 목적으로 10개를 더 결성하기로 했다. 1단계 사업의 자조그룹 결성 과정에서는 사업소가 거의 개입하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조그룹 구성이 어느 정도 저축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주민들로 구성되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극빈곤층이 아닌 이들에게도 사업은 필요하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 기본 역량이 부족해서 개발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사업소가 참여자 선별에 개입하기로 했다.


일단 설문조사를 통해서 1차로 참여자를 선별하고, 면담을 통해 참여 희망자들의 관계를 분석하여 최종 명단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선별된 사람들을 모아 스스로 최종 구성원을 확정하도록 했다. 


꽃. Photo: 우승훈


설문조사는 3-5분 정도 가량의 간단한 설문으로 진행되었다. 설문 문항은 이미 개발되어있는 도구인 PPI(Poverty Probability Index)와 MPAT(Multidimensional Poverty Assessment Tool)을 참조해 만들었고 높은 문맹률을 고려해 개별 인터뷰로 설문을 진행했다. 집에 미성년자는 몇 명인지, 집 지붕 재료는 무엇인지, 최종 학력은 어떤지, 가족 형태는 어떠한지 등을 물어서 사업 참여 희망자가 얼마나 취약한/빈곤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다시 말해 얼마나 사업 참여가 필요한지를 추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설문 결과도 결과지만 설문 과정에서 많은 참여 희망자분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모습 자체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특히  나이 많으신 분들이 이런 경향이 강한데, 집에 미성년자가 몇 명인지를 물으면 집에 애가 몇 명인데 큰 애는 수도에서 뭘 하며  일하고 있고 작은 애는 학교 몇 학년을 다니고 있다는 식으로 대답한다거나, 지붕 재질이 무엇인지 물으면 저기 보이는 집이 우리  집이라며 자세히 알려주는 식이다. 전형적인 어르신들 하시는 행동 같아 친숙하고 재미있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가정 형편을  드러내는 거라 부끄러울 수도 있는데 설문 문항이 농업 소득같이 빈곤을 직접 묻는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을 묻는 거라서  대답하기 조금 더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만큼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사람들 모여있는데 함께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제로 그냥 오셔서 막 의견 나누고 하시다가 막상 설문에는 참여 안 한 어르신이 있어 동료가 물어봤더니, 이미 부인이 옆 마을 자조그룹 소속이라 자신은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하신 경우도 있었다.


냐루바카 섹터, 부훙가 마을. Photo: 우승훈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마을에 주민 조직이 생겨 함께 새로운 일을 꾸미게 되고, 그 조직을 보여줄 외부자가, 그 조직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외부자가 생긴다는 것 자체로도 마을이 조금 더 역동적으로 변하고 재미있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업 계획서에 적힐 수 있는, 소득이 늘어난다거나 농업 생산성이 증대한다는 등의 산출물이나 목표도 중요하겠지만, 일종의 오락 기능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이런 효과도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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