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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Apr 20. 2023

국제개발(학), 차근차근 하나씩

[개발학 개론서] 개발학개론: 연구와 실무를 위한 이론과 방법 

가끔 국제개발협력이나 (국제)개발학이 무엇인지를 이 주제가 익숙하지 않거나, 이제 막 이 분야에서의 활동을 시작한 분들에게 강의하거나 발표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제개발협력'은  '국제'와 '개발', 그리고 '협력'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으로 시작하곤 한다. (간혹 정부가 OECD의 기준에 맞춰 정부 자금을 통해 시행하는 공적개발원조(ODA)와 국제개발협력을 같은 것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어, 국제개발협력은 ODA를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라는 것을 함께 언급하기도 한다. 국제개발협력과 ODA의 관계에 대해선 브런치 'Beyond Development'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https://brunch.co.kr/@beyond-dev/31)


'국제'와 '개발', 그리고 '협력'은 한 단어 한 단어가 정말 어렵다. 

"개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주류 경제학자나 개발학자들은 마치 개발은 경제성장인 것처럼, 조금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더 큰 경제를 만들어, 더 많은 서비스와 제품 생산을, 더 많은 고용과 소득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개발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이런 '경제성장 = 개발' 식의 생각은 지속가능발전이란 개념이 나오면서 성장의 한계나 환경,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고려를 포함하는 식으로 일부 업데이트 되긴 했지만, 여전히 경제성장을 위해 이러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또 다른 경제학자인 아마티아 센(Amartya Sen) 같은 사람은 소득이나 부와 관련된 경제성장은 그저 '유용한 도구'일뿐이고, 사실 개발(발전)은 우리의 자유를 증진하는 것과 관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탈발전(Post-Development) 이론가'로 불리곤 하는 아르투로 에스코바르(Arturo Escobar)는 발전의 필요에 대해 법석을 부리고, 과하게 많이 이야기하고 집착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이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개발'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국제개발 연구를 한다는 것, 실천을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달라진다.


나머지 두 단어도 그렇다. '국제', 국제개발의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국가(nation) 사이(inter)'를 의미하는 '국제'가 국제개발에 적합한 개념인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표현은 적절한가, '협력', '해외원조'와 '국제개발협력'은 무엇이 다른가, 지금의 국제개발 방식에서 동등한 파트너십은 가능한가. 국제개발협력은 이렇듯 복잡다단하고 뭐라 정의하기 참 어려운 것이다. 


다루고자 하는 개념부터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몇몇 개론서들은 물론 이러한 복잡성을 알고는 있겠지만, 이 이야길 다 하다간 이제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다 질려서 도망갈 수도 있으니 이러한 개념의 문제는 간략하게 다루고 빠르게 주제별(보건, 교육, 농촌개발 등), 행위자별(국제기구, 정부, 시민사회 등) 실천 영역으로 넘어가 사례와 체계를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하는 듯하다. 유독 고민이 많은 나에겐 이런 점이 아쉬웠는데, 작년에 한국어로 번역된 앤디 섬너(Andy Sumner)와 마이클 트라이브(Michael Tribe)의 <개발학개론: 연구와 실무를 위한 이론과 방법>(권상철, 김권호, 신보람 옮김)을 보곤 꽤 마음에 들어 기회 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이 책은 사실 2008년, 즉 2016년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중요한 국제 의제로 여겨지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가 나오기 한참 전 나온 책이라 낡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읽어보면 놀라울 만큼 낡은 티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은 얇고(찾아보기까지 해서 259쪽),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고(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와 한국국제협력단 분들이 읽기 좋게 잘 번역해 주셨다), 연구와 실무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체계적인 데다가 고민거리를 던져주면서 차근차근 나아가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이 책에서 한 가지 다루지 않는 것이 있다면 연구와 실무의 관계와 연결에 대해서 이야기 하긴 하지만, 실무에 도움이 되는 기술에 대해선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발학에는 관심 없고 국제개발 실천에만 관심이 있더라도 이 책에서 출발하면 활동하며 마주할 여러 상황에서 더 깊은, 더 필요한 고민과 검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목표와 대상 독자


영국의 개발학자인 두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목표를 아래 두 질문에 답하는 것이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아니고, 이 책을 통해 논의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개발학이란 무엇인가? (연구와 조사의 주제로서 개발학이 지닌 독특한 성격엔 무엇이 있는가?)

개발학에서 연구의 엄격성은 어떻게 구현되는가? (각 연구의 단계에서 이용할 수 있는 분석 도구와 접근법, 그리고 정책과 실무에 적용 가능하도록 신뢰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연구 방법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이 책이 내 마음에 들 것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바로 뒤에 나온다. 책 서문의 세 번째 문단이다.


우리가 이 책을 쓰며 직면한 문제 중 하나는, 개발학의 주요 주제이기도 한 '세계의 지역을 어떤 방식으로 구분해야 하는가?였다. 이 책의 1장에서 다루듯이, 개발학은 세계의 빈곤 국가가 발전(큰 맥락에서 변화)하는 과정에 관한 것이지만, 여기서 활용하는 개념과 접근 방식은 중간소득국이나 고소득국과도 관련이 있다.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경우 '개발도상국',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경우 '산업국'이라고 지칭했다. 제 1장에서 조금 더 자세히 논하겠지만, 딱히 우리가 이 표현에 만족했다기보다는 더 나은 용어를 달리 찾지 못했기 때문에 활용했다. 21세기 초 현대사회에는 기본적인 공통 특성에 따라 국가들을 구분하여 설명하는 다양한 용어가 있지만, 이는 단순화의 오류를 반복한 결과일 뿐이다. (10쪽)


두 저자는 입문서를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고민하고 주저하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바로 뒤에 이어지는 저자의 위치성에 대한 고민(영국 기관에서 대부분 경력을 쌓은 영국 남성 저자라는 배경이 이 책의 내용에 미쳤을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고민)을 포함해 책 내내 이런 고민은 계속된다. 나는 이렇게 고민하는 태도를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국제개발(학) 입문서로 좋은 이유로 꼽고 싶다. 


'나는 실무, 실천을 하는 사람이라 복잡한 입문서는 부담스럽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상 독자는 "학술이나 실무 차원에서 개발학을 다루는 연구자와 대학원생"인데 여기에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연구를 계획, 실행,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찾는 국제개발 분야의 정책입안자, 비정부기구 및 공여기관 근무자, 전문 컨설턴트 같은 실무자들 역시 이 범주 안에 포함된다"라고 말한다. 이 정도면 그냥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모든 사람이 대상 독자라고 말하는 것 같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는 대학원을 다니거나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인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도 한 이유일 수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이 책에서도 세계은행의 개발경제학자인 마이클 울콕(Michael Woolcock)이 제시한 개발학 석사 출신의 실무자들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중심 역량을 소개하며 학문/연구기반 집단과 실무/정책 기반 집단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국제개발 분야에서 연구와 실무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은데, 개인적으로는 실무자들이 연구자의 성향을 가진 것이 연구자들이 실무자의 성향을 가진 것보다 조금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울콕이 제시한 개발학 석사급 실무자가 갖춰야 할 세 가지 핵심 역량: '수사관'(자료 수집, 분석 및 해석), '번역가'(주어진 생각을 다양한 집단을 위해 재구성), 그리고 '외교관'(협상, 분쟁 조정, 거래) 

자세한 내용은 원래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002/jid.1300



책의 구성

책의 본문은 총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개발'이란 무엇인가?

제2장. 개발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제3장. 개발학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제4장. 개발학이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인가?

제5장. 개발학에서 '엄격성'이란 무엇인가?

제6장. 개발학에서 연구와 실무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제7장. 개발학의 미래는?


"제1장. '개발'이란 무엇인가?"에서는 '개발'이라는 개념의 경쟁적이고, 복잡하고, 모호한 성격을 '구조적 사회변화의 장기 과정으로서의 개발', '이상적 목표를 위한 중단기 성과로서의 개발', 그리고 '서구 근대화라는 지배적임 담론으로서의 개발'이라는 세 가지 구분을 통해 다룬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개발의 정의의 관점과 관련하여 개발학의 범위, 특히 '개발도상국' 혹은 '제3세계'라고 불리는 지역 구분에 얽힌 고민, 그리고 국제개발을 평가하는데 쓰이는 지표의 발전 과정과 한계를 소개한다. 



"제2장. 개발학의 목적은 무엇인가?"는 개발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식민주의적 뿌리부터 시작해 현대 개발학 연구의 스팩트럼을 만드는 다양한 접근(객관성~가치개입, 추상적~도구적, 다학문적~초학문적)을 소개한 뒤 연구자와 국제개발 커뮤니티가 분야 윤리를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을 제시한다. 이 장에서의 가장 큰 고민은 책에 인용된 이란의 외교관이자 발전 연구자인 마지드 라흐네마(Majid Rahnema)의 질문에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다른 누구의 삶도 거의 알지 못한 채 타인의 삶에 개입하려 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 마지드 라흐네마


위 질문은 연구자와 활동가들의 '위치성'과 깊이 관련되어 있는데, '위치성'의 문제는 영국의 개발학자인 로버트 채임버스(Robert Chambers)가 분석한 '개발 연구자의 편향'을 보면 어떤 문제인지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채임버스는 연구자에 초점을 맞췄지만, 만약 자신이 실무자이거나 실무에 관심이 있다면 연구 대신 실무를, 연구자 대신 실무자를 넣어도 의미는 충분히 전달된다. 


<채임버스의 '개발 연구자의 편향'> (76쪽)

공간 편향: 연구자는 도시 지역과 도로와 공항이 있는 장소로 가는 경향이 있다. 

프로젝트 편향: 연구자는 무언가 진행되고 있는 곳, 즉 재원이 사용되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곳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사람 편향: 연구자는 엘리트, 남자, 그리고 사용하고 받아들일 것 같은 사람들을 주로 찾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연구자가 노인이나 어린이의 이야기를 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계절 편향: 연구자는 건조한 계절에 가는 경향이 있다.

외교적 편향: 연구자는 자신의 공손함과 소심 때문에 민감한 문제는 피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 편향: 연구자는 자신들의 사고에 적절히 부합하는 전문적인 교육, 가치, 관심사를 찾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연구자는 빈곤의 상호연계성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

안전 편향: 연구자는 안전한 곳을 가는 경향이 있어, 개인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상황의 경험이 부족하다.

출처: https://opendocs.ids.ac.uk/opendocs/handle/20.500.12413/4033



"제3장. 개발학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는 다른 장에 비해 특히 이론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발학으로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어떤 지식을 얻을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지식과 과학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학문으로서의 개발학을 다른 경제학이나 정치학, 인류학 등과 비교하며 설명한다. 만약 학문으로서의 개발학에 큰 관심이 없다면, 이 장에서는 국제개발에서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현실'이란 무엇인지,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지에 대한 질문 정도만 가지고 빠르게 훑고 넘어가도 될 것 같다.


<지식의 철학: 핵심 용어와 질문> (91쪽)

존재론: 무엇이 실제 존재하는가? '현실'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식론: 우리는 '현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론: 연구의 주제인 현상 간의 상호관계에 관한 기본 가정은 무엇인가?

방법론: 방법의 선택 배경에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방법: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은 무엇인가?



"제4장. 개발학이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인가?""제5장. 개발학에서 '엄격성'이란 무엇인가?"에선 주로 개발 연구와 실천에서의 근거가 되는 이론과 연구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상하기론  4장에서 근대화이론, 마르크스 이론, 종속이론 등 실제 국제개발의 이론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론의 형성 과정이나 이론을 활용한 연구 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5장은 일반적인 연구방법론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그런 연구방법론이 여러 분과 학문이 교차하는 개발학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그리고 엄격한 연구를 위해 질적/양적 방법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며, 어떤 한계가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만약 개발학 연구에 크게 관심 있는 게 아니라면 4장과 5장은 5장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4. 개발학에서 엄격한 연구하기'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학 연구에서의 엄격성에 대한 내용은 실무자들도 종종 담당하게 되는 사업의 기획 조사나 모니터링, 평가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제6장. 개발학에서 연구와 실무는 어떻게 연결되는가?"는 개발학 연구와 실무의 관계를 다룬다. 특히 종종 실무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사업 기획이나 모니터링 평가 등에 적용되는 연구 방법과 접근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을 다시 '포괄적 이슈: 개발 정책과 정책'과 '개발에 대한 '미시적 관리': 기술, 방법과 접근법'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포괄적 접근에서는 전략~정책~프로그램~사업으로 이어지는 정책 관리의 위계나 정책 주기를, 미시적 접근에서는 사업 단위에서 활용하는 논리모형(Logical Framework)을 제시했다. 그리고 일종의 대안적 접근 방식인 참여적 접근, 그중에서도 지속가능한 생계(Sustainable Livelihood)를 소개하기도 했다.  (논리 모형에 대해선 국제개발협력 팟캐스트 방구석개발협력에서 다루기도 했다: https://podbbang.page.link/8NWW3n1BAcinS7LB6


이러한 정책적 위계 속에서 프로젝트 기반으로 개발 정책을 관리한다면, 그 결과가 매우 성공적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개발원조를 시작하는 기초 지점이 프로젝트 단계라면 전략, 정책, 프로그램에 대한 중요 문제들이 간과된 가능성이 크다. 분야 수준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빈곤감소, 성, 환경, 분권화,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같은 주요 범분야 이슈 중 상당수를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원조기관들이 프로젝트 기반 접근법으로 국가 프로그램을 관리해 왔다고만 평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역량을 간과하는 것이다. 많은 원조기관이 이미 자체적인 국가별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수원국과 협의 및 동의 절차를 강화하고, 전반적인 개발원조 접근 방식을 함께 설정하는 등 활동 조율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9쪽)



"제7장. 개발학의 미래는?"에서 저자들은 책 전체 내용을 요약한 뒤, 그동안 개발학이 삶의 수준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냉전 종식과 함께 '제3세계'라는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에 개발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라일라 메흐타(Lyla Mehta), 루스 하우그(Ruth Haug), 로렌스 하다드(Lawrence Haddad), 이 세 개발학자들의 대답을 소개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아래 글 역시 연구를 중심으로 서술되었지만, 개발학 연구 대신 국제개발 사업을, 연구자 대신 활동가를 넣어도 말이 된다. 


필자는 개발학 연구가 식민주의 연구가 겪은 운명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며,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모두의 개발과 소외에 대해 배우는 방안으로 역할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각각 세계와 지역 차원의 이슈, 정책, 해결 방안, 연구자를 모두 잇는 새로운 접근법들을 구축하는 데 앞장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북부와 남부의 연구자 사이 평등한 관계를 구축하고 연구 절차의 분산화를 추진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향후 40년간 개발학 연구는 단순히 변화 과정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 과정 자체의 중요 부분으로 녹아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248-249쪽)
원문: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33082276_Reinventing_development_research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국제개발협력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정말 국제개발협력을 딱 떨어지게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의 문제를 떠나서, 이 책의 전반에 흐르는 고민하고 성찰하는 태도로,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상관관계가 그러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이 사실은 논쟁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서 개발학 연구와 실천에 임할 수 있게 된다면 국제개발의 최소 원칙이라고 하는 '해 끼치지 않기(Do no harm)'는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정리하면서 다시 보니 국제개발 실무자들에게도 정말 추천할만한 입문서인가에 대해선 조금 주저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다른 입문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내용들이 꽤 있고, 번역도 잘 되어있고, 책도 얇으니 한 번쯤 읽으며 함께 '국제개발협력... 도대체 뭘까?'를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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