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바리 Jul 18. 2018

넬슨 만델라 탄신 100주년, 오바마의 강연

오바마의 넬슨 만델라 기념 강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투쟁가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는 1918년 7월 18일 음베조(Mvezo)라는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고 2013년 12월 5일 세상을 떠났다.

2009년  UN은 넬슨 만델라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의 탄신일인 7월 18일을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Nelson Mandela International  Day)이라는 국제 공휴일로 지정, 이듬해인 2010년부터 각종 행사를 진행해왔고 올해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은 만델라 탄신 100주년이기도 하다.


넬슨 만델라라는 존경받는 '국부'를 가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 갈등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해'를  통해 '무지개 국가'를 건설하려 하였고, 어느 정도 그 무지개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작년 말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가 동성결혼 금지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며 24번째 동성결혼 합법화 국가가 되었는데, 남아공은 2006년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를 한 바 있다. 몇 년 전부터 남아공 내에서 터져 나온 제노포비아로 인해 그 무지개가 퇴색되었긴 하지만,  남아공의 시도는 분쟁을 겪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


올해 만델라 탄신일 이브에는 미국 전 대통령 바락 오바마가 넬슨 만델라 재단 기념 강연회 연사로 초청되었다. 


강연에 앞서 남아공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는 오바마를 소개하며 만델라와 오바마의 비슷한 점을 언급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마디바(만델라의 애칭)처럼 되고 싶어 합니다. 저도 침대에 누우면서 마디바처럼 되길 꿈꾸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 꿈을 이루지 못합니다. 하지만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마디바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마디바처럼 그는 노벨상 수상자이고, 마디바처럼 그는 첫 번째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국가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마디바처럼 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마디바처럼 그는 청년들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썼습니다. 이렇게 유사한 점이 많지만, 단 한 가지 영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마디마에 비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불운하게도 그는 마디마처럼 춤을 잘 추지 못합니다. 여러분이 제가 정치인처럼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제가 오바마와 확인해봤습니다. 그리고 그는 몸을 좀 흔들 줄은 알지만, 미셸 오바마가 그보다 더 나은 춤꾼이란 점을 고백했습니다. 남아공 국민들은 그가 대통령에 선출될 때 기뻐했습니다. 그가 이 대륙의 자식이라는 이유뿐 아니라, 해방을 위한 우리의 투쟁을 정의하던 가치와 열망을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어 오바마가 연단에 오르자, 사람들은 대선 캠페인 슬로건이었던 "예스 위 캔! (Yes We Can!)"을 연호했고, 오바마는 만델라의 전 부인, 그라샤 마셸(Graça Machel)과 라마포사 대통령 등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연설을 시작했고, 우선 라마포사 대통령이 지적한 춤 문제를 시정했다. 


일단 문제를 바로잡고, 약간의 고백을 하며 시작하겠습니다. 바로잡을 점은 제가 아주 좋은 춤꾼이라는 점입니다. 그냥 이점에 대해서 확실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미셸은 조금 더 낫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고백할 점. 저는 엄밀히 말해서 여기 초대받지 않았습니다. 그라시아 마셸이 저에게 여기 오도록 아주 정중하게 명령했습니다. 두 번째 고백할 점. 남아공이 겨울이라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코트를 안 가져와서 아침에 사람을 쇼핑몰에 보내야 했습니다. 저는 내복을 입기 때문이죠. 저는 하와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오바마는 유머로 강연을 시작했지만, 작정한 듯 세계화와 자본주의, 반이민정책 등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 대통령일 때는 할 수 없었던 말, 그리고 막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긴 전직 대통령이 되어서도 참았던 말들, 오바마가 해주었으면 하는 말들이 이날 강연에 담겨 있었다. 민주주의가 이룬 것들에 대해서 언급하며 러시아와 중국의 비 민주적, 반 인권적 태도를 비판했고, 자유시장경제가 낳은 경제적 불평등을 지적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우파들이 이끄는 포퓰리즘 운동을 비판했다. 그의 후임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를 연상하도록 하는 발언도 많이 나왔다. 최근 스트롱맨의 정치가, 두려움과 분노의 정치가 떠오르고 있다며 이들이 민주주의를 의미 있게 하는 제도와 규범을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혹자는 기후변화가 실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으니 어디서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기도 하고, 서구에서 극우파들이 보호주의와 공공연한 인종주의에 기반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오바마의 이번 강연을 듣고 있으니 가슴이 뛰었다. 아파르트헤이트의 불평등과 부정의에 맞서 싸웠던 만델라처럼 그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거대한 불평등과 부정의와 맞서 싸우자고 말했다. 오바마의 만델라 데이 기념강연은 유튜브에서 전체 영상을 볼 수 있고, npr홈페이지에서 전문을 볼 수도 있다.


https://youtu.be/mviqiDKIqDc


https://www.npr.org/2018/07/17/629862434/transcript-obamas-speech-at-the-2018-nelson-mandela-annual-lecture


꽤 긴 강연 내용 중 나에게 인상 깊었던 것들을 정리해보니 크게 다섯 가지 주제에 관한 것이었다.


1. 민주주의

오바마는 민주주의가 그동안 이룬 성과와 오늘날 민주주의가 겪고 있는 위기를 이야기했다. 마치 민주평화론 이론에 나올법한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이 민주주의에 품고 있는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또한 중국식 모델을 언급하며 유사 민주주의 체제의 확산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강연 내내 나타나는 특징인데, 오바마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건 사람들의 행동을 촉구하고 격려했습니다. 


20세기의 마지막 기간 동안, 넬슨 만델라가 다양항 방식으로 우리에게 선보인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비전들은 국제정치토론의 규준이 되었습니다. 이 비전이 언제나 승리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규준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진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야 할지 안내해주었고, 세계가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제공했습니다. 물론 비극도 있었습니다. 발칸에서 콩고까지 이어지는 참혹한 내전이 있었죠. 민족과 분파주의의 갈등이 주기적으로 터져 나온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일본, 그리고 나토(NATO)에 기반한 하나 된 유럽, 그리고 세계 무역시장에 진입한 중국, 이 모든 것들이 강국들 간 전쟁의 가능성을 상당히 낮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에서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시아까지, 독재는 민주주의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국제연합(UN)의 선언에 기록되고 있는 인권과 법의 지배에 대한 존중은 세계 대다수 국가들에서, 심지어는 현실이 이상과 거리가 먼 곳에서도 의 규범이 되었습니다. 인권이 침해당할 때 조차도 침해된 인권은 지켜져야 할 것이었습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의 권위주의 통제와 중상주의적 자본주의가 결합된 모델을 어지러운 민주주의보다 선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경제가 좋으면 누가 언론의 자유를 필요로 합니까? 자유로운 언론은 위기에 처했습니다. 언론에 대한 검열과 국가의 통제가 심해지고 있어요. 한때 지식과 이해와 연대를 증진할 거라고 기대되었던 소셜 미디어는 증오와 근거 없는 의심과 프로파간다와 음모론을 퍼뜨리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마디마의 100번째 생일에 우리는 기로에 서있습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상반된 두 비전이 세계 시민들의 마음을 두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고, 누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이야기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마디마가 감옥에서 풀려날 때 느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느꼈던 희망을 보아야 할까요, 우리가 나이브하고 오도되어 가졌던 희망을 보아야 할까요? 25년 동안의 세계 통합을 단지 피할 수 없는 역사의 순환으로 돌아가는 길로 이해해야 할까요? 그게 맞다면 정치는 종족과 인종과 종교 간의 적대적인 갈등이고 국가들은 제로섬 게임을 하고 전면전이 벌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갈등의 극에 달해있는 것인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게 이런 건가요? 제가 믿는 것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저는 넬슨 만델라의 비전을 믿습니다. 저는 간디와 마틴 루터 킹과 링컨이 보여준 비전을 믿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자로부터 절대적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전제 위에 세겨진 평등과 정의와 자유와 다인종 민주주의 비전을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원칙들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공동선을 향한 더 많은 평화와 더 많은 협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이것이 제가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에겐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는 선택이 없다고 믿습니다. 민주주의와 시민권과 공동의 인류애를 믿는 사람들이 더 나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증거에 기반한 것임을 믿습니다."


오바마가 이렇게 이상적이면서도 행동을 촉구하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는 아프리카가 여전히 선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럽과 북미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민주주의가 한계를 드러내고 위기를 겪을지라도, 아프리카 국가는 민주주의를 선택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에겐 더 나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미래에 대한 비전이 더 낫다고 이야기하는 게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역사는 공포의 힘에 대해서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타인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남성들에게 말이죠. 우리가 진정으로 마디바가 걸었던 자유로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우리는 더 노력하고 더 똑똑해져야 합니다.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마디마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믿는 우리가 불평등을 줄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경제적 기회를 늘리기 위해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함을 보여줍니다. 저는 경제적 결정주의를 믿지 않습니다.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빵은 필요하죠. 그리고 부가 차이 나는 것에 관대한 사회는 분노를 키우고 연대를 감소시켜 성장을 느리게 한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존하는 것 이상을 이루게 되면 사람들은 그들의 이웃과 비교하며, 자신의 자녀가 더 나은 삶을 살 것인지 생각하며 삶의 질을 따져보기 시작합니다. 또한, 경제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면 권력도 반드시 이를 따라가고, 민주주의의 역동성도 사라진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이는 때때로 노골적인 부패이기도 하지만 때때론 돈의 교환과 관련 없기도 합니다. 그냥 돈 많은 사람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되고 인간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거죠. 마디바는 이점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새로운 건 아닙니다. 그는 이것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세계화가 부자들이 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이용해서 부를 증식하고 권력을 독식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우리는 보편적인 자유의 이름으로 저항해야 할 책임이 있다." 만약 우리가 오늘날의 보편적인 자유에 대해 진지하다면, 만약 우리가 오늘날의 사회 정의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는 뭔가 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겁니다. 자주 하는 건 아닙니다만 제가 마디마의 말을 조심스럽게 수정한다면 저는 저항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는 만들고, 혁신하고, 국민들 사이에, 나라들 사이에 생긴 부와 기회의 거대한 간격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민주주의는 강력한 제도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소수자의 권리, 견제와 균형,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할 권리, 청원할 권리, 독립된 사법부, 모두가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물론 민주주의는 성가실 수 있고, 느릴 수도 있고, 좌절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저도 알아요, 알고 말고요. 하지만, 독재에 의해 주어지는 효율성은 거짓된 약속입니다. 받아들이지 마세요, 왜냐하면 이는 반드시 상류층에게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패와 기만을 숨기기 더 쉽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가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정부가 사람들을 섬기도록 하는 것은 민주주의입니다. 그리고 이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정부의 형태입니다.


90년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승리에 대해 이야기하던 것처럼, 지금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종말과 부족주의와 스트롱맨의 승리를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냉소주의에 맞서야 합니다.


트럼프를 선출한 미국의 민주주의에 큰 실망을 했을 오바마가 그럼에도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믿는다고 말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수많은 타협을 해야 했을 정치인 오바마가 아닌, 공동체를 위해 싸웠던 활동가 오바마로 돌아간 것 같았다.



2. 불평등

불평등 이슈는 남아공에서도 중요한 이슈고, 오바마 자신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 대통령에 취임한 경험이 있는 만큼,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도 강연 내내 이어졌다.


세계화와 기술은 종전까지 어려움을 겪던 국가들의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많은 나라의 농업과 제조업을 붕괴시켰습니다.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협상력을 감소시키기도 했습니다. 자본이 국가의 세법과 규정을 쉽게 회피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수백 수천만 달러가 컴퓨터 키 하나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죠. 이런 경향들은 경제적 불평등의 폭발로 이어졌습니다. 매우 적은 수의 사람들이 가장 가난한 절반의 인류가 가진 부와 같은 부를 조종하고 있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통계가 그렇습니다. 생각해봅시다. 많은 중소득과 개발도상 국가들에서 새로운 부는 예전의 나쁜 거래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이미 존재하던 불평등의 양상을 강화하거나 타협하기 때문입니다. 차이점이라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패에 더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죠. 미국처럼 발전된 경제에서도 이런 경향은 중산층에게 경제적 불안정을 의미합니다. 특히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 제조업 종사자, 공장과 농장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죠.


오바마는 "규제받지 않고, 고삐 풀린, 비 윤리적 자본주의"를 답습해선 안된다고 말하는가 하면 독과점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의 경쟁을 독려하며 공정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또한 진보적인 세금체계를 통해 부유한 사람들이 공공의료보험과 퇴직연금, 인프라 투자, 연구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는데, '오바마케어'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트럼프와 공화당을 향한 메시지로 들렸다.


그는 포용적인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꾸 더 원하는 것을 '야망의 빈곤'으로 표현하며 어떻게 더 나눌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야망이고, 영향력이라고 주장했다. 


그게 야망이고 영향력이에요.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선물인가요?



3. 포용

트럼프 행정부가 반-이민정책을 강화하고, 유럽에서도 이민자에 반대하는 극우파가 득세하는 가운데, 오바마는 다양성과 이민자 포용을 말했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우리를 봅니다. 우리는 공동의 희망과 공동의 꿈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인종, 종교, 성별, 성적 지향에 따른 어떤 형태의 차별과도 공존할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포용은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옵니다. 사회가 모든 이들의 재능과 에너지와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죠. 혹시 의심되신다면 방금 월드컵을 거머쥔 프랑스 팀에 물어보세요. 왜냐면 선수들 모두가 저에겐 프랑스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들은 프랑스 사람이죠. 그들을 프랑스 사람이에요.


공동의 인류애를 포용하는 것이 우리의 특별한 민족, 국가, 종교적 정체성을 버리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마디바는 항상 그의 부족 전통을 자랑스러워했죠. 그리고 흑인임을, 남아공 사람임을 항상 자랑스러워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리고 저도 믿었습니다. 다른 문화를 모욕하지 않고도 나의 문화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이민자에 대한 서구의 최근 논의들을 예로 들면 국경이 중요함을 주장하는 게 틀리진 않았어요, 누군가가 시민이건 아니건 정부에게는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고, 사회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이 언어와 관습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는 정당한 것이고 무언가 무질서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끌어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인종이나 민족, 종교에 기반한 이민정책에 대한 핑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조화가 필요합니다. 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를 위해서 우리는 그가 우리 가족 중의 누군가 일수 있고 내 아이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맹렬한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 민족이나 인종의 교리, 종교적 우월성을 공동체의 원칙으로 삼고 단합에 이용한 국가들은 내전이나 다른 나라와의 전쟁을 겪게 되었습니다. 역사책에서 확인해보세요.



4. 사실

강연 내내 오바마는 사실(Truth, fact)과 역사에 대해 많이 언급하는데, 민주주의와 평등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감정에의 호소가 아닌 충분한 근거를 가진 주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도 있고, 동시에 '가짜 뉴스'와 싸운다고 주장하고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도 보인다.


여러분은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사실이 없으면 협력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요. 제가 이것이 다리라고 말하고 당신은 이것이 코끼리라고 한다면 우리는 협력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파리협약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그들이 그건 잘 안될 것 같다고 한다면 당신은 모두를 협력하도록 할 수 없죠, 혹은 그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렴한 전력을 제공하는 게 공해를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죠. 최소한 저는 그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고, 청정에너지가 특히 빈곤국을 위해 더 나은 방향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세계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그렇다고 하는데도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과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날조라고 말하기 시작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많은 정치인들이 객관적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몇몇 지도자들은 비판적 사고와 데이터를 정치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반지성주의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권리의 부정과 더불어 사실의 부정은 민주주의를 역행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독립된 언론을 열심히 보호하고, 소셜 미디어가 구경거리와 모욕과 가짜 정보의 플랫폼이 되는 것에 반대해야 하며, 우리의 젊은이들이 생각 없는 구경꾼이 되지 않도록 그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도록 주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입니다.



5. 희망과 청년

강연 내내 어려움과 이상에 대해 이야기한 오바마는 강연을 말미엔 희망과 청년에 대해 이야기했다. 청년에게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으며 세계의 진보를 꿈꾸는 사람들은 청년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진보가 위기에 처할 때,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이 논쟁거리가 될 때, 우리는 로버트 케네디가 남아공에서 했던 이야기를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우리의 답은 세계의 희망이다. 이는 청년들에 달려있다. 이는 청년들의 정신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청년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청년들에게 던지는 저의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계속 믿고, 계속 나아가고, 계속 건설하고, 계속 목소리를 높이세요. 모든 세대는 세상을 새롭게 만들 기회를 가집니다. 만델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청년들은 분노했을 때 압제의 탑을 무너뜨리고 자유의 깃발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이 분노할 때입니다. 지금이 일어날 때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기리는 업적인 평등, 존엄, 민주주의, 연대, 호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몸은 아닐지라도 마음은 여전히 청년인 사람들, 우리는 우리 청년들의 성공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마디바는 "피부색이나, 배경이나, 종교 때문에 다른 이들을 미워하도록 태어난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증오를 배워야만 한다. 증오를 배운다면 사랑도 배울 것이다. 사랑은 증오보다 사람들의 마음에 더 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사랑이 사람들의 마음에 더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이것을 우리의 지침으로 삼고, 이 사실이 이 땅에 꽃 필수 있도록 하는 투쟁을 즐기도록 합시다.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 미래 세대가 "그들이 행진을 계속했기 때문에 우리가 자유의 깃발 아래서 살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게 합시다. 감사합니다. 남아프리카, 감사합니다!



오바마는 강연에서 트럼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트럼프와 그가 지향하는 세계의 위험성을 지적했고, 그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약 1년 반 동안의 긴 침묵을 깨고 오바마가 다시 현실정치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신호일까 아니면 마지막으로 털어놓는 진심일까? 오바마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그리고 이렇게 결의 가득한 강연이 넬슨 만델라를 기리는 자리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인상 깊다. 강연은 요하네스버그에서 이뤄졌지만, 그 울림은 전 세계인들에게 전해질 만한 것이었다. 만델라의 투쟁이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던 것처럼. 




2014년 7월 18일 구글 두들(Doodle)은 만델라 데이를 기념하며 그의 명언을 소개한 적 있다. 

넬슨 만델라 데이 구글 두들. 구글 화면 갈무리
넬슨 만델라 데이 구글 두들. 구글 화면 갈무리
No one is born hating another person because of the colour of his skin, or his background, or his religion

피부색이나, 배경이나, 종교 때문에 다른 이들을 미워하도록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넬슨 만델라 데이 구글 두들. 구글 화면 갈무리
People must learn to hate, and if they can learn to hate, they can be taught to love, for love comes more naturally to the human heart than its opposite.

사람들은 증오를 배워야만 합니다. 증오를 배운다면 사랑도 배울 것입니다. 사랑은 증오보다 사람들의 마음에 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넬슨 만델라 데이 구글 두들. 구글 화면 갈무리
What counts in life is not the mere fact that we have lived. It is what difference we have made to the lives of others that will determine the significance of the life we lead.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았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넬슨 만델라 데이 구글 두들. 구글 화면 갈무리
For to be free is not merely to cast off one’s chains, but to live in a way that respects and enhances the freedom of others.

자유로워지는 것은 단지 사슬을 벗어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이들의 자유를 존중하고 강화하며 살아가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넬슨 만델라 데이 구글 두들. 구글 화면 갈무리
The greatest glory in living lies not in never falling, but in rising every time you fall.

위대한 영광은 실패하지 않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실패할 때마다 일어나는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