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팔라 여행 Day 0] 르완다-우간다 국경 육로로 건너기
지난주는 월요일(독립기념일 대체휴일)과 수요일(해방기념일-제노사이드 종식일)이 공휴일이라 화요일에 휴가를 내고 우간다 캄팔라에 다녀왔다.
육로로 우간다 가는 여정은 꽤 길다. 일단 내가 사는 무항가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가량 달려 수도 키갈리로 갔다. 마침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경기가 있는 시간에 버스를 타서 타고 가는 내내 중계를 들으며 갔는데, 승객 대부분이 프랑스가 골 넣을 때 더 기뻐했다. 프랑스에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많다 보니, 명예(?) 아프리카 팀으로 쳐주는 것 같았다.
키갈리와 캄팔라를 연결하는 버스회사는 다양한데(Volcano, Jaguar, Modern Coast 등) 아침과 저녁에만 출발한다. 나는 며칠 전에 미리 Modern Coast의 저녁 8시 버스를 끊어놨는데, 혹시나 해 여유롭게 집에서 출발했더니 키갈리 냐부고고 정류장에는 버스 출발 1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일단 버스를 어디서 타는 줄 몰라서 확인부터 했는데, 냐부고고 정류장 밖에 타는 곳이 있었다. 나는 보통 후문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그쪽으로 나가서 길 건너에 있는 지역에 사무실과 버스 타는 곳이 있다. 냐부고고 정류장 안에도 Modern Coast 사무실이 있어서 거기서 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https://goo.gl/maps/8LZyxg6vf2x
버스 타는 곳을 확인한 후엔 르완다 프랑을 우간다 실링으로 약간 환전했다. 캄팔라에 새벽 일찍 도착할 예정이기 때문에 환전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가서 오전 반나절 정도 쓸 금액을 환전했다. 캄팔라에 일요일에 도착해서 그랬는지, 이상하게 도착해서 열린 환전소를 찾기 어려웠는데, 이때 환전한 돈을 유용하게 썼다.
돈을 환전하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냐부고고 정류장 앞 상가 2층에 있는 식당의 정류장이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콜라 한 병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을 안 먹어서 좀 배가 고프긴 했는데, 장거리 가는데 혹시 탈 날까 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마지막으로 화장실 한번 가고 드디어 버스에 올랐다. 장거리라 중간중간 볼일을 볼 수 있도록 서는 줄 알았는데, 국경에서 한번 서고 캄팔라까지 한 번도 서지 않았다.
나는 Modern Coast 버스의 VIP석을 예약했는데, VIP석은 한국 우등버스 오른쪽 좌석들 혼자 떨어진 좌석이었다. 널찍하고 뒤로도 꽤 젖혀지며, 마치 옛날 스타일 소파처럼 나무로 된 팔걸이가 있었다. 비행기처럼 개인 스크린도 있는데, 딱히 뭐가 나오진 않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전기 콘센트와 USB 충전 포트! 작동 안 될 줄 알았는데, 작동됐다. (하지만 오는 버스에선 작동되지 않았다.)
참고로 Modern Coast버스엔 VIP, First Class, Normal석이 있는데, VIP석은 위에 말한 대로 독립된 좌석이고, First Class는 VIP와 좌석은 같은데 두 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것이며, Normal은 2x2열의 좌석들이다. VIP석이라고 해도 15,000프랑(약 2만 원)밖에 하지 않으니 먼 길 가는데 돈 조금 더 투자해서 편하게 가는 것을 추천한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했고,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르완다-우간다 국경지역인 Katuna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자마자 꾸벅꾸벅 졸던 나는 너무 빨리 국경에 도착해서 놀랐다.
이렇게 국경을 육로로 넘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사람들 눈치를 열심히 봐서 빨리빨리 줄 서고, 계속 주변을 살폈다. 국경지역은 아주 휑하고 뭐 어떻게 하라는 설명이 되어있는 표지판이 없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 와중에 나를 태우고 온 버스는 먼저 우간다 쪽으로 슝 가버린다. 일단 같은 버스를 탄 사람들이 줄 서는 곳에 따라 서서 르완다 출국 도장을 받고, 또 사람들을 따라서 휑한 길을 걷다 보니 우간다 이민국 사무실이 나와서 거기 줄 서서 입국 도장을 받았다. 나는 르완다에 레지던스 퍼밋이 있어서 간단하게 통과했다.
국경 넘는 방법을 다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버스를 타고 국경 도착
2) 르완다 이민국 사무소 앞에 줄 섰다가 exit도장받는다.(이때 버스는 먼저 지나가니 당황하지 말 것)
3) 사람들 따라서 우간다 쪽으로 걷는다. 휑한 길이니 당황하지 말 것.
4) 우간다 이민국 사무소 줄 섰다가 entry도장받는다.
5) 타고 온 버스에 다시 탄다.
새벽이라 날씨가 매우 춥다. 국경에서 한 1시간 정도 머무는데, 이 시간을 위해서라도 따뜻한 외투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바람막이에 목도리까지 하고도 벌벌 떨었다.
국경을 통과한 버스는 7시간을 더 달려 캄팔라에 도착했다. 캄팔라는 르완다와 1시간 시차가 있어서 아침 7시쯤 캄팔라의 나마이바 정류장(Namayiba Bus Park)에 도착했다. 캄팔라의 양대 버스정거장인 올드 택시 파크(Old taxi park)나 뉴 택시 파크(New taxi park) 중 하나에 설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 도착해서 약간 당황했지만, 알고 보니 이들 정류장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https://goo.gl/maps/RUXgrw5rtbU2
사실상 섬나라인 한국에 태어나 국경을 육로로 넘을 기회가 없던 나는 드디어 처음으로 육로로 국경을 건넜다. 국경은 많은 것을 구별 짓고 때로는 피비린내 나는 분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선을 가로지르는 순간에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냥 차량용 게이트 바 하나를 쓱 둘러 지나가니 우간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