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세계 스와힐리어의 날 한국 행사를 다녀온 뒤 신나서 쓰는 글
2021년 11월, 유네스코(유엔 교육 과학 문화 기구)는 총회에서 매년 7월 7일을 '세계 스와힐리어의 날(World Kiswahili Language Day)'로 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스와힐리어가 문화 다양성과 문명 간 대화와 소통, 다언어주의(multilingualism) 관점에서 의미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와힐리어는 소통의 언어, 평화의 언어로 불리곤 한다. 스와힐리어는 스와힐리 해안이라 불리기도 하는 동아프리카 해안 지역에서 반투어 계열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아랍어를 쓰는 상인들이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발전하고 확산한 언어이기도 하고, 탄자니아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하는 쥴리어스 녜레레(Julius Nyerere) 대통령이 영국에서 독립한 직후 국가 통합과 국민 화합을 위해 어느 부족의 언어도 아닌 스와힐리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준 스와힐리어에 가까운 탄자니아의 스와힐리어 표현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관심, 친절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스와힐리어는 그 특유의 간결함과 스와힐리 사람들의 이주, 그리고 스와힐리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한 독일 식민 정부의 정책의 영향으로 동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널리 쓰이는 언어이기도 하다. 10여 년 전, 탄자니아 사람들과 일하고 탄자니아 신부님들이 사는 숙소에서 함께 생활한 덕에 스와힐리어 실력이 확 늘었던 나는 그 이후로도 케냐나 우간다, 르완다를 다니며 내가 현지 언어를 못하거나 영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종종 스와힐리어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평화 운동과 관련해 관심이 많은 콩고민주공화국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때 스와힐리어가 들려서 반가워했던 적도 있다. 얼마 전엔 우간다 정부가 스와힐리어를 공식어로 채택해 교육 과정에 필수 과목으로 편성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2022년 7월 7일, 동부 아프리카, 그리고 그 너머에서 널리 쓰이고 사랑받는 스와힐리어의 날을 기념하는 세계 스와힐리어의 날, 그 첫 기념일이 찾아왔다. 스와힐리어의 발상지 중 하나인 잔지바르가 있는 탄자니아를 비롯해 역시 스와힐리어가 널리 쓰이는 케냐,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 등에서 기념행사가 열렸고, 한국에서도 주한 탄자니아 대사관 주최로 서울 용산구의 블루스퀘어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나는 어느덧 아프리카 땅을 못 밟은 지 근 3년이 다되어가다 보니 최근 뜸해진 브런치 글만큼이나 아프리카와 조금 멀어진 것 같아 고민이었다. 언제나 탄 냄새가 은은하게 나던 탄자니아 테게타의 공기도, 굽이굽이 언덕이 펼쳐진 르완다 냐루바카의 풍경도, 에티오피아 이테야 길거리에서 마시던 분나(커피)의 정신 번쩍 드는 풍미도, 케냐 엘도렛에서 만난 KFC의 반가움도 희미해져 가는 것만 같았다. 가끔은 그곳이 그리워 유튜브로 실시간 스트리밍 되는 케냐 뉴스를 틀어놓기도 하고, 봉고 플라바에 맞춰 내적 댄스를 추기도 하고, 노량진 에티오피아 식당에 가서 인제라와 슈로를 먹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최근 시도한 것이 탄자니아 대사관의 스와힐리어 수업에 가는 것이었다.
벌써 10번의 수업이 끝나 수료를 앞둔 스와힐리어 수업에서 벌써 많은 즐거움과 힘을 얻었는데, 그 인연으로 어제 열린 세계 스와힐리어의 날 행사에도 갈 수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스와힐리 사람들에 의해, 스와힐리어에 대한, 스와힐리어로 진행되는 행사를 보고 있으니 괜스레 벅찼고, 마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신났다. 이날 행사는 듣고 말하고 먹고 즐길 수 있는 "종합 선물세트"였다. 한국에서의 스와힐리어 교육에 대한 발제도 듣고, 동아프리카에서 옷이나 장식으로 많이 활용되는 캉가(Kanga)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스와힐리어 시(shairi) 말하기도 함께 하고, 춤도 추고, 마부라(Mavura) 대사님이랑 사진도 찍고, 탄자니아 음식도 먹었다. 스와힐리어 행사라 볼 수 있었던,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다. "~~ 도 하고 ~도 해서 참 좋았다!"로 끝나는 어릴 적 일기처럼, 그저 좋은 시간이었다.
오늘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 말하기(굳이 시 낭독이라고 안 하고 시 말하기라고 하는 이유는... 이게 약간 만담과 시 낭독 사이에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에서 했던 세 문장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는데, 이날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 같다.
Leo Korea Kimetua wacha tufurahi pamoja! 오늘 한국에 스와힐리어가 왔으니 모두 함께 즐기자!!
맛있는 탄자니아 음식으로 든든히 배도 채우고 한껏 들뜬 기분으로 집에 오는 길엔 아직 이런 행사나 경험이 흥미롭고 재밌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아프리카에 못 간 채 이역만리(?) 서울에 꽤 오래 머물렀고, 국제개발 일 하면서 이래저래 닳기도 했지만, 아직 마음은 처음 마음에서 그리 멀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아프리카를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고 일어나면 별일 아니게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행사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길 수 있었으니 그것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