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바리 Aug 25. 2018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

[책 리뷰] 하루벌어 살아도 괜찮아(2016/2017)

르완다에 거의 2년을 지내며 돈을 빌려주는 것과 관련된 일들이 몇 번 있었다.


사례 1. 우리 집 근처에는 예전에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몰락한 T펍이 있다. 그래도 우리 집에서 5분이면 도착하는, 가장 가까운 펍이라 르완다 생활 초반에는 자주 드나들었고, 펍 주인 P가 영어로 대화하는 걸 즐겨서 꽤 친해졌다. 어느 주말, 오후부터 T펍에 걸터앉아 펍 주인 P와 이야기 나누며 맥주 한 병 하고 있었는데, 그날의 주제는 사업이었다. 수도 키갈리에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고, 잘 되면 얼마를 벌 것이고, 그럼 결혼도 할 거고 이런 이야길 하다가, 갑자기 내일모레가 사업 관련 세금을 내는 날인데, 혹시 5만 프랑(한화 약 6만 3천 원)만 빌려줄 수 없냐고 P가 물었다. 탄자니아에서 돈을 몇 번 빌려줬다가 골치 아팠던 적이 있어서 이제 돈 빌려주지 말아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뭐에 씌었는지, 좋아하는 가게가 세금을 못 내서 닫으면 안 되지 하면서 선뜻 돈을 빌려줬다. 나름 공책 한 장 찢어서 언제까지 갚겠다는 각서도 썼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지갑에 끼워둔 그 각서가 삭을 때까지도 그는 돈을 갚지 않았다. 처음엔 지날 때마다 찾아가서 독촉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요즘 손님이 없어서 여유가 없다고 했다. 진짜 손님이 없긴 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고, 나는 돈 받길 포기했다. 그리고 그 펍에 발길도 끊었다. 펍을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웃이라 길에서 종종 만나는데, 그는 언제나 해맑게 인사하며, 꼬치랑 맥주 마시러 오라고 아무렇지도 내게 말했다. 어쩌다가 한번 맥주 먹으러 간 적이 있는데, 빌린 돈이 있으니 돈 내란 소리 안 하겠지 했는데, 돈을 받았다. 분명 그도 나에게 꾼 돈이 있다는 걸 알 텐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걸까?  


사례 2. 한 번은 주말에 수도 키갈리에 놀러 갔다가, 내가 한국에서 졸업한 대학교 이름이 박힌 과잠바를 입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너무 희한하여서 유심히 쳐다보고 있으니 그가 먼저 인사를 했고, 나는 그에게 이 학교를 나왔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그는 정부 장학금을 받아 석사학위를 거기서 딴 사람이었고, 그땐 나와 그는 반대방향으로 길을 걷던 터라,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하길 기약하고 번호만 교환했다. 그러고 한참 연락이 없다가, 어느 날 연락이 왔는데, 5만 프랑만 좀 빌려줄 수 없겠냐는 내용이었다. 그간 나름 거절하는 요령이 생긴 나는 "우정을 위협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서 친구에겐 돈을 잘 안 빌려준다"라고 대답했고, 그는 "hhhh, I like that"라며 순순히 물러났다.


사례 3.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 한 명이 내 방으로 들어와 이야기를 좀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 수도 키갈리에서 통근이 가능한 거리에 있고, 기반시설이 좀 되어 있는 동네들의 땅값이 빠른 속도로 뛰고 있어 자신도 자기가 사는 동네에 땅을 좀 사고 싶다고 했다. 마침 급매물이 나와서 지금 사면 무조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며 50만 프랑(한화 약 62만 원)을 좀 빌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 금액은 당시 그의 3개월치 월급과 비슷한 금액이었다. 나는 또 큰 고민에 빠졌다. 그의 말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그가 돈을 못 갚으면 그와 함께 일하는 상황이 자칫 꼬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고 싶었던 동료라, 계약서를 쓰고 돈을 빌려줬다. 그 돈으로 그는 그 땅을 샀고, 6개월 만에 빚도 다 갚았다. 못 받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깔끔한 상환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계약서를 썼기 때문이었을까? 액수가 커서였을까? 아니면 내가 그의 인사권자였기 때문이었을까?


사례 4. 길에서 가끔 아이들을 만나면 "Give me my money"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누가 그런 문장만 가르쳐주는지 참 속상한데, Give me "my money"라고 말하는 건 재밌다고 생각했다. 왜 "My money"일까? 나에게 맡겨놓은 돈이라도 있는 걸까? 비단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가끔 돈 맡겨놓은 듯 와서 돈을 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달라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 당당한 태도가 흥미로웠다. 


사례 5. 아프리카에서는 돈 빌려주면 잘 못 받는다라는 속설과 달리, 내가 참여하는 사업에서 진행한 소액대출의 상환율은 상환 만기일 기준 97%였다. 이 정도면 한국사람들보다 빚을 잘 갚은 것 같은데, 돈 안 갚으면 잡아갈 힘도 없는 외국 NGO가 빌려준 돈을 어쩜 이렇게 잘 갚았을까? 소액대출 사업을 하면서, 상환율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썼었는데, 어느 게 주효했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 우리 사업은 자조그룹이라는 모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대출 심사에 그룹 내 동료평가를 적용했다. 이 사람이 돈을 갚을지 여부를 그룹원들이 일차적으로 판단하게 한 것이다. 이번에 돈을 빌린 여러분들이 돈을 갚아야 다음번에 동네의 다른 사람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대출금이 일종의 공공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 외에도 정기적인 모니터링 등이 있긴 했는데, 어떤 연유로 이분들이 돈을 이렇게나 잘 갚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속설과 달리 돈을 잘 갚는 사람들 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돈을 잘 갚아주신 분들께 그저 감사하다. 




오며 가며 '아프리카 사람들은 외국인이 무슨 ATM인 줄 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돈을 잘 안 갚는다' 등의 이야기들을 종종 듣는데, 물론 나도 가끔 짜증 나는 일을 겪기도 하고, 이상하다 느낀 적이 있긴 하지만 그들이 나쁘거나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설명할 순 없지만 뭔가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하려고 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오가와 사야카가 쓴 「하루벌어 살아도 괜찮아」(이지수 옮김 더난출판)를 읽으며, 내가 경험했던 탄자니아와 르완다 사람들의 경제관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얻었다. 


일본어 원제는 "その日暮らしの 人類学" (하루살이의 인류학)이다. 일본어 제목과 비교하니 한국어 제목은 책을 좀 더 많이 팔기 위해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뽑은 것 같다. 탄자니아 북서부 빅토리아 호수 연안 도시 므완자(Mwanza)에서 2001년부터 15년 동안 영세 상인의 장사 관행, 상업 활동, 사회적 관계를 조사한 저자가 쓴 책이라 현장감 있고,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문화인류학 책이라서 이론적인 내용도 꽤 나온다. 나는 이론 부분이 너무 어렵기도 했고, 다른 사람이 본 탄자니아 사회는 어땠을지 너무 궁금해서 이론 부분은 많이 건너뛰고 사례를 주로 읽었다. 저자는 연구를 위해 므완자에서 헌 옷 행상을 직접 하기도 했다는데, 십 년도 더 전에 므완자에서 헌 옷을 파는 일본인이라니! 저자가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책의 서론에 나오듯, 이 책은 "Living for Today, 즉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과 그들이 존재하는 사회 구조를 논함으로써 우리 삶의 방식과 우리가 존재하는 사회를 되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회안전망과 정규직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소득 수준도 낮은 탄자니아에서 사람들이 그날그날 다른 일을 하며 사는 모습을 보며, 저렇게도 살아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국에서라면 그런 불안정한 삶이 주는 불안정한 수입보다, 그런 불안정함 그 자체에 질식했을 것이다. 


탄자니아에서는 어떻게 그런 삶이 가능할까? 저자는 그들이 스스로 그런 삶을 택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순리에 따라 유유자적하게 인생을 보내면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주술이나 초자연적 힘을 빌려 곤경에서 빠져"나오기도 하지만, "운 좋게 일자리를 찾더라도 비정규직이 많고 설령 정규직으로 고용되어도 어느 날 갑자기 아무 보장 없이 해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지금 당장 가능한 일에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고, 결국 여러 업종을 전전하는 제너럴리스트적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자, 즉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두고 '직선적이고 균질한 시간이 미래를 향해 똑바로 나아간다'는 근대적인 시간 개념과는 다른 시간 개념이 존재함을 강조하며 '선진국'의 생산주의적이고 발전주의적 생활양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려고 하는데, 전자가 더 근본적인지 후자가 더 근본적인지 조금 더 따져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매상이 많은 탄자니아 다레살람의 카리아코(Kariakoo) 시장. Photo: 우승훈


어쨌든, 오늘을 사는 삶을 기반으로 구성된 경제는 이제 주류 경제만큼이나 영향력 있는 또 다른 자본주의 경제로 대두되었다. 보통 "비공식"적이라 불리는 이 경제권은 전 세계 16 억 명의 사람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 규모는 18 조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 비공식 경제권이 주류 경제와 반드시 대립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인용한 인류학자 구스타보 린스 리베이로의 설명에서 그 이유가 잘 드러난다. 


이 경제의 추진자는 자본주의 경제를 싫어하지 않으며, 과격한 혁명가도 반세계화 운동가도 아니다. 오히려 국가와 기업에 의한 온갖 규제를 회피하고 속임수와 사기까지 포함하는 자유로운 시장 거래를 좋아하는 그들은 '보다 철저하게 신자유주의화'된 경제 질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경제는 보다 인간적인 신자유주의 논리로 움직이며, 주류 경제 시스템에 저항하기보다 주류 경제가 만들어내는 문제나 불공정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 초국가적인 비공식 교역의 주력 제품인 값싼 복제품과 모조품은 브랜드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위협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까지 활약할 기회가 없었던 아마추어나 '오타쿠'라 불리는 사람들의 창조력과 사회적 관계의 힘을 발산하게 해준다. 또한 이런 제품 없이는 세계적 유행과 기술에 접근할 수 없었던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이 부분적으로나마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따라서 이 경제는 역설적으로 주류 경제로 행해야 할 불만을 자력으로 해소하며 주류 경제를 존속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나의 경험과 가장 관련이 컸던 부분은 "6장.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사회"였다. 저자가 관찰한 바로는 도시의 가난한 젊은이들은 서로 돈을 빌리고 빌려주며 살아가는데,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난 이후 곤란한 일이 생기면 자신이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기보다는 자신의 사정을 호소해서 돈을 빌릴만한 사람에게 새로 돈을 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만약 그의 관찰이 정확하다면, 내가 사례 1에서 P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상황이 좀 이해가 된다. 저자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나는 지금 정말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당신뿐이다'라는 두 가지 상황이 필요할 뿐이라고 했다. 아직도 돈을 갚지 않은 P에게 두 가지 상황을 연기하며 한번 호소를 해볼까 싶다. 이 사람들의 경향은 경향이고, 내 돈은 소중하니까.


이런 이야기들 외에도 중국과 아프리카를 잇는 풀뿌리 비공식 교역, 엠페사의 등장과 빚 문화, 모조품과 복제품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모두 흥미롭다. 거대한 흐름에 대해 다루면서도, 현미경을 댄 듯한 사례와 분석을 내놓는다. 저자는 이런 자율적이며 자생적인 비공식 영역의 확장에서 현재와 미래에 대한 다양한 관념과 다양한 삶의 방식을 허용하는 대안적인 사회와 경제의 가능성을 느낀다며 "이 책에서 다룬 오늘을 사는 삶의 방식이 새로운 인류 문명의 가능성을 개척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으며 내내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 바로 여성에 대한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이 지속되려면 '사회자본'(연결망과 신뢰 구축을 통해 특정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어 얻을 수 있는 실제적 자원이나 잠재적 자원 / 부르디외 참조)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면 사회적 자본의 확보에 불리한 사람들, 예를 들어 소수민족이나, 여성, 노인, 장애인 등에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은 어떨까? 여전히 가부장적 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는 탄자니아와 같은 곳에서 여성의 사회자본은 남성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은 자율이나 자생과 거리가 먼, 훨씬 가혹한 형태로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저자는 여성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책에서 남성이 20번 언급되는 동안 여성은 단 7번만이 언급되고 그마저도 두 번은 "여성복"이라는 단어에서 언급된 것이다. 



탄자니아의 비공식 경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이 만들어내는 경제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비공식성'일 것이다. 예전에 탄자니아의 비공식 경제에 대해 정리해 둔적이 있어 리뷰와 함께 소개한다. 탄자니아에서 비공식 경제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 11월, 8년 만에 탄자니아 통계청 (Bureau of Statistics)에서 '통합 노동력 조사 (Integrated  Labour Force Survey-ILFS)'를 발표했다. 이 발표로 지난번 발표되었던 2006년과 2015년에 발표된 2014년의 노동 현황, 즉 8년 동안 탄자니아 노동 현황이 얼마나 변했는지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더불어 경제활동의 기본 단위로서의 가족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져 탄자니아 사람들의 삶에 대한 흥미로운 통계도 많이 찾을 수 있다.

*탄자니아 본토 (Tanzania Mainland)에 대한 조사이다. 잔지바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 2006년 보고서: www.nbs.go.tz/nbs/takwimu/labour/LABOUR_FORCE_REPORT-TZ-2006.zip

***2014년 보고서: ww.nbs.go.tz/nbs/takwimu/labour/ILFS%202014%20Analytical%20Report.zip


탄자니아 일간지 The Citizen은 보고서에 대한 기사에 "8년 만에 34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다 (3.4m jobs created in 8 years)"라는 제목을 붙였다. 2006년과 2014년 통계를 비교해보면, The Citizen의 제목처럼 노동자는 340만 명이 증가했고, 노동 가능 인구 (15세 이상 인구)는 2,100만 명에서 2,575만 명으로 약 400만 명 증가하였으며, 실업자는 219만 명에서 229만 명으로 10만 명 증가했다. 또한 2006년 11.7%였던 실업률은 2014년에 10.3%로 다소 감소했다.


출처: The Citizen


노동자들의 월 수입은 임금노동자들의 경우 월평균 308,075 탄자니아 실링 (우리 돈 약  16만 원)로 조사되었고, 이 수치는 2006년보다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자영업자들의 경우엔 평균 215,541실링 (우리 돈 약 11만 원)으로 조사되었다. 임금 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상당히 긴 주 56시간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농업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주 31시간으로 조사되었다. 탄자니아 2004년 고용노동관계법안은 최대 근로시간을 45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탄자니아의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직종은 농업 (66.3%)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다음으로 많이 종사하는 비공식 부문 (informal sector)은 250만 명이나 증가하여 총 430만 명이 종사 중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21.6%이다. 그다음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분야는 민간 부문 (private sector)이다. 전체 노동자의 7.8%가 종사 중이다.


비공식 부문 노동자 숫자의 급증에는 여성 노동자의 증가가 한몫하고 있다. 2006년 75만 명으로 조사되었던 비공식 부문의 여성 노동자는 2014년 220만 명까지 증가했다.


급성장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낯선 분야인 '비공식 부문'이 궁금해 조금 더 알아보았다. 탄자니아의 통계청에서 사용하는 '비공식 부문'의 정의는 1993년 국제 노동 통계인 회의 (15th International Conference of Labour Statisticians)의 정의에 따른다. 비공식 부문은 가족 사업체나 가족 소유의 비인가 사업체들을 포함한다. 비공식 부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가족: 보고서에 따르면, 1명 혹은 복수의 사람들이 같이 살고, 같이 먹으며, 같은 주거공간을 공유하면, 그 집단을 가족이라고 부른다. 보통은 남편, 부인, 그리고 자녀로 구성되지만, 이 외에도 같이 살고, 같이 밥을 먹는 친척, 식모,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가족 구성원으로 본다.

비공식 부문의 사업체들은 가정과 분리된 별도의 법인이 아니거나 가족 구성원들이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그들은 그 사업체의 생산 활동과 구성원들의 활동을 명확히 구별하지 않고, 또한 사업체와 소유주의 수입과 자본 흐름을 명확히 구분 짓지도 않는다. 사업체는 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며 그 활동은 소유주의 집에서 이뤄지기도 하고, 집 밖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개인 비인가 사업체에는 개별 가정의 구성원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업체와, 한 가정 내 구성원들이 소유, 운영하는 사업체가 포함된다. 또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서로 다른 가정들 사이의 비인가 협력체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사업체들은 정부에서 정하는 특정한 법률들에 등록되지 않았고, 그 종사자들 또한 등록되지 않았다. 

이들이 만드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전체 혹은 최소한 일부가 판매나 교환을 위한 것이다.

종사자는 5명 이하이다.

비 농업분야에 포함되어 있다. 농업 부문의 2차 비 농업활동도 포함된다.

비공식 부문의 확장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노동인구 중 65%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농업 외 분야의 70%는 이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계는 탄자니아 노동자들의 월 수입도 늘었고, 실업률도 줄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그들의 삶이 나아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런 숫자들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노동자들이 얼마나 존중받는 사회인지 여부이다. 특히 비공식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떤 조건 아래서 일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야카의 책은 비공식 영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삶의 질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하고 있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